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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현역인 친구가 백수인 나를 배려해 날을 비웠습니다.
가고 싶은 곳을 묻기에 청량리 ‘경동시장‘을 언급하니 의외라는 듯 재차 묻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가 자랐던 동네에서 멀지 않아 익히 잘 알고 있던 곳,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더 이상 내가 알던 곳이 아닙니다.
아버님이 마지막으로 머무셨던 성모병원과 멋 모르고 지나다녔던 588 자리는 건물들 숲으로 변했습니다.

시장 입구는 새로운 간판으로 우리를 반겨줍니다.
좌판 시장 골목이 이제는 모두 상점으로 들어가 더 이상 재래시장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우리의 정서가 남아 있습니다.
* 50년 전 울 시엄니는 이곳에 좌판 식당을 하나 운영하셨는데 당시 그 권리금이 강남의 작은 아파트 값과 맞먹었다는 아스라한 기억도 있습니다.
훗날 그 권리금조차 받지 못하고 툴툴 털고 나오셨다는...

나는 농산물의 미국 가격과 친구는 최근의 가격과 비교하면서 ‘비싸다 비싸다’를 연발하면서 점심을 먹기 위해 ‘남원통닭’ 집을 찾았습니다.
SNS에서 소개됐고 특히 가수 성시경이 찾아가 영상을 찍으며 먹어서 더 유명해졌다는 닭 튀김집입니다.
내 맘을 소개해준 친절한 유투버의 영상을 소개합니다.
https://youtu.be/_dXTEXzEEG4?si=Kir0KLA4KyX8aBUK
너무 유명해져서 별관까지 지은 그곳을,
손님들이 다녀간 흔적들을 벽지로 남겨놓은 그곳에,
웬만해선 튀김요리를 잘 먹지 않는 내가 그곳을 찾았습니다.  

사진을 거부하는 내게 지금이 가장 예쁠 때라며 찍어줍니다.
예쁜 그녀의 마음을 속아주기로 합니다.

경험자를 따라 우리도 ‘반반’을 시키니 요렇게 이쁘게 나옵니다.
닭튀김에 그냥 닭만 있는 게 아니라 똥집은 물론 야채와 떡까지 튀겨 나옵니다.
싸이드로 나온 무, 배추, 청양고추 절임도 일품이어서 몇 번을 리필했습니다.

빈자리가 없이 계속 회전이 되니 기름도 그렇게 회전하기를 믿는 마음으로 흘낏 훔쳐봤습니다.

청과물, 수산물, 건어물... 항목별로 정리된 골목골목을 구경하면서 우리의 발길은  ’ 경동 1960‘으로 향했습니다.
2층 옛 극장 건물을 개조해서 별다방을 열었다는데 그 많은 좌석의 빈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이 꽉 차있어 놀랐습니다.
그것도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한참 동안 자리를 찾아 헤매며 사진만 열심히 찍다가 겨우 빈자리를 찾아 커피와 후식을 보듬어 안고 앉았습니다.

이야기보따리를 한참 풀다보니 커피는 식었고 우리의 마음은 따듯해졌습니다.
그 열기를 안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별다방 반대편 입구엔 금성사 수리점이 이웃해 있습니다.
우리 같은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멘트가 걸려있습니다ㅋㅋ

한쪽 벽면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바뀌는 멋진 영상을 감상도 하고 사진에 담기도 하면서 K-기술도 맘껏 칭찬했습니다.

경동시장이 더 이상 재래시장이 아니었습니다.
재래시장이 더 이상 어른들만의 소유가 아니었습니다.
전통 시장이 나와 그녀에게 기분 좋은 일탈을 선물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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