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눈이 많이 와서 오가는 비행기가 계속 연착됩니다. 12시에 출발해야 할 비행기가 도착하질 않아서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는 아마 2시반쯤 출발하게 될 거라고 예측만 합니다. 같은 비행기를 기다리는 곁에 있던 중년 커플과 중년 남자 한 명과 대화를 나눕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티브이에 나오는 코메디언처럼 웃음을 선사합니다. 그러더니 2시간을 이렇게 서서 기다릴 수 없으니 근처에 당신들이 방금 다녀온 '바'엘 같이 가자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술을 못 마신다고 했더니 그럼 물이라도 마시라며 적극적으로 권하기에 호기심에 따라갑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듯 모를듯 코미디처럼 소개합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으니 뭐라고 자신을 포장해도 확인할 길이 없으니 상관이 없다며 ㅋ..
두 주의 호텔 육아가 끝나고 이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딸 내외는 일터로 손녀는 학교로 돌아가면서 나와는 다르게 당연한 일인 듯 쉽게 이별을 합니다. 그렇게 아쉬움과 미련은 오롯이 내 몫이 됩니다. 딸아이 회사가 공항 근처라 공항 내 호텔에 머물렀기에 떠날때 혼자 갈 테니 다시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일손이 많이 부족해 실제 해야할 일보다 사람들 매니지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며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멀리 사는 내게 두주동안 아주 비싼 베비 시팅 비용(거의 2천 불)을 지불하면서 까지 도움을 요청을 해야 했던 딸아이의 상황은 집에 돌아가도 자꾸 눈에 밟힐듯합니다. 아침에 급하게 나서면서 중요한 물건을 놓고 갔기에 내가 나가면서 로비에 맡겨..
아빠와 병원에 첵업을 다녀온 라일리가 기분이 좋습니다. 기세를 몰아 딸아이는 외식을 하고 싶어 합니다. 얼마 전에 회사 동료와 같이 갔었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호텔에서 배달음식만 먹는 엄마와 딸에게 미안하다며, 사실 우리는 괜찮은데... Schezuan Mansion Hotpot 이라는 중국식 샤부샤부 식당입니다. 중국 특유의 향이 어울어진 독특한 맛이었습니다.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이 합쳐진 휴전 맛이 나는 핫팟 디너에 모두 만족했습니다. 라일리까지 맵지 않은 국물에 끓여준 국수와 부드러운 양고기를 잘 먹었습니다. 하루하루가 가는 게 아쉬운듯한 딸아이의 마음을 손녀는 알고 있을까?
오늘도 어김없이 호텔 육아가 시작되었습니다. 손녀는 어젯밤 일찍 잠들었음에도 아침에 일찍 출근했다 일찍 퇴근하겠노라고 7시 전에 출근하는 엄마를 못 보고 여유 있게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리고는 오늘은 룸서비스대신 카페에 직접 가서 먹으시겠다 합니다. 어제 딸에게 손녀가 과일잼 바른 와플을 꽤나 잘 먹는다고 했더니 단 쨈을 왜 먹였냐고 놀랍니다. 어제 이미 맛을 본 손녀는 오늘도 또 와플에 과일잼을 기대합니다. 해독(Detoxic)은 내가 떠난 후 부모의 몫이 될 것입니다. 먹고 노는 것이 삶인 터들러와 오늘도 끊임없는 놀이가 이어집니다. 인형들과의 생일파티, 정원 꾸미기, 병원놀이... 간식시간엔 엄마가 사다 놓은 올개닉 팝시클을 살짝 녹여서 가짜 스무디를 만들어 줍니다. 학교 다니면서 집에 가는 길에 ..
시댁도 친정도 멀리 떨어져 사는 딸 내외가 터들러를 데리고 외식이나 저녁 나들이를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보통은 베비시터에게 맡기고 외출을 하기도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어제 오전에 딸아이에게서 조심스럽게 문자가 옵니다. 사실 전날 뭔가 머뭇거렸던 것이 이 일인가 봅니다. 말로는 내게 미안해서라지만 유별난 육아방식 때문에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그들만의 망설 임일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터들러의 울음 앞에서 가끔 인내심을 잃기도 하지만 묘하게 할머니의 심리를 이용하는 손녀와의 전쟁은 승낙을 한 내 몫입니다. 딸 내외가 손녀에게 데이트 나잇을 선포하고는 보상심리로 호텔 바로 옆 건물 멋진 식당에서 손녀가 제일 좋아하는 맥&치즈를 투고해주고는 마지막으로 내게 행운을 빌며 나섭니다. 작년에 왔을 때도..
호캉스가 아닌 호텔 육아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오래전 시작된 미니멀리즘에 익숙해진 탓인지 호텔에서 지내는 시간들은 힘들지 않습니다. 다행히 손녀도 나가는 것보다 집에서 꼬물거리며 노는 걸 좋아합니다. 날이 춥고 꽁꽁 언 상태여서 나가자고 해도 문제일텐데 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호텔 카페에 가는 것보다 방에서 룸써비스(할머니표)받는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먹는 것보다 노는 걸 더 좋아합니다. 먹어야 놀 수 있어서 첨엔 억지로 먹고 그 다음엔 맛있어서 두 번째까지 먹긴 하지만 말입니다. 장난감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이야기를 만들기에 충분하도록 다양합니다. 페인팅하는 장난감의 변천사도 대단합니다.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려다 특별한 걸 만들어줬습니다. 이렇게 신나게 놀다가도 엄..
가족 모두가 함께했던 주말을 지내고 각자 일터로 돌아갔습니다. 손녀와 할머니 데이가 다시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제 서로 조금 익숙해지니 서로를 참아주지 못해 4살 손녀와 64살 할머니는 전쟁 중입니다. 4살 손녀는 울음 작전으로 할머니를 컨트롤합니다. 어른처럼 대화를 하다가 자기가 불리해지면 이내 엄마를 찾으며 와락 울음을 터뜨립니다. 지난 주말 아파서 좋아하는 영상을 많이 틀어줬는데 아프지 않은 때임에도 영상을 보려고 실랑이를 합니다. 64살 할머니의 협박과 회유도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행히 엄마가 퇴근해서 바톤 터치를 합니다. 우리 시대엔 미운 일곱 살이었는데 지금은 미운 네 살이라고 지인들이 입을 모읍니다. 그러다 다시 예쁜 짓을 하면 언제 전쟁이었냐는듯 평화가 옵니다.
딸네가 14개월 전 예쁘게 지어서 10여 년을 살던 집을 갑자기(?) 팔고는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땅을 구입해 농장이 있는 집을 짓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삼 에이커의 땅 중에서 한 에이커만 쉽게 구하고 나머지 두 에이커는 아직도 결론이 나질 않아 함께 나무를 자르고 집 지을 터전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지연되는 중입니다. 가운데 일 에이커는 작년 초에 이미 소유되었고 왼쪽에 진행되는 일 에이커 땅은 서류상 작업만 남았고 오른쪽 땅은 오랫동안 버려진 땅으로 국가 소유가 되어버려 경매를 거쳐야 하는 땅이기에… 기다리다 최근에 나무를 모두 자르고 집 지을 준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어차피 가운데 소유된 땅에 집을 지을꺼니까 양옆에 있는 땅의 나무는 미리(?) 잘라주었답니다. 처음 국가 소유의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