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는 걸 막연하게 듣기만 하다가 눈앞에서 보니 나의 모든 생각을 뒤집어 놓습니다. 느지막이 손자를 낳은 아들의 상황을 가서 보기 전엔 짧은 기간일지라도 황혼육아 같은 건 내 사전엔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좌충우돌하면서 지난 6년 손녀를 키워온 딸의 모습을 보기 전엔 자원해서 아이를 봐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시작하고 그 후엔 수월할 줄 알았던 육아엔 늘 변수가 작용합니다. 늦게 출근하는 딸이 손녀를 학교에 등교시키고 일찍 퇴근라는 사위가 손녀를 하교시킵니다.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딸네는 손녀를 위해 집에서 30분 거리의 사립학교를 선택했고 그 일은 지금까지 문제없어 보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학제가 시작되면서 여름 방학이 문제가 되었고 특별히 출장이 잦은 딸은 육..
* 6:30 am출근하려던 사위가 키를 못 찼겠답니다.어제저녁 딸이 사위의 트럭을 옮기느라 사용했다는데...차고와 헛간 그리고 거실과 방들을 모두 뒤져도 나오지 않습니다. 다행히 엑스트라 키가 있어서 늦지 않게 떠났지만 필요한 키들이 있을텐데... 후에 딸이 어젯밤 자기가 갔던 길을 거꾸로 돌아보다가 썬룸에서 발견했습니다. 깜빡이는 건 시니어들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What a relief~* 7:30 am7시 전에 일어나는 라일리가 커피를 갈고 아침을 만드느라 소란스러워도 일어나질 않습니다. 할머니 때문에 늦잠을 잔 탓에...할 수 없이 7:30에 깨워 할머니표 아침을 차려 줬습니다. 시간이 지체되어 불안한 딸의 맘은 아랑곳없이 라일리는 먹는 것보다 할머니와 수다가 즐겁습니다.어머니날 딸과 내게 사준 ..
* 선글라스와 돋보기 오래 쓰던 선글라스를 그나마 잃어버렸습니다. 딸네 오면서 필요할 것 같아 사려는 걸 알고는, 며눌님의 소장품 중 내게 맞는 걸 하나 꺼내줍니다. 명품인 줄 알고 질색했지만 필요하기에 잘 쓰는 중입니다. 어머니 주일에 딸네와 예배드리고 교회에 돋보기를 떨어뜨리고 왔습니다. 최근 들어 돋보기가 없으면 전혀 보이질 않는다고 하자 딸이 아마존에서 주문을 해줍니다. 자꾸 잃어버리니 좋은 거 필요 없고 도수만 맞으면 된다고 했더니, 월그린에서 한 개 값을 아마존에서 6개를 주문했답니다. 게다가 프라임으로 밤에 주문하니 다음날 아침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미국도 한국처럼 배달의 나라가 되어 갑니다. 명품도 싸구려도 아닌 적당한 가격의 물건을 내가 그냥 직접 사서 쓰고 싶습니다. * 서울쥐와 시골쥐..
* It takes a village! 아이가 태어나면 동네 사람들이 함께 키운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데 자녀를 양육하는 아들네와 딸네를 곁에서 지켜보니 그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3세대가 함께 살던 시대에는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을 지금은 심각하게 하며 살고 있습니다. 특히 부부가 모두 일을 해야만 하는 핵가족 시대는 자녀 양육이 쉽지 않습니다. 부모가 모두 일을 하기에 아이는 타인의 손에서 양육되어야 하니 이런저런 이슈가 많습니다. 앞으로 겪어야 할 손자의 경우가 그렇고 그 과정을 지낸 유치원생인 손녀가 그렇습니다. 조부모가 모두 멀리 살고 있어 측은함과 미안함이 교차합니다. 한 주일동안 열심히 일하고 주말을 맞이하는 부모는 쉬지 못하고 5일 동안의 공백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여기저기 분주합니다..
Grandparents Day! 라일리 학교에서 조부모의 날 행사로 모이는 날입니다. 가정의 달인 5월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등 기념하는 날들이 많지만 어제는 학교를 시작한 라일리의 학교에서 해마다 열리는 조부모의 날로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손녀가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지 듣고 보고 확인하는 날이었습니다.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이지만 후원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중에 부자 조부모의 재력이 한몫을 한다고도 합니다. 한국과는 달리 크고 넓은 땅에서 멀리 사는 조 부모들이 손주들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나도 사돈도 얼굴을 함께했습니다. 4년 전 소천한 친할머니와 한국에 있는 외할아버지는 이 기회를 놓쳤습니다. 앞으로도 해마다 있을 행사를 위해 가족들이 ..
딸네 집은 도심 속 사각지대인 숲 속에서 있습니다. 랄리 비행장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10분 거리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제일 큰 규모의 쇼핑몰이 있는... 인공이지만 커다란 배를 탈 수 있는 넓은 조던 레이크에서 아주 가까운... 5분만 나서면 도시인데 딸네는 새들이 지저기고 벌레들이 울며 나무들이 무성한 도심 속의 정원에 있입니다. 딸네 집은 말 그대로 문명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른 아침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우리가 아침으로 요거트에 넣어 먹은 딸기 꼭지는 닭의 아침이 되기도 합니다. 딸은 그 닭들을 풀어놓고 키워야 벌레도 잡아먹을 텐데 가둬놔서 미안하답니다. 저렇게 키우는 것도 상업용으로는 제대로 케이지 프리일 텐데 말입니다. 커피에 진심인 딸이 엄마를 위해 생 커피콩..
명목은 손녀의 학교에서 금요일에 있을 ‘조부모의 날’ 행사 때문이었지만 나는 그 명목이 너무도 고맙습니다. 그 명목 덕분에 뉴저지에서 노스 캐롤라이나로 날아왔습니다. 학교를 시작하기도 해서지만 반년만에 만난 라일리는 모든 것이 급 성장했습니다. 새로 지은 집에 들어온 지 6개월이 되어가지만 딸내외의 바쁜 직장생활로 여전히 짐 정리는 덜 되었고 어수선했지만 군데군데 손재주가 많은 사위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등하나 달았을 뿐인데 고급 야외 식당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에 사시는 친할아버지도 손녀의 행사에 참석하시려고 도착해 가까이 사는 시누이와 함께 방문해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 가족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친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농장에서 닭 잡아먹던 이야기를 듣던 손녀의 눈동자..
새로운 학교로 옮기게 되는 손녀의 빈 기간을 채워 주려고 왔다가 이제 내일이면 돌아가게 되는데... 지난 며칠 수영을 심하게 하며 잠까지 모자랐던 라일리가 감기에 걸렸습니다. 열은 나지 않지만 콧물과 잔기침을 합니다. 담주 월요일부터 학교에 가야 하는데... 최근엔 코로나로 인해 감기조차 용납이 안 되는데... 그래서 오늘은 많이 움직이지 않게 하려고 텔레비전을 친구로 삼아 줍니다. 음식도 아기처럼 먹여주기도 하며 평소보다 더 많이 스포일 시킵니다. 매일 저녁 라일리와의 하루 일상을 공유할 때 딸과 사위는 할머니와 함께하는 라일리의 행동을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고 그런 할머니를 가진 라일리의 특권입니다. 이번 주말 잘 쉬어 감기를 잘 이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