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국 후 지난 5개월을 AAA에서 발급받은 국제 퍼밋을 가지고 지냈습니다.그러다가 오늘 드디어 제가 살고 있는 용인 운전면허시험장에서 한국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습니다.저 같은 역이민 새내기에게 도움이 됐으면 싶어서...먼저 면허시험장에 전화(1577-1120)해서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습니다.서류 제출하기 전 혹시나 옛날 면허증이 살아있는지 확인했더니 혹시나가 역시나 였습니다.(긴 시간 후에도 면허증 기록이 남아 있는 분은 아마도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봅니다)재외동포 운전면허증 발급을 위한 준비서류입니다.1. 거소증2. 미국 면허증3. 아포스티유 또는 *미국 면허증 사실 증명 공증서(미 대사관에서 발급)4. 미국 여권5. 출생부터 현재까지 출입국 사실 증명서(동네 행정센터에서 발급)6. 사진 3매(..
옆지기가 차를 가지고 일하러 다니니 나는 어쩔 수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보통은 차로 가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간이 두 배로 걸립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어제는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선으로 생생 달리는 기분은 세상을 다 가진 듯했습니다. 10여 년 만에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지인을 만나러 가면서는 동네 버스를 탔습니다. 출퇴근시간이 지나면 자리가 여유로워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으면서 가는 여유도 부릴 수 있습니다. 참, 지난 주말 언니네 갈 땐 광역버스 이층 맨 앞자리에 탔더니 구름을 타고 날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도착해서 자랑했더니 한 술 더 보태는 언니, 이층 버스를 밤에 타면 야경도 기가 막힌 다며 유혹을 합니다. ..
차장밖으로 본 문구에 뭉클했습니다.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그렇게 봄을 알리는 산수유가 이제 활짝 피었습니다. 노란빛이 울 손녀의 여름 장화를 연상시킵니다. 겁도 없이 자기 키보다 열 배는 높은 나무에 올라갑니다. 누구를 닮이 저렇게 용감한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아닙니다. 손녀의 놀이터는 아직 빈 공간이 많습니다. 농장 품은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여전히 비포장도로입니다. 며칠 전에 유치가 빠졌다며 자랑스럽게 보고합니다. 이제 점점 애기티를 벗어내고 있습니다. 농장에서 채소는 물론 돼지 닭 알파카 등등 동물을 키울 거라며 먼저 병아리 10마리를 데려왔답니다. 한 마리당 일 년에 500여 개의 알을 낳는다며 김칫국부터 마십니다. 알부자라나 뭐라..
미국 살 땐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어도 한국의 봄꽃을 볼 기회는 제로였습니다. 올해도 못 볼뻔했지만 변경된 황혼 육아 스케줄로 봄꽃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첨으로 청솔밴드에서 주최하는 ‘광양 매화축제’ 국내 패키지여행을 기대반 호기심반으로 다녀왔습니다. 160 명인 줄 알았던 신청자가 다른 기차역에서도 조인하게 되어 320명이라니 더 놀랍습니다. 게다가 서울역 이층 대합실엔 우리 여행사 말고도 다양한 이름의 여행사 깃발들과 함께 들뜬 여행객들이 많았습니다.우리가 타야 하는 이트레인(교육열차)의 정비가 늦어져 30분 지체한다기에 이른 아침 집에서 출발하느라 마시지 못한 커피로 느긋함을 가져봅니다.이트레인은 과거 새마을 호를 교육용으로 개조해 수학여행이나 이렇게 패키지여행으로 이용한답니다. 5시간 동안..
선물은 가치를 넘은 마음의 표현입니다. 여유가 있어서? 아니 그건 마음이 따라줘야 합니다. 내게 때를 따라 선물을 주던 친구가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꼭 필요한 선물을 하는지 받으면서 감동만 했습니다. 어쩌다가 그녀의 좋은 날 작은 선물이라도 하면 바로 몇 갑절로 다시 돌아오곤 했습니다. 얼마 전 이젠 내가 베풀고 싶은 마음에 언제든지 한국 나오면 주민모드로 달려가 맛있는 거 많이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나는 그녀의 선물을 받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 쿠팡으로 선물을 주문해서 우리 집 문 앞에 배달을 시켰습니다. 한국 방문하면 오라고 준 주소를 이렇게 사용하다니... 보고 싶은 마음을 대신하는 거라는 말에 코끝이 찡합니다. 그래선지 그녀의 주변엔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참 많습..
아침 햇살이 창문을 두드리는 화창한 봄 날입니다. 뒷마당에 찾아온 까치가 열심히 먹이를 찾는 줄 알았더니 집을 지으려는지 입안 한가득 풀을 물고 떠납니다. 그렇게 서너 번을 다녀가갑니다. 건축학 공부를 하지 않아도 집을 잘 짓는 새들이 신기합니다. 햇살을 반기는 우리 집 화초들이 아우성입니다. 물이 적당히 필요한 호주매화를 다육이로 취급했더니 드라이플라워가 되었습니다.드라이플라워를 털어내니 아직 살아있는 꽃들이 슬픈 표정으로 물을 달라고 합니다.물을 듬뿍 주다가 아예 샤워까지 시키니 이제야 생기가 돕니다. 조마조마한 ‘아악무’는 이미 아악~중입니다. 햇살이 많이는 아니어도 꾸준히 들어오는데, 좀 더 따뜻해지면 생기를 얻으려나... 자꾸 아악거리는 아악무에게 미안합니다. 미안해하는 내 마음을 최갑수 작가가..
한낮의 기온이 섭씨 15도까지 올라갑니다. 6개월이 겨울인 곳에서 살다 온 내게 오늘 같은 날은 여름입니다. 지난주 별내 언니네 동네에서 만났던 이 피 끓는 젊은이도 나처럼 추운 나라에서 왔나 봅니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아아’까지 들고서...ㅋㅋ나뭇가지에 물이 올랐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뒷동산에 올랐습니다. 부지런한 건강 챙김이들이 맨발 걷기를 합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둘리’는 세 번을 마주쳤는데도 곁을 주지 않습니다. 귀여워서 만져주고 싶었는데...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새들은 짝짓기를 하느라 모두 재잘재잘 분주합니다. 나선김에 도서실에 가서 책도 빌리고 화단의 화초들이 얼마나 자랐나 확인도 했습니다. 원했던 책이 대출 중이기에 두리번거리며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을 읽다가 집에서 끝내려고 들고..
나의 역이민을 누구보다 반가워해준 친구,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지 6개월 즈음에 황혼육아로 다시 미국에 들어가야 하는 나를 아쉬워하는 친구가 바쁘고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이렇게라도 달려오지 않으면 백만 가지 이유가 우리를 만나지 못하게 할 것 같다며... 내게 차가 있으면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 있지만, 덕분에 우리 동네 맛을 즐길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나와 함께 먹으려고 커피와 빵까지 절제한 친구와 브런치 식당인 ‘The View 17'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비싼 코스요리는 아니더라도 점심 특선으로 양송이 수프로 시작했는데 셰프가 천연조미료로 요리를 한다는 소문은 우리의 입맛에 풍미를 더했습니다.조개류에 앨러지가 있는 친구를 위해 파스타는 해물이 일도 없는 버섯과 치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