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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을이기엔 이른 토요일 아침, 가을 기운 드리운 듯한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집 앞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꽃으로 예쁘게 장식해 행렬을 지어 지나갑니다.
살아서 걷지 못했던 꽃길을 걷게 해 주나?
아님 살아서 걷던 꽃길을 죽어서도 걸으라는 건가??
누군가의 슬픔이 빗물처럼 눈물로 흘러 내리는 날입니다.

비 오는 날엔 뮤지엄에 가면 좋은데...
전에 내가 쉬는 주말엔 같이 뉴욕 거리를 걸으며 멋진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자고 돌싱녀가 제안했기에 이번엔 내가 먼저 살짝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녀에겐 내가 가고 싶은 현대 박물관(MOMA) 프리 패스도 있기도 해서...
그녀는 나의 주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응답이 왔고 토요일은 당신이 다른 일이 없는 한 뉴욕에 같이 다니고 싶다고 하십니다.
40년 차 뉴요커로 가이드도 해주시겠다시니 든든합니다.
게다가 그녀와 나는 성향과 코드까지 비슷하기에...
하지만 가족 행사도 다양하고 여행도 잘 다니는 듯한 데다 교회행사도 열심인 그녀가 토요일을 내게 내어주는 건 희생이 따를 듯합니다.
어차피 나는 늘 혼자이니 가끔은 둘이어도 고맙지만...  
그녀와 느지막이 시작한 우리의 하루 일정은 브런치 식당 찾는 것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모마 뮤지엄이 번화에 있기에 그 근처에 비싸지도 싸지도 않지만 분위기 있는 곳을 찾다가,
결국 아이들의 추천을 받은 지중해식 식당(AVRA greek restuarant)에서 나름 우아하게 식사를 했습니다.
지난번 뉴욕 외곽지역 여행 때 운전도 해주시고 피크닉용 음식도 준비해서 맛나게 먹었기에 내가 대접하겠다고 했는데 그럼 서로가 부담되고 가고 싶은 곳에 미안해서 못 간다며 그냥 1/N로 나누자고 해서 그렇게 따랐습니다.
멋진 식당에서 점심 3코스 요리를 먹었는데...
셋 아닌 둘(독신녀는 이틀 후 한국행을 위한 짐을 싸고 한동안 비울 집을 정리한다며 빠졌기에)이 이번엔 돌싱녀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느라  메인 요리는 사진이 없습니다 ㅋㅋ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이민 와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해선지 내게 없는 쿨한 면이 많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이혼을 했는데,
그 당시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주변의 은퇴한 친구들의 삐그덕 거리는 부부의 삶 이야기를 들으며 오히려 위로를 받는 답니다.

점심시간이 길어져도 문제가 되지 않는 여유가 감사했습니다.
마침 5번가에 자동차 진입을 막고 노동절 유니온 퍼레이드가 한참이어서 우리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해주니 고맙습니다. 

나 혼자 매번 지나다니던 길 사이에 록펠러 센터가 있었는데 여태 그걸 스쳐 지나간 것도 신기합니다.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에 가겠다고 미뤄놓기도 했었긴 하지만...

스크린에 담긴 모델들의 런웨이가 남녀노소의 런웨이 체험장이 됩니다.
한 겨울엔 이 사람들의 놀이터가 스케이트장이 된다는데...

중간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는 수많은 호기심 덕에 모마에서는 조금씩 달라진, 지난번에 미처 나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던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만 둘러보았음에도 저녁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기존 분위기와는 다른 크림트
형이상학으로 가기 전 피카소
늘 알던 그림 아닌 입체로 표현한 달리

혼자가 아니어서 누릴 수 있었던 모든 것을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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