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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늘 마시던 커피를 오늘은 전쟁을 치르며 마십니다. 일주일에 두 번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옆지기의 아침을 준비하는 일은 수 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내겐 ‘일’입니다. 오믈릿을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게 하려는 주방장의 의지와 그 속에 다양한 야채를 넣어 먹게 하려는 그를 향한 사랑을 알고 있으려나~ 오늘도 냉장고에 있는 야채를 총동원했습니다 당근 호박 양파 청양고추 고수 맛살 그리고 화룡점정 치즈까지, 코스코에서 사 온 카라카라 오렌지는 레몬 살짝 첨가해 주스를 짜고, 홈메이드 요구르트에 바나나와 딸기를 얹어서 아침을 한 상(?) 차렸습니다. 둘이 먹는데 뭔 소동을 이리도 피우나 싶지만 당떨어지면 안 되는 당뇨환자와 사는 연고로~ 게다가 아침을 준비하기 전 먼저 마시려던 에스프레소를 실수로 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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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났던 자매에게 나는 야채빵과 소금빵을 구워 주었고, 그녀는 못살겠다고 미워하는 남편의 노동력을 힘입어 도토리 묵을 한 통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내가 구운 빵을 좋아하고, 그녀는 내가 묵을 좋아하는 걸 알기에 우리의 물물교환(?)은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 드디어 그 묵이 묵채밥이 되어 우리 집 밥상에 올라왔습니다. 묵채밥의 추억은 작년 가을 미녀 삼총사가 충북 제천에 여행 갔을 때니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우리는 벼르고 가려던 맛집의 시간을 맞추지 못해 대신 찾아간 허름한 묵 전문 한식집에서 많이 기대하지 않고 도토리 묵무침, 묵부침, 묵채밥을 하나씩 시켜서 허기를 채우기로 했습니다. 도토리 묵무침... 다른 식당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었고, 도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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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 후 전경 기상청 경고엔 밤새 6,7인치 눈이 온다더니 울 동네는 간신히 2인치가 넘긴 했는지(2인치가 넘어야 치워주는 게 규칙) 새벽 4시부터 눈 치우는 소리에 잠을 설쳤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언제 눈보라가 쳤었냐는 듯 해님이 방긋입니다. 옆집 차고 앞에 세워졌던 자동차는 하얀 이불을 덮었으니 영하 10도의 기온을 견딜만했겠습니다. * 오키드 알아가기 커튼을 열며 오키드와 인사를 하는데 세 번째 아이가 눈을 꿈뻑입니다. 참, 어제 오키드 살리는 영상 속에서 꽃이 다 지고난 줄기를 잘라서 심어놓으면 새로운 오키드가 생긴 다기에 따라 해 봤습니다. 먼저 살아있는 줄기를 토막내서 끝부분은 촛농으로 마감하고 눈의 겉껍질을 조심스럽게 살짝 벗겨줍니다. 영상에선 물에 알려주지 않는 뭔가를 탄 후 담그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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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니 세찬 눈보라가 조금씩 쌓이기 시작합니다. 시야를 가리는 눈이 엄청 많이 내린다고 외출을 자제하라는 경고에 따라 집콕하면서 옆지기에게 오후 간식으로 호떡을 구워줬습니다. 오래전 인사동에도 줄 서서 먹던 기름 호떡, 강원도에서 먹었던 씨앗 호떡을 추억하며... 딸에게 알려 주려는 고마운 어느 엄마(recipe for my daughter) 유투버님께 감사~ 1. 물 1컵반에 이스트 1작은술을 잘 섞어줍니다. 2. 밀가루 2컵 찹쌀가루 1컵 소금과 설탕은 1작은술을 채에 내려서 1번을 넣어 술렁술렁 반죽을 합니다. 3. 뚜껑을 덮어 1시간 발효시켜 줍니다. 손에 기름을 바르고 한 주먹씩 떼어내어 미리 만들어 놓은 흑설탕 3/4컵 잘게 다진 호두 1/4컵 시나몬가루 1 작은술을 듬뿍(옆지기의 주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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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코로나가 끝나가는 듯해 미뤘던 환갑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는 아직도 우리 곁에서 미련을 두고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집 젊은 부부가 지난주에 안 보이더니 두 번째로 코로나에 걸렸답니다. 걸려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 고약한 코로나... 지난주 따뜻한 봄날이 이어지기에 동장군이 물러간 줄 알고, 어제 장례식에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나갔습니다. 하지만 심하게 불던 바람은 몸과 마음을 꼭꼭 여미게 했습니다. 그러더니 오늘은 경고까지 하면서 바람을 동반한 눈이 세차게 시야를 가리며 내립니다. 서로의 필요 때문에 여러 번 미뤄왔던 지인과의 점심 약속을 또다시 취소해야 했습니다. 일기 좋은 날까지 무한 연장하자고 했습니다. 연로하신 분을 배려한 건데...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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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년 전 아들이 사준 에어팟 오른쪽이 먹통이 되었습니다. 왼쪽은 살아있어서 모노로 듣다가 옆지기에게 지나가는 말을 했더니 인터넷에서 싸구리 무선 이어폰을 사줍니다. 내가 좋아하는 애벌레 색은 그 나름의 배려였지만... 아들과 옆지기의 주머니의 크기가 다릅니다 ㅋㅋ 듣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몇 년을 에어팟에 익숙한 탓에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아이폰 서비스 센터의 채팅창을 통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더러우면 청소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다시 리셋을 했더니, 따라~ 그렇게 내 아이팟이 원상 복귀되었습니다. 오키드도 새가 알을 낳듯 하루에 하나씩, 오늘 두 번째 꽃을 피워줍니다. 때를 따라 이렇게 위로해 주니 반려식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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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슈퍼볼 시즌이 되면 미국 전체가 떠들썩합니다. 1.5세 장로님 가정에서 교회 식구들이 모여 저녁도 먹고 게임을 함께 보자고 초대를 받았지만 사양했습니다. 대신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저녁을 먹었는데 함께 만난 지인도 30여 년을 미국에서 살았고 한국에선 체육선생을 지내다 이민을 왔음에도 슈퍼볼엔 관심이 없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식집에서 한국 이야기로 다른 시간을 보냈습니다. 게임이 한참 진행 중인 시간대에 집으로 돌아오는 도로가 한산해 슈퍼볼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40여 년을 살았지만 슈퍼볼 게임은 볼 생각도 안 하고 볼 줄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자란 1.5세나 2세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들은 친구들과 함께 모여 파티도 하며 게임을 즐깁니다. 스포츠에 열심인 사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