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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죽음 앞에서(감사 423)

매일 감사 2023. 2. 4. 00:26

“으... 추워~”
동이 틀무렵 봄가을이어야 하는 이층의 창문 안쪽에 성애가 끼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며칠 동안 멍... 때리고 지냈습니다.

아니 추위는 내 우울함을 거들뿐이었고,
그저 멍하니 동토가 된 세상을 바라보며 지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기에 블로그로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를 걱정시키며...


요 며칠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소식이 4번 날아왔습니다.

미시간에서 아주 가까이 지내던 64세 목사님이 심장마비로 소천하셨다는,

비즈니스 때문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소꿉친구의 시엄니께서 96세에 소천하셨다는,

수양 이모의 85세 오라비께서 오래전 건강검진하러 병원에 들어가셨다가 간호사의 부주의로 식물인간이 되신 후 병원과의 소송 중 소천하셨다는,

몇 달 전 큰 언니를 천국으로 보내고 막내인 나는 미국으로 보낸 후 아직도 큰 언니의 향기가 여전히 그리운 셋째 언니가 이제 막 70대에 들어선 친구를 떠나보냈다는,


그렇게 60대부터 90대까지 사랑하는 가족 친지 친구를 떠나보내는 분들을 생각하며,
그분들의 죽음을 생각하며 나는 며칠 몸도 마음도 공허했습니다.


* 60대 미남 목사님
우리 부부는 이 분의 소개로 2018년에 연변을 안전하게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삼자 교회와 지하 교회를 경험했고 윤동주의 생가와 중국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둔 북한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과 북한을 가슴에 품고 오랫동안 조선족들을 도와주며 통일이 되면 북한으로 들어갈 현지인 사역자를 키우시던 분이었습니다.
목사님께서 뿌린 씨앗은 또 다른 통로를 통해 언젠가는 우리 하나님께서 열매를 거두실 것입니다.
이제 그 꿈은 주님 품에서 바라보시며 편히 쉬시길 소원합니다.

* 70대 셋째 언니의 친구
오랜만에 만난 두 자매는 쉬려고 숯가마에 갔다가 70대 친구의 부고를 듣고 숯빛보다 더 검은 장례식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왔답니다.
꽃보다 할매였을지라도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그 죽음 후에는 모두에게 천국과 지옥의 심판을 받아야만 합니다.
심판의 리트머스 시험지는 믿음이고 그 믿음은 하나님께서 값을 치르셨기에 우린 공짜로 받는 은혜의 선물입니다.
내가 받은 선물을 모두 받아서 모두 천국에서 만나면 참 좋겠습니다.

* 80대 수양 이모의 오라비
이모 없는 내게 이모가 되어주신 수양 이모는 80대 오라비가 깨어나기를 매일 기도하며 하나님과 가까이 지내셨는데 이제 편안하게 오라비를 보내 드리기로 했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하십니다.
80년 초, 모두가 어려운 시절 거실이 마당같이 넓었던 60평 워커힐 아파트에서 그 오라비를 처음 만났을 때 그분은 세상에 아쉬울 것이 없었고 그 이후에도 재벌의 삶을 꾸준히 살아오면서 자녀들의 성공과 함께 온갖 기쁨을 누리셨습니다.
그런데 노년의 삶이 어처구니없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앞길이긴 하지만,
건강하게 건강검진하러 당신 발로 걸어 들어갔던 유명한 병원에서 식물인간으로 오랫동안 지내시다가 죽음의 몸으로 나오셔야 했던 그 오라비의 삶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 어느 누구도 삶도 예상할 수 없기에,
오늘이 나의 첫날인 것처럼 또 나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준비하며 살아야 합니다.
이모의 가장 큰 슬픔은 오라비가 믿음 없이 이 세상을 떠난 것이지만 죽음 후의 세계를 결정하시는 분은 하나님뿐이시니, 나는 기도로 아브라함이 롯을 위해 간구했던 마음이 되어봅니다.

* 90대 친구의 시엄니
같은 미국땅에서 살아도 멀리 떨어져 있어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야 만나는 친구의 시엄니를 나도 조금은 알고 지냈습니다.
잠깐이나마 같은 교회에서 만나 함께 신앙생활을 했었고 또 친구를 통해 전해 듣던 그분은 곱고 지혜로우신 분이 셨습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이어진 우리의 그룹 톡방에 올린 친구의 마지막 인사를 보니 그분의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의 일주일 동안 모든 가족들을 다 만나보시고 아주 평안하게 하나님품에 안기신 어머님..
늘 주님과 동행하며 한결같은 성품으로 사랑을 아주 많이 베풀어주신 어머님.
참 고맙습니다.
See you again. “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의 표현은 없을 겁니다.
그 어머니께서 내 친구를 며느리로 두신 것이 큰 복이셨고,
그 어머니를 가족으로 만난 내 친구도 복이 많습니다.


추위와 우울함을 한국 사는 친구의 따뜻한 글로 미소 지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평안하지?
봄 반 겨울 반, 낮엔 봄이고 밤으로는 겨울이더니 설명절 전후로 아주 많이 추웠어.
중략...
올봄엔 눈이 빨갛고 얼굴이 푸석푸석한 개구리를 만나게 되려나 봐.
더 자야 할지 그만 자고 일어나야 할지 망설이느라 개구리가 깊은 잠을 자지 못해서 몹시 피곤하겠어.
봄꽃들도 새봄에 퉁퉁 부은 눈으로, 눈을 떠야 할지 감은 채로 있어야 할지 망설였다며, 살다 살다 그런 겨울은 처음이었다고 지난겨울 이야기를 할 것 같아.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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