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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추워~” 동이 틀무렵 봄가을이어야 하는 이층의 창문 안쪽에 성애가 끼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며칠 동안 멍... 때리고 지냈습니다. 아니 추위는 내 우울함을 거들뿐이었고, 그저 멍하니 동토가 된 세상을 바라보며 지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기에 블로그로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를 걱정시키며... 요 며칠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소식이 4번 날아왔습니다. 미시간에서 아주 가까이 지내던 64세 목사님이 심장마비로 소천하셨다는, 비즈니스 때문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소꿉친구의 시엄니께서 96세에 소천하셨다는, 수양 이모의 85세 오라비께서 오래전 건강검진하러 병원에 들어가셨다가 간호사의 부주의로 식물인간이 되신 후 병원과의 소송 중 소천하셨다는, 몇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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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의 시간 속으로 카이로스의 시간이 조금씩 빠져들어 갑니다. 올 한 해는 티비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많은 양보다는 몇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 보자고 했는데 성취욕구가 자꾸 욕심을 부립니다. 유발하라리의 말처럼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사라질 쓸모없는 내용들인데 말입니다. 그의 서평에 "유일하게 쓸모가 있는 지식은 ‘당신 자신에 대한 앎’이다"이라는 문구가 뼈를 때립니다. 옆지기의 서재엔 다시 읽으려고 쟁여놓았던 책들이 참 많습니다. 그도 나도 한 권이라도 다시 읽기는 했을까? 내가 다시 읽어 보려고 꺼내온 책들 중에도 ‘전에 내가 읽었던 책 맞아?‘ 싶은 책도 있습니다. 어차피 잊을 내용이라면 책은 도서실에서 빌려 읽는 게 맞습니다.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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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한 눈이 하루종일 쉬지 않고 내립니다. 눈발이 굵지 않아 아직 많이 쌓이지 않았지만 꾸준함엔 장사가 없을 테니... 오전에 귀찮아서 망설이다가 간신히 스트레치 클래스를 다녀왔습니다. 눈이 오고 추워선지 학생들이 많지 않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70대 할머니인 캐롤 선생님은 늘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행복을 장착하고 돌아왔습니다. 다녀오길 잘했습니다. 눈 내리고 기온이 뚝뚝 떨어지니 실내 난방이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따뜻한 실내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오키드들은 걱정이 자기들의 몫인양 성장을 멈췄습니다. 11월에 4대째 꽃망울을 맺은 후 두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야무지게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저러다 하나가 열리면 그 후엔 경쟁하듯 개화할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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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화 목 토요일) 체육관 클래스에 꼭 가겠다는 새해 결심을 단단히(?) 해놓고 1월이 끝나기도 전에 벌써 흔들립니다. 지난 화요일은 저녁까지 만남이 이어지는 바람에... 어제 오전엔 반가운 친구와 통화하며 거실에서 3 천보를, 오후에 옆지기와 집 앞 숲길을 7 천보를 걷는 바람에... 그제에 이어 어제 걸었던 길이 눈 길이어서, 어그적 거리며 걸었더니 힘이 들어가선지 왼쪽 무릎이 살짝 아픕니다. 반쯤 걷고 돌아와야 하는 포인트에 쉘터가 있기에, 평소엔 잘하지 않던 쉼을 가졌습니다. 쉘터... 잠시 쉬며 회복케 하는 고마운 곳입니다. 오래 머물지 않았는데 아픈 다리가 회복이 됩니다. 우리 삶의 쉘터는 여행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지...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서든 쉼을 얻고, 다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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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눌님의 생일 올해 울 며눌님의 생일이 설명절과 같은 날입니다. 멀리 산다는 핑계로 시엄니는 꼴랑 미사여구 담은 카드와 예쁜 꼬맹이 조각품 선물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생일 다음날에 들어가는 바람에 어른 체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며눌님의 친정이 가까운 뉴저지어서 친정엄마가 차려준 생일상과 설명절상을 근사하게 받았답니다. 덕분에 며눌님의 남편인 장모님의 아들도 설명절 상을 잘 받고 왔답니다. 내가 해주지 못하는데 장모님께서 때를 따라 그렇게 맛나게 해 주시니 우리로서는 감사할 뿐입니다. * 며눌님의 임신 특별한 일이 있거나 내가 라일리 보고 싶다고 졸라야 전화해 주는 딸과는 달리 아들은 전화를 자주 합니다. 설명절날 아들이 통화를 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하기에 설날 인사를 하려나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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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엔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 남편이 멋있었는데, 인류애로 살아가는 지금은 전혀 안 멋있습니다. 그런 그가 설교와 강연 시 정확하고 상황에 맞는 표현을 하기에 ‘언어의 마술사’라는 ‘추앙(?)’까지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부부의 대화땐 ‘이 사람 말은 할 줄 아나?’ 싶을 만큼 어눌합니다. 게다가 아내인 나의 말을 많이 무시합니다. 때로 그는 아내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합니다. 아니 아내의 말 듣는 걸 귀찮아하는 남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말을 대부분 잔소리로 분류해 버리니 그 이후의 상황은 어김없이 분쟁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지난 40여 년 동안 전쟁을 참 많이 했습니다. 며칠 전 함께 산책 중 남편의 오래된 좋지 않은 습관 하나를 지적했더니 대뜸, “당신도 그러는데?” 라며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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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바나나 한 손을 사 오면 마지막 1, 2개가 남을 즈음엔 실증이 나선 지 천대를 받다가 검은 버섯이 많이 생기면 결국은 쓰레기통으로 향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시커먼 바나나 두 개가 남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내가 구독하는 앱에서 그런 바나나를 구제하는 카레 넣은 바나나 수프 레시피를 보내줍니다. * 바나나 수프 만들기 1. 팬에 기름을 두르고 잘게 썬 양파 한 개, 편마늘 1개와 생강 한 조각을 넣고 3-5분 저으면서 익혀줍니다. 2. 시커먼 바나나 2개를 얇은 동전 모양으로 저며서 함께 넣고 갈변할 때까지 함께 끓여줍니다. 3. 야채 육수 한 컵과 코코넛 우유(없어서 일반 우유 넣음)한 컵을 넣어 한소끔 끓여준후 불을 끄고 도깨비 방망이로 갈아줍니다. 4. 1-2 작은 스푼 카레 가루, 소금, 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