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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떠난 분을 돕기 위해 우리의 떠남을 잠시 유보합니다.
3주 전 옆지기가 뜬금없이 ‘우리 멕시코 시티에 가서 일주일 동안 살다올까?’ 하더니 혼자 알아서 비행기와 숙소까지 모두 예약을 했습니다.
나야 일 따라서 팬데믹임에도 불구하고 국내든 한국이든 여기저기 다녔지만 끊임없는 일에 지친 옆지기는 부활절 전후로 바빠지기 전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간절했던 모양이었습니다. 그는 병약한(?) 그의 옆지기를 배려하는 척 국내처럼 갈 수 있는 따뜻한 남쪽 나라인 멕시코 씨티엘 데려가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주 동안 우리의 대화는 기승전 멕시코일 만큼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바쁜 옆지기대신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내가 멕시코 시티 배낭여행 가이드를 해도 될 만큼 준비를 했습니다.
성실하게 올려놓은 여행 블로그들의 글을 읽으며 의사소통을 위해 간단한 스페니쉬도 띄엄띄엄 공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금요일 오전엔 길거리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페소로 환전까지 해놨는데...
그 금요일 저녁 지난 3년 동안 뇌암으로 투병하던 권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최근에 식사를 못할 만큼 약해지긴 했기에 혹시 몰라 하루 전날 찾아뵈었을 땐 이렇게 빨리 떠나실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마 우리의 이기적인 생각이고 바람이었나 봅니다.
게다가 금실 좋은 그녀의 남편은 평생을 성실하게 섬기던 교회에서 아내의 장례를 하고 싶어 하니 3일 남은 우리의 일정은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하튼 우린 이제 우리의 일을 수습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포기야 유가족의 슬픔에 비하면 비교할 것이 못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내가 예약했던 공항라이드 우버는 쉽게 취소가 되었지만,
옆지기가 예약한 비행기와 호텔은 모두 환불이 안되기에 취소하면 모두 잃어버리는 상황입니다. 호텔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항공은 연기라도 해 놓으려고 애를 쓰더니만 더블 트러블이 생겼습니다. 변경 수수료가 원래의 비행기 금액보다 비싼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옆지기가 급하게 그걸 수락했답니다. 원래의 금액이 빠진 걸 모르고 변경 가격이 처음 것과 비슷하다고 착각해 잃어버리는 셈 치고 변경을 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변경 날짜도 크레딧을 주는 대신 바로 정해야 한다기에 3월 6-11일로 무작정 잡고 확인하니 가격이 더블이 되더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원 비행기 요금보다 더 비싼 변경 수수료를 내고 갈 수 있는 확률이 많지 않은 일정으로 다시 구매를 하게 된 것입니다. 성질이 급한 옆지기대신 항공사에 전화를 해서,
첫 번째 것은 그냥 버리겠지만 요금 변경한 건 24시간이 채 안 됐으니 변경한 걸 취소하겠다고 꼼수를 부려봤는데,
변경한 건 24시간이 적용이 안된다며 자기는 도와줄 방법이 없답니다.
내 잔머리도 그들의 규정에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 700불 대신 1400불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일의 시작에 그냥 처음 것을 포기하면 되는 걸 그게 아까워서 또 다른 실수를 한 옆지기의 간절함이 측은합니다.
20여 년 전 유카탄에 선교하러 수도 없이 다니던 멕시코가 여행을 하려고 하니 갑자기 가깝고도 먼 나라가 되었습니다.
3월 일정으로 멕시코 시티에 다녀올 수 있기를...
깨진 화분으로 인해 동정받던 오키드가 드디어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여행을 떠났더라면 다녀와서나 만날 뻔했던 반려식물이 주인님을 위로합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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