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별40일을 손녀와 함께하기 위해 떠나는 날입니다.아직은 할머니의 존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손자에게 40일 동안 이별을 하는 그날입니다. 아침에 울다가도 웃음으로 변할 만큼 좋하하는 ‘트니트니’ 클래스를 다녀와서 함께 최후의 만찬을 모두가 좋아하는 ‘샤브로’에서 먹었습니다. 나의 비행기 시간으로 인해 조급해하는 아들내외의 눈치가 남다른 걸 알아차린 손자는 식사하면서 자꾸 아들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립니다. 아침에 문 앞에 손자의 음식이 배달되었습니다. 앞으로 손자의 음식은 ‘함미 빠이빠이~’와 함께 빠이빠이입니다. 당일엔 ‘함미 빠이빠이~’하며 쉽게 헤어졌으나,다음 날 아침에 잠결에 내려와서 둘러보다가 소파에 다시 누워 ’함미 없쪄~‘라며 나의 존재를 확인하더랍니다. ‘맞아 함미 고모네 갔어~’라..

나와 아들내외의 걱정이 무안하게끔...아침에 며늘이 손자를 어린이 집에 데려다 줄 때도 시크하게 ‘엄마 안뇽~’하더니 저녁에 며늘이 픽업할 때도 반갑게 ‘엄마 안뇽~’하며 노래를 옹알거리며 나오더랍니다. 그러더니 집에 와서는 내게 반가운 허그를 하고 여전히 옹알거리며 노래를 부르며 집안을 돌아다닙니다. 휴우~ 손자는 잘 적응하는데 어른들이 문제입니다.그 모습을 못 본 아들은 여전히 긴 어린이집의 시간들을 안쓰러워합니다. 안쓰러움 뒤안길에 유난히 종알거리는 손자의 모습이 무척이나 그리울 듯합니다.지난 몇 달 내가 손자를 어린이집에 데리고 다닐 때,며늘은 아침잠이 많다는 이유로 주말 외엔 거의 일찍 일어나지 못했었는데 이젠 알람을 틀어가며 손자의 기상시간에 맞춰 일어납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합니다..

이제 일주일 후면 한 달 동안 이별하는 시간입니다. 어린이집을 유난히 좋아하기는 하지만,내가 떠나는 7월부터는 아침 8:30부터 저녁 6:30까지 보낸답니다. 그나마 며늘이 출근하는 일주일은 아침저녁으로 한 시간씩 연장을 해야 한답니다.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 12시간을...평상시에도 아들이 며칠, 며늘이 며칠 그리고 사돈댁이 며칠 픽업을 해야 하고,그리고 아프거나 출장을 가게 되면 사돈댁의 전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고,전에 사돈댁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너무 오래 있으면 가엽다고 당신이 픽업해 주겠노라고 했지만,그것도 하루 이틀이지...언제까지 내가 머물면서 돌볼 수 없으니 마음을 정리해야 하는데,그동안 손자와 함께했던 시간들과 나 없는 미래의 시간들이 오버랩되어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내가 ..

* 집으로워싱턴디씨 근교에 사는 친구집 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들네 집이지만 아직은 지금의 내 베이스인 뉴저지...기차를 선호해 워싱턴디시로 갈 때는 앰트랙을 탔지만 돌아 올땐 친구집 근처에서 뉴욕으로 오는 직행버스(Bigbus)를 타고 단숨에 달려왔습니다. 심지어 기차보다 값도 저렴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보장하는 보험료(8불 추가해 취소가능한 기차표를 예매) 덕에 쉽게 취소까지 해서 이익(버스가 기차의 반값)까지 얻었습니다. 기차보다는 단숨에 달려와서 좋았지만 잠을 자지 않고 작업을 하기엔 기차가 살짝 편하긴 했습니다. 모든 것을 내 입맛에 만족시키는 건 사람이나 물건이나 다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34가와 9번 길에 도착했는데...평소 같았으면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인 뉴저지행 버..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손자의 인사법입니다. 출근하는 아빠에게 ‘아빠 안뇽~’재택근무 중인 엄마가 이층으로 올라가면 ‘엄마 안뇽~’지나는 길목의 꽃들에게 ‘꽃 안뇽~’아빠가 퇴근할 때 마중 나가면 버스와 기사에게도 ’버뜨 안뇽~ 아찌 안뇽~‘(어제는 버스가 우리가 기다리는 곳이 아닌 10미터 앞에 서서 아빠를 내려주고 떠나는 바람에 아찌에게 안녕을 못하고는 아빠를 반기기 전에 그게 억울해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ㅋㅋ)이번 달부터 손자가 9-5시까지 어린이집엘 갑니다.할머니 떠날 준비를 조금씩 해주는 중입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함미 안뇽~’ 손키스도 함께 날리며 뒤도 안 보고 들어갑니다. 아직은 학교가 즐거워서 다행입니다만 어제 또래 여자 아이 뒤통수를 3대나 때렸다는 리포트를 받았는데,아전인수라..

지난 주말 즐거운 파티 소음이 여기저기 울려 퍼집니다. 4대가 모여 사는 옆집은 인도 사람인데 가족 중에 6월에 결혼식을 하게 되어 이번뿐 아니라 서너 번 시끄러울 거라고 경고(?)를 받기는 했지만...마주한 현관문을 열고 보니 아예 모든 문들을 열어놓고 인도 특유의 음악에 모두가 흥겹습니다. 늘 그런 것이 아니니 참아주기로 합니다. 뒷집에서도 와글와글 젊은이들의 아우성이 올라옵니다. 높은 위치에 있는 우리 집이 불편한지 늘 커튼을 치고 사는 사람들이기에 오히려 반갑습니다. 다행히 10시가 넘으니 모두 조용하게 마무리를 해줍니다.

코비드가 시작되고 처음부터 4차까지 열심히 맞았고, 그래선지 모르지만 공식적으로 한 번도 코비드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웬만해선 감기나 독감조차 걸리지 않는 체질(비타민 씨 메가 복용자)인데,때늦은 감은 있지만 손자를 위해서 추가 접종을 했습니다. 어느 식당을 지나다 보니 화분에 ‘꽃보다 베이즐’ 이기에 베이즐을 좋아하는 내가 ‘좋아요’를 꾹 눌러줍니다. 집 근처 러시아 할머니네에 핀 나리는 할머니가 기를 많이 살려준 듯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요’를 눌러줍니다. 몇 집 건너 한국부부의 화단엔 수국이 너무나도 만발합니다. 쥔장이 뚝뚝 잘라 꽃다발을 만들고 있기에 지나가면서 ‘우와 그린 떰이신가봐요!’라며 칭찬을 했더니 내게도 뚝뚝 잘라 한 다발을 만들어 줍니다. 일주일은 행..

미국이지만 한국이 조금은 덜 아쉬운 뉴저지에 삽니다. 특히 내가 사는 포트리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한국음식점들과 상점이 빼곡해서 가끔은 한국인지 미국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도서관엔 그리 많지 않지만 한국책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그리워합니다. 지난 월요일 집 근처 도서관에서 한국책을 빌리러 갔다가 금요일에 한국어 북클럽이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H 가 당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정규적으로 열리는 영어 북클럽에 참여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도서관에도 영어 북클럽이 있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한국어라니 한국말을 해도 된다니 반가운 마음과 호기심에 싸인업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던 그 이후 처음으로...그런데 3일이 지나도록 요청한 책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