
아직 가을이기엔 이른 토요일 아침, 가을 기운 드리운 듯한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집 앞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꽃으로 예쁘게 장식해 행렬을 지어 지나갑니다. 살아서 걷지 못했던 꽃길을 걷게 해 주나?아님 살아서 걷던 꽃길을 죽어서도 걸으라는 건가??누군가의 슬픔이 빗물처럼 눈물로 흘러 내리는 날입니다.비 오는 날엔 뮤지엄에 가면 좋은데...전에 내가 쉬는 주말엔 같이 뉴욕 거리를 걸으며 멋진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자고 돌싱녀가 제안했기에 이번엔 내가 먼저 살짝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녀에겐 내가 가고 싶은 현대 박물관(MOMA) 프리 패스도 있기도 해서...그녀는 나의 주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응답이 왔고 토요일은 당신이 다른 일이 없는 한 뉴욕에 같이 다니고 싶다고 하십니다. 40년 차 뉴요커로 가이드..

주일 오후, 못 말리는 삼인 삼색 할머니들이 다시 뭉쳤습니다. 첨엔 같이 수영을 할까 했는데 탁구로 종목을 바꾸었다가 운동 대신 그냥 걷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지난번과는 반대방향 허드슨 강변을 따라 조지 워싱턴 다리밑까지 다녀왔습니다.공원 입구에 여기저기 즐거운 소리들이 울려 퍼집니다. 내일이 노동절 휴일이라서...하지만 남미 사람들은 언제나 늘 흥겹습니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처럼 열정을 쏟아 먹고 웃으며 순간을 즐깁니다.아이들이 공항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며칠 무리를 했더니 어젯밤엔 자다가 다리에 쥐까지 났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쉴까 했는데... 함께 가기로 했던 그녀에게서 느지막이 연락이 왔고, ’ 카르멘‘은 보고 싶기도 해서 또 링컨 센터로 향했습니다. 늦게 출발해서 늦게 도착했더니 이미 시작되었습니다.그래도 아는 내용이라 조금 지나도 괜찮습니다. 이번주가 지나면 일 년은 지나야 다시 오는 기회이기에 욕심을 부렸습니다. https://www.metopera.org/about/press-releases/the-metropolitan-operas-summer-hd-festival-returns-to-lincoln-center-plaza-with-11-free-screenings-august-23september-2/The Metropolitan Op..

삼인 삼색의 시니어들이 테리타운이라는 작은 시골마을로 떠났습니다. 60대 중반의 독신녀, 돌싱녀 그리고 황혼육아로 강제 별거 중인 나까지 셋이서... 명목은 돌싱녀가 제안한 허드슨 강변 공원에서 공연하는 재즈를 들으며 저녁 피크닉을 하자는 의도였습니다. 처음으로 셋이 만나서 떠나는 여행인지라 서로 조심스러웠지만 한국인 시니어라는 공통분모만으로 금방 친해졌습니다. 원래 두 분은 학창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기에 그 사이에 내가 끼었습니다. 그런데 두 분의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ㅋㅋ 1시간을 달리는 동안 티격태격 서로의 의견을 고집합니다 ㅋㅋㅋ 여기서도 두 살 어린 막내인 내가 중재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렇게 도착한 테리타운의 공원에서 저녁을 먹으며 공연을 기다렸는데...재즈 공연을 위해 왔는..

* 맨해튼 건물 투어 지인이 셜록현준의 유튜브 사이트를 공유해 주는 바람에, 62가의 링컨센터를 가면서 42가부터 맨해튼의 건물들을 올려다보며 걸었습니다. 뉴욕 하면 떠오르는, 남들은 다 갔지만 나는 천천히 가려고 아껴두었던,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록펠러 센터 말고도 멋있는 건물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https://youtu.be/ihNDVeOYr7M?si=OkrMuUOdk9WzYFHF그동안 맨해튼을 주말마다 드나들면서 목적지를 찾아 가느라 빌딩들은 볼 생각도 안 했는데, 뉴욕의 빌딩들도 유명한 시카고의 건물들과 견줄 만큼 다양합니다. 게다가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은 후 탐닉하며 바라본 건물은 어쩌면 그렇게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이곳에서 30년이 넘게 살았지만 나처..

더워서 내일로 미루자던 약속의 주인공이 오늘 아침 일찍 더 더워지기 전에 허드슨 강변을 산책하고 점심을 먹자며, 그리고 더우면 실내로 피신하자며 만남을 종용했습니다. 추위보다는 더위에 강한 나도 동감하며 집을 나섰습니다. 오전에 찾은 강변에서 부는 바람은 아직은 그리 뜨겁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기까지 했습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길이라며 그녀가 데리고 간 곳은 인적이 뜸했기에 여유롭게 주변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이 땅에서 27년의 짧은 삶을 마무리한 딸을 기리며 조성해 놓은 작은 연못엔 금붕어들이 행복합니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다가, 오래전 사랑하는 딸이 조지 워싱턴 다리에서 생을 마감했던 기억이 떠올라 절절한 슬픔으로 울컥했습니다. 저 위 다리에서..... 죽을 만큼 힘..

주일 아침 별내 동안교회 영상 예배를 드리고 뉴욕의 메가 처치 투어(?)로 떠났습니다. 록펠러 주니어의 재력으로 세워졌다는 20층 높이 규모의 강변 교회(Riverside Church)로 가는 길은 조지 워싱턴 다리를 건너는 게 빠르기에 그쪽으로 향했는데, 내가 잠시 딴짓을 하는 사이 182번 버스가 그냥 지나갑니다. 주말엔 버스 간격이 뜸해 한참 기다려야 하고 그럼 예배시간에 늦는데... 경기 광역버스는 ‘휴대폰 보면서 딴짓하다가 버스 놓치지 말라’는 안내를 해주는데 여긴 그런 거 안 해줍니다 ㅋㅋ 그래서 아미고들이 운영하는 미니밴을 타려고 했더니 세 대가 손사래를 치며 그냥 지나갑니다. 네 번째 운전자가 그 정류장에선 다리 건너는 게 없고 플라자로 가야 하는데 거기까지 한 정거장이니 공짜로 태워주겠다..

* 뉴욕 공립 도서관 토요일 오전, 두 주만에 손자를 보러 사돈댁이 건너온다기에 친할머니는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42가와 5번 길에 위치한 뉴욕 공립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도서관이기보다는 뉴욕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러보는 관광지입니다. 들어도 쉽게 잊을 거지만 불름버그 가이드까지 들으며 구석구석을 살폈습니다. 아쉬운 열람실은 관련 있는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었고, 특별 전시장은 당일 행사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건물 구경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습니다.백 년도 넘은 멋진 건물을 이렇게 공공 도서관으로 기증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칭찬합니다.창문너머 뉴욕 시를 바라볼 수 있게 설계했다는 설명에 사진을 찍으려니 나뿐만 아니었습니다.천장도 벽도 구석구석 모두 예술작품입니다.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