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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이 사랑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을’입니다. 주일 오후 옆지기의 회의가 길어질듯해 기다리는 시간에 ’타겟‘에서 스트롤링을 하다가 작년에 손녀에게 사주고 싶어 했던 편한 신발을 발견했습니다. 핑크색을 좋아하는 5살짜리 손녀의 허락을 받기 위해 그녀의 엄마에게 다른 색을 사도 되는지 사이즈는 12가 맞는지 의뢰를 했습니다. 작년엔 핑크색이 있었지만 사이즈가 없어서 못 사줬는데, 올해는 사이즈는 있지만 색이 다릅니다. 우리의 인생같이 이것조차 엇박자입니다 ㅋㅋ 다른 색 신발을 좋아하게 하려는 바램으로 같은 색 인형도 카트에 담았습니다. 다행히 손녀는 할머니의 바램을 알아주는 듯 할머니가 좋아하는 그린색이라며 기꺼이 허락해 주더랍니다. 또 하나의 사랑이 그렇게 흘러갑니다. 후기, 발레를 배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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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떠난 분을 돕기 위해 우리의 떠남을 잠시 유보합니다. 3주 전 옆지기가 뜬금없이 ‘우리 멕시코 시티에 가서 일주일 동안 살다올까?’ 하더니 혼자 알아서 비행기와 숙소까지 모두 예약을 했습니다. 나야 일 따라서 팬데믹임에도 불구하고 국내든 한국이든 여기저기 다녔지만 끊임없는 일에 지친 옆지기는 부활절 전후로 바빠지기 전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간절했던 모양이었습니다. 그는 병약한(?) 그의 옆지기를 배려하는 척 국내처럼 갈 수 있는 따뜻한 남쪽 나라인 멕시코 씨티엘 데려가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주 동안 우리의 대화는 기승전 멕시코일 만큼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바쁜 옆지기대신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내가 멕시코 시티 배낭여행 가이드를 해도 될 만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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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제에 이어 햇살이 크리스피(바삭바삭)합니다. 그동안 시름시름하던 식물들이 생기가 돕니다. 무슨 이유인지 친구가 보내준 허브 농장은 실패했고, 그 화분은 다육이 인큐베이터가 되었습니다. 연초에 길게 뻗어 길길이 자라는 다육이가 성가셔서 화분에 똬리를 틀면서 떨어뜨린 잎들을 화분에 쿡쿡 찔러 놨었는데, 화분들을 따사로운 창가로 옮기며 확인해 보니 모두 뿌리를 내립니다. 겨울을 잘 이겨내서 대견하긴 하지만, 없애고 줄여야 할 식물들을 쓸데없이 이렇게 자꾸 키웁니다. 일주일 전 소가 부족해 실패한 줄 알았던 포기김치가 익으면서 짜지 않아 샐러드처럼 먹을 수 있어 대성공입니다. 맛을 본 옆지기도 제법이라며 믿기 어렵다는 표정입니다. 흥~ 나만의 비법이 있는 걸 아직 모르는 군^^ 뭐든 반복하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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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꾸 우리 곁을 떠납니다. 어젯밤엔 지난 3년 동안 뇌암으로 고생하시던 우리 또래 권사님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녀는 우리와는 친분이 있기도 전에 지병을 얻었고, 우린 주로 투병기간에 뵈었기에 이전 이야긴 풍문으로만 들었습니다. 주위에서 듣는 그녀의 소문난 부부 금실 이야기는 웬만해서 아무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너무도 애틋해서 마치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뇌 수술 전후로 머리가 빠져 힘든 상황임에도 남편에게 맨머리를 보이지 않으려고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서도 반드시 가발을 쓰셨다는 권사님 이야기가 그중 하나입니다. 집안에서는 야만인으로 살고 있는 나를 당황케 하는 이야기입니다. 병중에서도 절대로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남편에겐 언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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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 한 분이 담석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동안 도움 받은 분들께 한 턱(?)을 내신다며, 머~얼리 떨어진, 화교가 운영하는 식당(yu's madarin)으로 초대를 하셨습니다. 이 식당은 창문 너머로 세프들의 불쇼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우스운 자장면이 이곳에선 30분 운전하고 가서 먹을 만큼 특식입니다. 1차로 우리는 그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양장피를 먹었습니다. 2차는 바로 옆에 있는 핸섬(handsome) 베이커리에서 커피 빙수까지 먹었습니다. 겨울이 오면서 멈췄던 빙수를 봄이 오는 소식과 함께 다시 서빙을 합니다. 못 먹어봤던 커피 빙수를 시켰는데 눈꽃도 커피색이고 에스프레소까지 한 잔 곁들여 나옵니다. 한참의 이야기꽃을 피우고 모두 헤어진 후 소화도 시킬 겸 혼자서 근처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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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친아의 잔소리 조기교육을 위해 아들을 중학교 때 홀로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 지인과 통화를 하면서 빵 터졌습니다. 그 어린 아들이 잘 성장해 좋은 대학에서 학위를 마치고 미국 여인과 결혼을 해서 이제 곧 손자의 출산을 앞두게 되었답니다. 며눌님의 산후조리를 돕기 위해, 며눌님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아들과 전화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답니다. 한 시간 가까이 공부하는 동안 그 아들 영어 선생님의 잔소리가 장난이 아니더랍니다. 마치 우리가 자녀에게 하던 잔소리를 되받는 기분이었답니다. “영어를 배우려면 아시아권 영어 발음을 배우시면 안 됩니다. ”로 시작해, “공부하는 시간만이라도 영어로만 말하세요! 목소리가 너무 하이톤이세요! 발음을 입 안에서 씹지 말고 자신 있게 말하세요!” 약속한 한 시간의 수업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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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옆지기의 탈 난 속 때문에 검색의 흔적이 남아선지 오늘은 장건강 관련 사이트가 잔뜩 올라옵니다. 웬만해서 그냥 내가 필요한 것으로 넘어가는데, '태초 밥상'이라는 제목과 과학자 이계호 교수의 장에 좋은 뽀글뽀글 유산균 가득한 물김치 만들기 유혹에 넘어갑니다. https://youtu.be/JF1XxFXSPUQ 그분의 '물과 소금'에 관한 유익한 강의도 듣고 함께 소개한 물김치를 만들어 봤습니다. 이런저런 유산균을 사 먹지 말고 천연 유산균을 만들어 먹으라는 설득에 넘어갔습니다. 마치 내가 밀가루와 물로만 키우는 천연 발효종의 원리와 비슷해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물김치의 재료는 각자 냉장고에 있는 아무 야채나 다 넣으면 된답니다. 우리 집 냉장고에 있던 비트와 고구마, 양파를 넓적하게 썰어 넣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