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손녀 라일리가 7살이 되는 날입니다. 이안이의 돌을 기념하려고 자신의 생일을 이번 주말로 미루고 먼 길을 달려와준 라일리가 고맙습니다. 이안이의 돌잔치 끝자락에 라일리가 사돈댁 총각(며늘 언니의 아들)에게서 사랑고백을 받았습니다. 아들 결혼예식에 애기애기스러웠던 플라워 걸과 링보이었었는데, 이렇게 자라서 둘이 마치 오랝기 친구인양 사이좋게 놀아줍니다. 이안이 파티 장식용 꽃 한 송이를 바치면서...떠날 때 전화도 없는 꼬맹이 총각이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서 모두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더니 라일리 생일인 오늘 아침엔 음성 축하 메시지와 함께 생일을 축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학교에서 그렸다며... “Riley happy seventh birthday I hope you have fun and I'..
라일리네가 고대하던 60개의 메추리 알이 부화를 시작했답니다. 엄지손톱만 한 작은 알에서 깨어나는 신비로운 모습에 가족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답니다.그러더니 마구마구 깨어난다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라일리가 이제 메추리 엄마가 되었습니다.그리고 나도 깨어나는 게 보고 싶어 영상을 부탁하니 과정을 보내왔습니다. 아웅 세상에나..... 생명의 신비는 사람뿐 아닙니다.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20마리가 깨어났답니다. 8월 21일에 개학하기에 오늘부터 수요일까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는데, 아이와 함께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라일리가 메추리 알 깨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바삐 지낼듯해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찬밥이 된 병아리에게도 여전히 엄마이기도 합니다. 병아리들을 내놓았다가 한 마리가 누군가에게 잡아 먹..
김애란 작가가 그랬답니다. ’지가 좋아하지 않는 인간 하고도 잘 어울리게 어른이지!‘ 지난 40여 일을 손녀를 돌보기 위해 딸네 머물렀던 옆지기의 일상을 딸아이에게 전해 듣고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불만을 담아 남은 기간 동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못마땅해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마구 퍼부었습니다. 떠나는 날 공항에서 옆지기에게서 그동안 그가 자식을 키울 때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운 시간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성격을 가진 라일리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 줄 몰라 처음엔 당황했고 나중엔 상황을 악화시키고 싶지 않아 무시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자랄 때 유학을 온 그는 공부 이외엔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게다가 다음 학기 시작인 9월에 또 다른 학교에서 들어온 겸임교수 자리를 위한..
* 씨암탉 7마리수탉트라우마로 멈추었던 알을 매일 한 두 개씩 낳아주니 사랑스럽습니다. 너무 많이 낳을 까봐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반대여서 기다리지 못하고 그로서리에서 계란 한 줄을 사 왔습니다. 너무 많이 낳아서 주체 못 할 날을 기다리며...* 터키 세 마리생긴 게 특이하지만 성격은 멍청하리만치 착합니다. 늦게 시작했지만 이제 거의 닭들과 사이즈가 비슷해져도 여전히 열세입니다.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닭들에게 밀려 소심하게 따라다닙니다. 그런 터키를 라일리가 흉내내며 놀려먹는 재미가 솔솔입니다. 그럼 터키는 날개를 펼지며 같이 놀아주기도 합니다.* 병아리 16마리수탉 2마리 대신 들여온 병아리 16마리는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라일리가 손으로 만져주기 시작해선지 사람들 손을 봐도 겁도 없이 와서 쪼..
감옥이라며 빨리 탈출하기 원하는 옆지기와는 달리 나는 딸네 농장이 좋습니다. 40일을 지내보고 말하라고 하지만 그래도 손녀가 있는 농장이 내게 감옥은 아닐 겁니다.사위는 원래의 계획대로 펜실베이니아로 떠났고, 딸은 일찍 출근했다 일찍 퇴근한다며 이른 아침에 직장으로 떠났습니다. 전날 너무 열심히 놀다 잠든 라일리는 느지막이 깨어났습니다. 허리케인이 몰고 온 비바람으로 가든이 무사한지, 닭과 터키는 안녕한지 체크하러 나섰습니다. 쓰러진 토마토 줄기를 세워주다 곁 바닥에 잎에 덮인 캔터롭(머스크 멜론)을 발견했습니다.하지만 가든에 늘 평화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열리는 멜론이나 다른 야채들을 들짐승에게 먹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답니다. 토마토는 정말 끊임없이 달립니다. 전날 익은 걸 다 땄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내가 딸네 오는 날 남쪽에서 무시무시한 허리케인이 올라왔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장대비가 내리면서 전기가 끊어졌습니다. 사위의 학교는 문을 닫았고 딸의 회사는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지만 유일한 소통기구인 전화기가 뜨거워 지기 시작하자 책임자인 딸은 급하게 회사로 나갔습니다. 삶의 모든 것을 전기에 의존하는 우리네 문명의 연약함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정말 전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딸네 농장에서는... 농장에 새로 온 지 4일 차 병아리의 온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두꺼운 이불을 덮어줬습니다. 부화를 기다리는 60개의 메추리알이 걱정된 딸은 따뜻한 털옷에 싸서 가슴에 안아주다가 사위에게 바통터치를 했습니다. 냉장고에 음식은 많았지만 데워먹을 수가 없어 달콤한 주전부리로 점심을 때웠습니다...
할아버지와 한 달 넘게 함께한 라일리는 여전히 할머니가 그리워 격하게 환영합니다. 덕분에 1순위에서 밀려난 딸아이는 그래도 기쁩니다.40일 동안 뭘 했는지 할머니의 등장에 할아버지는 존재감이 사라져 버립니다 ㅋㅋ수컷은 짐승이든 사람이든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며 옆지기 스스로 자폭합니다. 할머니 친구가 지난 5월에 준 선물을 간직하고 있다는 표시를 몸으로 말해줍니다.라일리가 할머니가 한국으로 떠날 때 놓고 간 인형들을 모두 챙겨 이층 벙크베드를 장식해 놓았습니다.닭들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암탉을 9마리 키웠는데 그중 2마리가 수탉(감별사 실수)이었다고,알을 낳기 시작하자 수탉 한 마리가 다른 수탉을 살기 힘들 정도로 못살게 굴어서 닭장의 평화를 위해 결국은 수탉 두 마리를 내 보내게 되었다..
방학기간 중 엄마가 다녀갔으면 하는 딸의 바람으로 5박 6일 동안 라일리네 다니러 갑니다. 라일리가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답니다. 원래 아들의 상반기 일이 7월 말이면 끝날 계획이어서 이안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아들내외가 라일리네를 함께 방문하고픈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일이 8월 12일까지 늦춰지면서 하루 세끼를 직장에서 먹으며 마무리하는 중이고, 갑자기 며늘까지 새로운 팀장으로 발령이 나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되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나라도 다녀오라고 해서 떠나게 되었지만 아들내외의 미안한 마음이 나를 더 미안하게 만듭니다. 원래는 며늘이 이 휴가기간 동안 직장 휴가를 냈었는데 일을 빠질 수가 없게 되자 수-금요일은 이안이 자는 시간을 이용해 하루 4시간씩을 채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