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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대화가 필요해(감사 415)

매일 감사 2023. 1. 27. 09:11

결혼 전엔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 남편이 멋있었는데,
인류애로 살아가는 지금은 전혀 안 멋있습니다.
그런 그가 설교와 강연 시 정확하고 상황에 맞는 표현을 하기에 ‘언어의 마술사’라는 ‘추앙(?)’까지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부부의 대화땐 ‘이 사람 말은 할 줄 아나?’ 싶을 만큼 어눌합니다.
게다가 아내인 나의 말을 많이 무시합니다.
때로 그는 아내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합니다.
아니 아내의 말 듣는 걸 귀찮아하는 남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말을 대부분 잔소리로 분류해 버리니 그 이후의 상황은 어김없이 분쟁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지난 40여 년 동안 전쟁을 참 많이 했습니다.

며칠 전 함께 산책 중 남편의 오래된 좋지 않은 습관 하나를 지적했더니 대뜸,
“당신도 그러는데?” 라며 내 말을 막습니다.
나도 그럴 때가 있긴 하겠으나...
그럼, ‘아 그래~’ 라거나,
‘그렇게 보였구나~’라는 어여쁜 표현이 있음에도,
그는 ‘에이 또 잔소리~’라는 표정으로 일축합니다.
그러면서,
”피곤하게 세상의 모든 걸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며 살지 마~“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얼마 전 읽었던 책 ’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를 떠올립니다.
그리곤 그 책의 내용을 힘입어 남편에게 제대로 잔소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 나는 감각 과민증 환자야!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 외에는 안 보이고, 안 들리고, 안 느껴지는 터널 비전 환자인 거 알아?
나는 오감이 예민해서 그게 문제이지만,
당신처럼 민감하지 않은 건 더 문제야?
우리 사회는 당신 같은 독재자(entj)보다 나 같은 수호자(isfp)가 더 필요해(mbti)!
당신은 타인을 의식하지 않아서 좋겠지만,
나는 타인이, 특히 남편인 당신이 저절로 의식돼서 괴로운 일인이야!
그러니 그런 아내를 조금이라도 의식해 주면서 모든 걸 당신 위주로만 생각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
하나님이 당신을, 또 나를 지금의 모양으로 만들어 주셨으니 거기에 맞춰 살아가야겠지만,
그래도 우리 서로 조금씩 노력하며 살아보자!”
그는 아내의 말이 설득력이 있었던 건지,
아님 아내의 잔소리가 더 듣기 지겨웠던지,
”그래 미안했고, 노력할게! “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의 태도가 아주 조금 변했습니다.
아내의 애정 어린 호소가 잔소리였으면 일주일,
설득을 받았으면 조금 오랫동안 약효가 있을 것입니다.

나의 뇌는 사랑으로 톡톡튀는 근사한 뇌랍니다.
내가 별난 사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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