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역이민을 누구보다 반가워해준 친구,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지 6개월 즈음에 황혼육아로 다시 미국에 들어가야 하는 나를 아쉬워하는 친구가 바쁘고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이렇게라도 달려오지 않으면 백만 가지 이유가 우리를 만나지 못하게 할 것 같다며... 내게 차가 있으면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 있지만, 덕분에 우리 동네 맛을 즐길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나와 함께 먹으려고 커피와 빵까지 절제한 친구와 브런치 식당인 ‘The View 17'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비싼 코스요리는 아니더라도 점심 특선으로 양송이 수프로 시작했는데 셰프가 천연조미료로 요리를 한다는 소문은 우리의 입맛에 풍미를 더했습니다.조개류에 앨러지가 있는 친구를 위해 파스타는 해물이 일도 없는 버섯과 치즈가 ..

집 앞 기흥호수를 여러 번 잠깐씩 걷긴 했지만 완주는 못했습니다. 먼저는 10킬로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둘레길이 여전히 공사 중이라기에 길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착각했습니다. 사실 추운 겨울에 우리 집을 시작으로 양쪽을 모두 가 보긴 했습니다. 둘레길에 사람이 없었던 것도 원인이었겠으나, 오른쪽은 큰 도로와 연결되는 듯해서 포기했고, 왼쪽길은 표지판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 보니 큰 도로가 나오면서 둘레길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알고 보니 표지판이 어긋나 우리를 다른 길로 인도했던 겁니다) 그리곤 멈춘 둘레길 주변의 식당과 수상골프장 그리고 다육이 하우스에 눈길을 빼앗겨 거기까지만 걸었던 겁니다. (그래서 기찬짬뽕집과 다육이집을 발견했으니 그리 나쁜 헤맴은 아닙니다) 한 주 일..

아직도 현역인 친구가 백수인 나를 배려해 날을 비웠습니다. 가고 싶은 곳을 묻기에 청량리 ‘경동시장‘을 언급하니 의외라는 듯 재차 묻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가 자랐던 동네에서 멀지 않아 익히 잘 알고 있던 곳,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더 이상 내가 알던 곳이 아닙니다. 아버님이 마지막으로 머무셨던 성모병원과 멋 모르고 지나다녔던 588 자리는 건물들 숲으로 변했습니다. 시장 입구는 새로운 간판으로 우리를 반겨줍니다. 좌판 시장 골목이 이제는 모두 상점으로 들어가 더 이상 재래시장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우리의 정서가 남아 있습니다. * 50년 전 울 시엄니는 이곳에 좌판 식당을 하나 운영하셨는데 당시 그 권리금이 강남의 작은 아파트 값과 맞먹었다는 아스라한 기억도 있습니다. 훗날 그 권리금조..

한국에 와서 옆지기는 경차를 타고 나는 BMW(bus-metro-walk)를 탑니다. 은퇴를 반납한 옆지기는 일을 하느라 할 수 없이 차를 타고 다니지만 일상이 여행인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얼마 전에 자동차로는 그리 멀지 않은 길을 대중교통으로 멀리 다녀왔습니다. 출근시간이 지난 버스는 한가해 편하게 앉아서 다닐 수 있습니다. 갈아탄 전철에선 강아지와 함께 탑승을 했습니다. 강아지가 긴 시간을 잘 견뎌내니 대견합니다. 그리고 물건을 파는 사람의 물건을 사 주기도 했습니다. 사주는 마음으로 산 돋보기가 나쁘지 않습니다. 천천히 걸어 다니면 볼거리가 참 많습니다. 자연을 보호하려는 손길들이 다양합니다. 어느 병원의 심오한 글귀에 감정이입도 했습니다. 병원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사명감에 감동도 하면서...

추위가 아무리 샘을 부려도 봄은 찾아옵니다. 가지치기로 단장한 나무의 곁가지로 꽃이 올라옵니다. 자연의 신비를 기다리는 마음에 자꾸 들여다봅니다. 버스 타고 지다던 길에 어딘지 또 뭐 하는 곳인진 알 수 없으나 누군가가 내 마음을 표현해 놨기에 감동하며 담아왔습니다.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 넓은 땅에 집이 세워지니 조경을 시작한 딸과 손녀의 분주함에 내 마음도 설렙니다. 하지만 트리하우스를 지으려 전기톱을 들고 나무에 오른 딸과 엄마따라 나무에 오른 손녀의 사진에 간담이 서늘합니다. 이제 5개월이 막 지난 손자를 데리고 외식을 했답니다. 누구를 닮았는지 얌전하게 잘 있어줘서 아들 내외가 저녁을 맛나게 먹었다지만 이암이를 향한 미안함은 할머..

* 칭찬받을 한국의 치안 굶식이 폭식으로 이어지면서 저녁 먹은 속이 더부룩해 밤이 늦었지만 동네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미국, 특히 시골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짓(?)을... cctv 가 제 몫을 하지만 한국의 치안을 칭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고 나쁜 인간들이 가끔 있다고는 하지만...* 칭찬받을 사거리 건널목 이왕 나간 김에 조금 더 걸어 이마트도 다녀왔습니다. 보행자의 안전을 염두에 둔 건널목을 칭찬하면서... 일본에서도 보긴 했지만 누가 먼저든 ‘뭣이 중한디~’ 좋은 건 서로 공유하면서 사는 글로벌 시대니까~ 야심한 밤에 잠깐 나갔다 온다더니 한참만에 돌아온 나를 혹시 걱정했을까 봐 밤산책이 전혀 무섭지 않았었노라고 했더니 열지기가 웃으면서 놀립니다. “누군가에겐 할머니 당신이 더 ..

집중강의를 시작으로 옆지기의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운전하기 싫어하는 옆지기가 한 시간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기 버거워 관사에서 머물기로 했습니다. 이번주는 삼일절 연휴로 목요일에 집에 오기로 했는데... 집 떠나 지내면서 감기 몸살이 걸렸답니다. 전날 목에서 개구리 소리가 나서 한 학생이 감기약을 사다 줬다며 가능하면 당신을 데리러 오랍니다. 아니 왜 은퇴하고 다시 일은 시작해서 고생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옆지기 없는 동안 홀로 자유로웠으니 흔쾌히 다녀왔습니다. 집에 와서 약도 사다 주고 소고기 야채죽도 끓여주며 회복을 도왔습니다. 그때 그 죽을 나도 같이 먹었어야 했는데...벙개에서 먹은 생굴로 좋지 않았던 내 속은 결국 탈이 났고 게다가 삼일절 만남을 위해 추위 속에서 떨며 강제 굶식까지 하고 난..

삼일절 공휴일에 시내엘 나갔습니다. 백수는 토요일이 삼일, 일요일이 4일이라고는 하지만 나에게 날을 맞출 수는 없으니... 서로의 말실수로 이어진 섭섭함을 용서와 화해로 풀기 위해서였습니다. 게다가 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사촌 동생을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삼일절 시위가 열리는 광화문에서 만나자는 이모의 의도 속에는 내게 당신이 얼마나 애국자인가를 보여주기 위함도 있습니다. 그런데... 약속장소인 시청으로 나가는 광역버스가 좌석버스이기에 자리가 없으면 태워주지 않습니다. 12시 점심약속에 맞춰 집에서 출발했는데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임에도 여전히 나는 용인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집 앞 버스를 못 타고 다른 정류장으로 이동하며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은 지하철을 타고 뱅뱅 돌아 집 떠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