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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도 친정도 멀리 떨어져 사는 딸 내외가 터들러를 데리고 외식이나 저녁 나들이를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보통은 베비시터에게 맡기고 외출을 하기도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어제 오전에 딸아이에게서 조심스럽게 문자가 옵니다.
사실 전날 뭔가 머뭇거렸던 것이 이 일인가 봅니다.

말로는 내게 미안해서라지만 유별난 육아방식 때문에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그들만의 망설 임일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터들러의 울음 앞에서 가끔 인내심을 잃기도 하지만 묘하게 할머니의 심리를 이용하는 손녀와의 전쟁은 승낙을 한 내 몫입니다.
딸 내외가 손녀에게 데이트 나잇을 선포하고는 보상심리로 호텔 바로 옆 건물 멋진 식당에서 손녀가 제일 좋아하는 맥&치즈를 투고해주고는 마지막으로 내게 행운을 빌며 나섭니다.

코로나가 아무리 우리를 위협해도 맥&치즈를 픽업하려고 기다리는 동안 많은 손님들이 오고갑니다. 그 모습을 보고 떠나기 전날 저곳에서 외식을 하자고 하지만...
패스트 푸드 식당과는 다르게 맛나 보이는 오븐에서 갓 나온 맥&치즈를 정말 맛있게 먹습니다.

작년에 왔을 때도 부모 없이 잠든 날이 있긴 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말을 잘 들을 때여서...
몇 개월 사이에 어른처럼 말을 하는 손녀가 신기하기도 하지만,
말을 잘 한다는 건 할머니를 말로 이기려 하는 것이기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어른의 주권으로 야단을 치면 이내 터들러가 되어 울음을 터뜨리고 난 또 그걸 이기지 못합니다.
그렇게 두 주동안 라일리는 할머니의 치마폭에서 자신의 욕구를 채웁니다.
할머니 없는 시간을 다시 적응하려면 아마 그때쯤엔 할머니가 그리울지도 모릅니다.

잘시간이 되어 양치를 하고 더 놀고 싶어 살짝 실랑이를 벌이다 ~
이내 잠이 듭니다. 혼자 잠드는게 싫은지 인형들을 몽땅 데리고 잡니다.

느지막이 들어서는 딸아이는 피곤하지만 행복해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분신인 사랑하는 라일리의 잠든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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