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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친구와 함께(감사 770)

매일 감사 2024. 3. 12. 13:04

나의 역이민을 누구보다 반가워해준 친구,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지 6개월 즈음에 황혼육아로 다시 미국에 들어가야 하는 나를 아쉬워하는 친구가 바쁘고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이렇게라도 달려오지 않으면 백만 가지 이유가 우리를 만나지 못하게 할 것 같다며...
내게 차가 있으면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 있지만,
덕분에 우리 동네 맛을 즐길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나와 함께 먹으려고 커피와 빵까지 절제한 친구와 브런치 식당인 ‘The View 17'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비싼 코스요리는 아니더라도 점심 특선으로 양송이 수프로 시작했는데 셰프가 천연조미료로 요리를 한다는 소문은 우리의 입맛에 풍미를 더했습니다.

조개류에 앨러지가 있는 친구를 위해 파스타는 해물이 일도 없는 버섯과 치즈가 들어간 담백한 스파게티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오징어 먹물 리소토를 시켰는데...
이런 그 속에 오징어는 물론 전복과 조개 그리고 홍합까지 해산물이 푸짐합니다.

최근엔 조금씩 먹어보는 중이라고 하니 걱정은 잠깐 긴 즐거움으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향이 진한 커피가 우리의 식사를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습니다.  

브레이크가 없는 식당이었지만 우리가 마지막 손님인듯해 아쉽지만 일어섰습니다.
들어갈 때 스쳐 지나갔던 식당의 정갈함에 우린 여전히 머뭇거립니다.

웬만해선 화장실을 가지 않는 내게 다녀온 친구가 가보라고 권하기에 갔더니,
화장실 너마저...ㅋㅋ

들어갈 땐 계단을 이용했지만 게으른 몸(ㅋㅋ)을 엘리베이터에 싣고 내려가려다가 4층에 ‘이든’이라는 가게가 있다기에 올라가 봤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우와~ 그곳은 우리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도자기를 포함한 크고 작은 소품들이 가득한 빈티지 상점이었습니다.

배경음악도 우리의 추억을 되돌리기에 충분한 7080 팝송이어서 어깨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고급진 장식품 도자기는 도공의 수고로 비쌌고,
빈티지 소품들도 핸드메이드이거나 수입품이라 비쌌고,
옷들은 구제품이라 쌌지만 우리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머리가 긴 남자 사장님이 우리의 구경을 절대 방해하지 않아 줘서 긴 시간을 눈요기만 하고 나왔습니다.
주차장으로 가다가 우리의 발걸음이 팥빙수 간판이 커다랗게 있는 ‘빈즈 소셜하우스’에서 멈춥니다.
둘 다 팥빙수를 심하게 좋아해서...  
기온이 낮진 않았지만 해가 빛을 잃어 스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카페의 대표 메뉴인 팥빙수를 먹는 사람은 우리뿐이었지만,
달지 않아서 고소해서 우리는 마지막 스푼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또 다음을 기약하며 차가 밀리기 전에 출발한 친구는 가다가 졸음센터에서 잠깐 눈을 붙였고,
이른 새벽에 깬 나는 소파에 누워 모처럼 낮잠을 푹 잤습니다.
그냥 함께 앉아만 있어도 좋은 친구인데 근사한 점심과 좋아하는 팥빙수를 먹고 특히 외국의 휴양지에서나 만날 법한 상점에서 구경까지 해선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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