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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도 친정도 멀리 떨어져 사는 딸 내외가 터들러를 데리고 외식이나 저녁 나들이를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보통은 베비시터에게 맡기고 외출을 하기도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어제 오전에 딸아이에게서 조심스럽게 문자가 옵니다.
사실 전날 뭔가 머뭇거렸던 것이 이 일인가 봅니다.
말로는 내게 미안해서라지만 유별난 육아방식 때문에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그들만의 망설 임일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터들러의 울음 앞에서 가끔 인내심을 잃기도 하지만 묘하게 할머니의 심리를 이용하는 손녀와의 전쟁은 승낙을 한 내 몫입니다.
딸 내외가 손녀에게 데이트 나잇을 선포하고는 보상심리로 호텔 바로 옆 건물 멋진 식당에서 손녀가 제일 좋아하는 맥&치즈를 투고해주고는 마지막으로 내게 행운을 빌며 나섭니다.
작년에 왔을 때도 부모 없이 잠든 날이 있긴 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말을 잘 들을 때여서...
몇 개월 사이에 어른처럼 말을 하는 손녀가 신기하기도 하지만,
말을 잘 한다는 건 할머니를 말로 이기려 하는 것이기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어른의 주권으로 야단을 치면 이내 터들러가 되어 울음을 터뜨리고 난 또 그걸 이기지 못합니다.
그렇게 두 주동안 라일리는 할머니의 치마폭에서 자신의 욕구를 채웁니다.
할머니 없는 시간을 다시 적응하려면 아마 그때쯤엔 할머니가 그리울지도 모릅니다.
느지막이 들어서는 딸아이는 피곤하지만 행복해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분신인 사랑하는 라일리의 잠든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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