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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기 전에 아직 겨울의 혹독한 추위가 남아 있긴 하지만,
올 겨울은 예전의 시카고 같지 않은 포근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밤새 너무도 깨끗한 눈이 커다란 이불이 되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뒤뜰엔 하얀 눈이 누군가를 기다리며 앉아 있습니다.

눈이 오면 숲길을 걷겠노라고 벼르고 있었기에 점심을 먹고 나섰더니 영상의 기온으로 올라가서 아쉽게도 나뭇가지의 눈들은 모두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표면도 축축해졌습니다.
걷다 보니 뽀드득 소리를 내주는 곳도 있었고,
눈이 이미 녹아 진흙탕인 곳도 있었지만,
그래도 춥지 않은 눈 길을 걸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우리처럼 눈 내리기를 기다리던 스키족은 이미 다녀갔습니다.

누군가가 작정하고 내 키만 하게 만들어 놓은 삼단 앵그리 눈사람이 우리의 길을 막고 서 있습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티피에도 포근하게 눈이 쌓였습니다.
멀리서 보니 긴 동물 모양 같기도 합니다.

문득 숲길이 길게 느껴져 자세히 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길 너머의 하늘입니다.
가끔 잘 착각하는 나의 엉뚱한 시선입니다.

깨끗하게 내려온 눈은 녹고 얼면서 자동차와 거리를 더럽히겠지만 그래도 나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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