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옥이라며 빨리 탈출하기 원하는 옆지기와는 달리 나는 딸네 농장이 좋습니다. 40일을 지내보고 말하라고 하지만 그래도 손녀가 있는 농장이 내게 감옥은 아닐 겁니다.사위는 원래의 계획대로 펜실베이니아로 떠났고, 딸은 일찍 출근했다 일찍 퇴근한다며 이른 아침에 직장으로 떠났습니다. 전날 너무 열심히 놀다 잠든 라일리는 느지막이 깨어났습니다. 허리케인이 몰고 온 비바람으로 가든이 무사한지, 닭과 터키는 안녕한지 체크하러 나섰습니다. 쓰러진 토마토 줄기를 세워주다 곁 바닥에 잎에 덮인 캔터롭(머스크 멜론)을 발견했습니다.하지만 가든에 늘 평화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열리는 멜론이나 다른 야채들을 들짐승에게 먹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답니다. 토마토는 정말 끊임없이 달립니다. 전날 익은 걸 다 땄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내가 딸네 오는 날 남쪽에서 무시무시한 허리케인이 올라왔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장대비가 내리면서 전기가 끊어졌습니다. 사위의 학교는 문을 닫았고 딸의 회사는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지만 유일한 소통기구인 전화기가 뜨거워 지기 시작하자 책임자인 딸은 급하게 회사로 나갔습니다. 삶의 모든 것을 전기에 의존하는 우리네 문명의 연약함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정말 전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딸네 농장에서는... 농장에 새로 온 지 4일 차 병아리의 온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두꺼운 이불을 덮어줬습니다. 부화를 기다리는 60개의 메추리알이 걱정된 딸은 따뜻한 털옷에 싸서 가슴에 안아주다가 사위에게 바통터치를 했습니다. 냉장고에 음식은 많았지만 데워먹을 수가 없어 달콤한 주전부리로 점심을 때웠습니다...

할아버지와 한 달 넘게 함께한 라일리는 여전히 할머니가 그리워 격하게 환영합니다. 덕분에 1순위에서 밀려난 딸아이는 그래도 기쁩니다.40일 동안 뭘 했는지 할머니의 등장에 할아버지는 존재감이 사라져 버립니다 ㅋㅋ수컷은 짐승이든 사람이든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며 옆지기 스스로 자폭합니다. 할머니 친구가 지난 5월에 준 선물을 간직하고 있다는 표시를 몸으로 말해줍니다.라일리가 할머니가 한국으로 떠날 때 놓고 간 인형들을 모두 챙겨 이층 벙크베드를 장식해 놓았습니다.닭들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암탉을 9마리 키웠는데 그중 2마리가 수탉(감별사 실수)이었다고,알을 낳기 시작하자 수탉 한 마리가 다른 수탉을 살기 힘들 정도로 못살게 굴어서 닭장의 평화를 위해 결국은 수탉 두 마리를 내 보내게 되었다..

방학기간 중 엄마가 다녀갔으면 하는 딸의 바람으로 5박 6일 동안 라일리네 다니러 갑니다. 라일리가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답니다. 원래 아들의 상반기 일이 7월 말이면 끝날 계획이어서 이안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아들내외가 라일리네를 함께 방문하고픈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일이 8월 12일까지 늦춰지면서 하루 세끼를 직장에서 먹으며 마무리하는 중이고, 갑자기 며늘까지 새로운 팀장으로 발령이 나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되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나라도 다녀오라고 해서 떠나게 되었지만 아들내외의 미안한 마음이 나를 더 미안하게 만듭니다. 원래는 며늘이 이 휴가기간 동안 직장 휴가를 냈었는데 일을 빠질 수가 없게 되자 수-금요일은 이안이 자는 시간을 이용해 하루 4시간씩을 채우기로..

지난번 딸네 방문 때 터키를 키워서 추수감사절에 잡아먹겠다고 언급을 하길래 어떻게 키우다가 잡아먹느냐며 질색을 했었습니다. 라일리에게 처음부터 알려주고 시작한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어제 정말 새끼 터키 한 마리를 사 왔답니다. 지금은 병아리와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서너 달 후엔 이렇게 자랄 것이고...마지막엔 추수감사절의 메인 요리가 될 것이랍니다.돼지 키워서 잡아먹을 예행연습이랍니다 ㅜㅜ

아이들이 사는 걸 막연하게 듣기만 하다가 눈앞에서 보니 나의 모든 생각을 뒤집어 놓습니다. 느지막이 손자를 낳은 아들의 상황을 가서 보기 전엔 짧은 기간일지라도 황혼육아 같은 건 내 사전엔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좌충우돌하면서 지난 6년 손녀를 키워온 딸의 모습을 보기 전엔 자원해서 아이를 봐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시작하고 그 후엔 수월할 줄 알았던 육아엔 늘 변수가 작용합니다. 늦게 출근하는 딸이 손녀를 학교에 등교시키고 일찍 퇴근라는 사위가 손녀를 하교시킵니다.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딸네는 손녀를 위해 집에서 30분 거리의 사립학교를 선택했고 그 일은 지금까지 문제없어 보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학제가 시작되면서 여름 방학이 문제가 되었고 특별히 출장이 잦은 딸은 육..

* 6:30 am출근하려던 사위가 키를 못 찼겠답니다.어제저녁 딸이 사위의 트럭을 옮기느라 사용했다는데...차고와 헛간 그리고 거실과 방들을 모두 뒤져도 나오지 않습니다. 다행히 엑스트라 키가 있어서 늦지 않게 떠났지만 필요한 키들이 있을텐데... 후에 딸이 어젯밤 자기가 갔던 길을 거꾸로 돌아보다가 썬룸에서 발견했습니다. 깜빡이는 건 시니어들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What a relief~* 7:30 am7시 전에 일어나는 라일리가 커피를 갈고 아침을 만드느라 소란스러워도 일어나질 않습니다. 할머니 때문에 늦잠을 잔 탓에...할 수 없이 7:30에 깨워 할머니표 아침을 차려 줬습니다. 시간이 지체되어 불안한 딸의 맘은 아랑곳없이 라일리는 먹는 것보다 할머니와 수다가 즐겁습니다.어머니날 딸과 내게 사준 ..

* 선글라스와 돋보기 오래 쓰던 선글라스를 그나마 잃어버렸습니다. 딸네 오면서 필요할 것 같아 사려는 걸 알고는, 며눌님의 소장품 중 내게 맞는 걸 하나 꺼내줍니다. 명품인 줄 알고 질색했지만 필요하기에 잘 쓰는 중입니다. 어머니 주일에 딸네와 예배드리고 교회에 돋보기를 떨어뜨리고 왔습니다. 최근 들어 돋보기가 없으면 전혀 보이질 않는다고 하자 딸이 아마존에서 주문을 해줍니다. 자꾸 잃어버리니 좋은 거 필요 없고 도수만 맞으면 된다고 했더니, 월그린에서 한 개 값을 아마존에서 6개를 주문했답니다. 게다가 프라임으로 밤에 주문하니 다음날 아침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미국도 한국처럼 배달의 나라가 되어 갑니다. 명품도 싸구려도 아닌 적당한 가격의 물건을 내가 그냥 직접 사서 쓰고 싶습니다. * 서울쥐와 시골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