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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꾸 우리 곁을 떠납니다.
어젯밤엔 지난 3년 동안 뇌암으로 고생하시던 우리 또래 권사님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녀는 우리와는 친분이 있기도 전에 지병을 얻었고,
우린 주로 투병기간에 뵈었기에 이전 이야긴 풍문으로만 들었습니다.
주위에서 듣는 그녀의 소문난 부부 금실 이야기는 웬만해서 아무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너무도 애틋해서 마치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뇌 수술 전후로 머리가 빠져 힘든 상황임에도 남편에게 맨머리를 보이지 않으려고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서도 반드시 가발을 쓰셨다는 권사님 이야기가 그중 하나입니다.
집안에서는 야만인으로 살고 있는 나를 당황케 하는 이야기입니다.
병중에서도 절대로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남편에겐 언제나 존댓말로 존중했습니다.
생전에 꽃집을 운영하셨던 권사님이 지어준 그녀의 보석들(angel, jeanrose, pearl)세 딸의 말에 의하면 평생 부부싸움하는 모습을 절대로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가까이 지내던 또 다른 권사님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당신에겐 미스터리라고 회고합니다.
그녀의 죽음은 모두에게 안타까웠지만 가장 힘든 사람은 출산을 3주 앞둔 막내였을 겁니다 ㅜㅜ
아내의 투병을 위해 일찍 은퇴하고 집에서 의사, 간호사, 간병인 역할을 훌륭히 하셨던 남편 장로님의 허탈한 모습을 남겨두고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꽃같이 곱던 권사님을 이제 이 땅에서는 더 이상 뵐 수 없어 아쉽지만 이제 더 이상 힘든 투병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름다운 천국에서 편안히 거하시다 다시 만나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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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허전한 마음으로 상처받은 오키드를 들여다봅니다.
아무리 건조하게 지내는 식물들일지라도 오랫동안 수분 제대로 공급을 해주지 않아 말라버렸던 오키드를 햇살 가득한 창가에서 촉촉하게 며칠을 지내게 했더니 다시 소생합합니다.
한참을 들여다보면서,
이별해야 하는 꽃들에겐 미안함을,
소생하고 있는 꽃들에겐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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