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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엔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 남편이 멋있었는데,
인류애로 살아가는 지금은 전혀 안 멋있습니다.
그런 그가 설교와 강연 시 정확하고 상황에 맞는 표현을 하기에 ‘언어의 마술사’라는 ‘추앙(?)’까지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부부의 대화땐 ‘이 사람 말은 할 줄 아나?’ 싶을 만큼 어눌합니다.
게다가 아내인 나의 말을 많이 무시합니다.
때로 그는 아내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합니다.
아니 아내의 말 듣는 걸 귀찮아하는 남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말을 대부분 잔소리로 분류해 버리니 그 이후의 상황은 어김없이 분쟁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지난 40여 년 동안 전쟁을 참 많이 했습니다.
며칠 전 함께 산책 중 남편의 오래된 좋지 않은 습관 하나를 지적했더니 대뜸,
“당신도 그러는데?” 라며 내 말을 막습니다.
나도 그럴 때가 있긴 하겠으나...
그럼, ‘아 그래~’ 라거나,
‘그렇게 보였구나~’라는 어여쁜 표현이 있음에도,
그는 ‘에이 또 잔소리~’라는 표정으로 일축합니다.
그러면서,
”피곤하게 세상의 모든 걸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며 살지 마~“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얼마 전 읽었던 책 ’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를 떠올립니다.
그리곤 그 책의 내용을 힘입어 남편에게 제대로 잔소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 나는 감각 과민증 환자야!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 외에는 안 보이고, 안 들리고, 안 느껴지는 터널 비전 환자인 거 알아?
나는 오감이 예민해서 그게 문제이지만,
당신처럼 민감하지 않은 건 더 문제야?
우리 사회는 당신 같은 독재자(entj)보다 나 같은 수호자(isfp)가 더 필요해(mbti)!
당신은 타인을 의식하지 않아서 좋겠지만,
나는 타인이, 특히 남편인 당신이 저절로 의식돼서 괴로운 일인이야!
그러니 그런 아내를 조금이라도 의식해 주면서 모든 걸 당신 위주로만 생각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
하나님이 당신을, 또 나를 지금의 모양으로 만들어 주셨으니 거기에 맞춰 살아가야겠지만,
그래도 우리 서로 조금씩 노력하며 살아보자!”
그는 아내의 말이 설득력이 있었던 건지,
아님 아내의 잔소리가 더 듣기 지겨웠던지,
”그래 미안했고, 노력할게! “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의 태도가 아주 조금 변했습니다.
아내의 애정 어린 호소가 잔소리였으면 일주일,
설득을 받았으면 조금 오랫동안 약효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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