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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한 달 넘게 함께한 라일리는 여전히 할머니가 그리워 격하게 환영합니다.
덕분에 1순위에서 밀려난 딸아이는 그래도 기쁩니다.
40일 동안 뭘 했는지 할머니의 등장에 할아버지는 존재감이 사라져 버립니다 ㅋㅋ
수컷은 짐승이든 사람이든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며 옆지기 스스로 자폭합니다.  

할머니 친구가 지난 5월에 준 선물을 간직하고 있다는 표시를 몸으로 말해줍니다.

라일리가 할머니가 한국으로 떠날 때 놓고 간 인형들을 모두 챙겨 이층 벙크베드를 장식해 놓았습니다.

닭들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암탉을 9마리 키웠는데 그중 2마리가 수탉(감별사 실수)이었다고,
알을 낳기 시작하자 수탉 한 마리가 다른 수탉을 살기 힘들 정도로 못살게 굴어서 닭장의 평화를 위해 결국은 수탉 두 마리를 내 보내게 되었다고,
값으로 치면 엄청 나지만 그냥 sns 를 통해 원하는 사람이 가져가게 했다고,
그런데 그 수탉을 닭장에서 내 보내면서 다른 암탉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알 낳기를 중단했다고,
(그럼 그동안 낳았던 알이 유정란? 닭전문가(딸)가 아니었다는데...)
다행히 알 낳기를 멈추기 전 마지막 낳은 계란 한 개는 나를 위해 남겨놓았다며 노른자 사진 찍으라며 프라이를 해줍니다ㅋㅋ
색만큼 맛도 진합니다.  

정든 수탉 두 마리(제일 멋있었던)를 떠나보낸 슬픈 라일리를 위해 병아리 새끼를 16마리를 다시 키우기 시작했답니다.
(헐~ 2마리의 대체가 16마리? 닭 농장?)
처음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엔 모두 다 생존했답니다.
이제 4일 차인 병아리가 너무도 귀여워 모두 한참씩 들여다봅니다.
태어나서 하루 만에 라일리네로 온 병아리들은 95도에 시작해 매일 온도를 조금씩 낮추며 따뜻하게 해 줘야 생존한답니다.
16마리 모두 생존하기를 바라며...

알록달록 병아리들이 어떤 모양으로 자랄지 궁금합니다.

아기들은 사람이든 짐승이든 모두 이쁩니다.

병아리를 한 마리씩 꺼내 안아주며 이름을 지어줍니다.

할머니는 다른 병아리를 공격하는 놈을 꺼내 혼내줍니다.
영문도 모르는 병아리가 어리둥절합니다.

애완동물처럼 병아리 때부터 만져주며 키워선지 다 큰 닭들이 라일리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라일리 주변을 맴돕니다.

라일리가 어디에서 뭘 하든 참견하고 싶어 합니다.
분꽃을 따서 나팔을 불어주니 그 분꽃을 뺏으려고 따라다닙니다.

닭뿐 아니라 텃밭도 거의 농장 수준이기에 채소들이 감당이 안된다면서도 내년엔 더 많이 심겠다고 욕심을 부립니다.

고추종류가 수십 가지인데 함께 따라나가 내가 좋아하는 할라피뇨와 방울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큼지막한 수박이 두 개 열렸는데 먼저 열린 수박과 멜론은 쥐들이 파먹어서 아까웠다며 이번 것은 사수를 하겠다고 했는데 익을 때까지 무사하기를 바랍니다.

당근은 너무 촘촘히 심어서 크게 자라질 못했지만 그래도 먹어보자고 수확했습니다.

하루종일 할머니와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라일리가 ‘오늘이 내 생애에 제일 행복한 날’이라고 명명합니다.

“우리는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하고만 의미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특히 사랑은, 내 시간을 상대방에게 기꺼이 건네주는 일이다”
이기주 산문집 ‘한때 소중했던 것 들’ 중에서~
할아버지는 이번 40일동안 라일리와의 관계에 실패했습니다.  
다음 학기 강의 준비를 하면서 라일리와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시간을 희생했다고는 생각하며 라일리와 시간을 보낸게 아니라 그냥 자신의 일상을 살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옆지기는 이곳에 와 있으면서 라일리와의 관계도 사랑도 실패했습니다.
수컷이 도움이 안되는 게 아니라 태도가 문제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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