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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기 전에 아직 겨울의 혹독한 추위가 남아 있긴 하지만, 올 겨울은 예전의 시카고 같지 않은 포근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밤새 너무도 깨끗한 눈이 커다란 이불이 되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뒤뜰엔 하얀 눈이 누군가를 기다리며 앉아 있습니다. 눈이 오면 숲길을 걷겠노라고 벼르고 있었기에 점심을 먹고 나섰더니 영상의 기온으로 올라가서 아쉽게도 나뭇가지의 눈들은 모두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표면도 축축해졌습니다. 걷다 보니 뽀드득 소리를 내주는 곳도 있었고, 눈이 이미 녹아 진흙탕인 곳도 있었지만, 그래도 춥지 않은 눈 길을 걸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우리처럼 눈 내리기를 기다리던 스키족은 이미 다녀갔습니다. 누군가가 작정하고 내 키만 하게 만들어 놓은 삼단 앵그리 눈사람이 우리의 길을 막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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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지만 만나지 못했던 중간 선배님을 왕선배님 댁에서 만났습니다. 두 선배님을 위해 후배는 소금빵을 구워 갔습니다. 선배님들이 무서워서 소금빵이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겉바속촉은 물론 버터 구멍까지 뻥~ 뚫렸습니다. 맛있어서 나누기 싫을 만큼 말입니다 ㅋㅋ 중간 선배님은 빵 닮은 떡을 구워오셨습니다. 넛트가 찹쌀가루보다 더 많아 건강을 먹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문을 활짝여신 왕 선배님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 보이는 고기와 야채를 푹 삶아 주셨습니다. 제목이 아일랜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콘비프’라는데 부드러워서 노인들 입맛을 저격했습니다. 소금에 절인 소고기를 4시간 동안 푹 끓였다니 대단한 정성입니다. 왕 선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오래 앉아서 이야기 나누라고 장소를 집으로 잡으셨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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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절을 치르고 남은 음식들을 한번 더 차렸습니다. 당일엔 써브 하느라 제대로 먹지 못했기에 스스로의 평가를 위해서 똑같은 세팅을 해봤습니다. 속내는 사진을 찍기 위한 의도도 숨어 있었습니다. 녹두전... 첫 작품치고는 아주 괜찮습니다. 돼지고기는 간고기 아닌 최상품 목살을 넣었고, 고사리도 생산지가 확실한(동네표) 믿을 만한 것을 넣었으니 맛에 앞서 정성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두 가지 다 성공했지만 앞으로 가성비 빵점인 녹두전은 만들지 않겠습니다. 잡채... 잘한다고 소고기대신 갈비살까지 넣었는데 그건 과잉 친절이었습니다. 잡채는 잡채다운게 제일 잡채스럽습니다. 떡 만둣국... 당일엔 고명을 예쁘게 해서 눈으로 먼저 좋은 점수를 받았고 그다음에 맛으로 크레딧을 얻었습니다. 제일제당 곰국에 햇살 떡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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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성탄절도 주일, 2023년 새해 첫 날도 주일, 게다가 설명절(우리에겐 구정)까지 주일입니다. 그래선지 교회와 문화가 합쳐지는 힘이 있었습니다. 어제 쇤 설명절이 더욱 그랬습니다. 더욱이 전날 밤새 내린 눈 꽃까지 설명절 주일을 활짝 밝혀줍니다.* 음식 반전 누구에게 별점을 받을 것도 아닌데 지독한 음식 준비를 해야 했던 ’ 설명절 식사‘ 가 성공적으로 잘 끝났습니다. 5시간 동안의 준비, 아니 전 부치는 시간까지 합하면 6시간의 녹두전이 식사 시작하면서 찰나로 사라지는 걸 바라보는 아픔을 겪으면서 말입니다 ㅋㅋ 그래도 그 모든 아픔과 상관없이 다들 맛나게 먹어주니 감사할 뿐입니다. 늘 주변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이니 오늘은 가만히 앉아 대접이라는 걸 받게 하려고 혼자서 동분서주하다 보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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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으로 모이는 것이 조심스러워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교회 리더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지 못했습니다. 설 명절을 빌미로 주일 저녁에 올해 새로 선출된 세 장로님 가정을 초대했습니다. 예전엔 옆지기가 초대하자고 하면 내가 힘들어서 툴툴거렸는데, 이번엔 왜 그랬는지 내가 먼저 초대하자고 했더니 옆지기가 의아해합니다. 몸도 안 좋은데 고생을 왜 사서하나... 하는 눈빛으로 말입니다. 어제는 청소로 손발이 부르트고, 오늘은 음식 준비로 또 손발이 부르틉니다. 일을 제대로 못하니 손발이 고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음식 준비 외에 참 많은 일로 분주했습니다. 새벽엔 어제 중부시장에서 사 온 BTS 핸드 드립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한국은 커피 수요만 일 등이 아니라 커피백 멋지게 만드는 기술도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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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능이 부족한 옆지기는 자신의 분야 외에는 선택하는 일이 늘 힘듭니다. 특히 양식당에 가서 주문을 할 때면 더 애를 먹습니다.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를 버벅대게 되니, 언제부터인가 내게 위임하고는 당신은 선택권이 없다나 뭐라나 책임을 전가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초대받은 식당엘 가면서 햄버거를 먹겠답니다. 치아 교정 중이라 베어 먹는 게 힘들 텐데 왜 굳이 햄버거를 먹냐고, 게다가 빚 갚는 마음으로 대접하시는 분이 작정하고 고급 식당에서 맛있는 거 사주려고 초대했는데... 부라부라 이유를 설명을 했습니다. 자기가 괜찮다는데 왜 그러냐며 대화가 싸움으로 번질뻔했습니다. 좋은 날인데... 네네 알아서 하세요^^ 옆지기가 햄버거를 시키니 예견했듯이 펄쩍 뛰시며 다른 걸 주문하라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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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생각해 만든 천연 발효종 빵이... 떡인지, 빵인지, 과자인지 모를 결과가 나왔습니다. 천연 발효종을 키우려고 애(?)를 썼지만, 결과가 칭찬할만하지 않으니 그 노력이 허사가 되었습니다. 재료도 나름 정확하게 넣었고, 발효도 충분하게 해 줬는데... 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며 스스로 위로를 삼아봅니다. 당분간은 천연 발효종으로 굽는 많이 느린 빵 보다 이스트 넣는 느린 빵을 굽겠습니다. 그도 저도 아니면 베이킹소다를 넣은 빠른 빵을 굽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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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형 인간인 우리가 즐겨 찾는 곳은 브런치 식당입니다. 그 식당들은 대부분 이른 아침에 열고 이른 오후에 문을 닫습니다. 최근에 단장을 하고 새로 열었다기에 가봤던 ‘엑스프레소’ 역시 이른 아침(6시)에 문을 여는 부지런한 식당입니다. 그래선지 입구에 새벽을 깨우는, 키도 큰 수탉이 우리를 환영합니다. 에그와 에스프레소를 합친 이름으로 동네에 ‘짠’하고 문을 연 식당에 처음 들어섰으니 에그 요리를 시키기 전 에스프레소를 한 잔 주문했습니다. 보통은 그냥 식당표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만, 식당 이름에 담은 주인의 마음을 읽어보려는 마음으로~ 음식은 다른 브런치 식당과 그다지 다를 게 없었지만, 호기심으로 타코와 랩을 시켰는데, 에그와 닭을 아침 음식답게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별 5개 중 4개를 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