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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났던 자매에게 나는 야채빵과 소금빵을 구워 주었고,
그녀는 못살겠다고 미워하는 남편의 노동력을 힘입어 도토리 묵을 한 통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내가 구운 빵을 좋아하고,
그녀는 내가 묵을 좋아하는 걸 알기에 우리의 물물교환(?)은 안성맞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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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저녁 드디어 그 묵이 묵채밥이 되어 우리 집 밥상에 올라왔습니다.
묵채밥의 추억은 작년 가을 미녀 삼총사가 충북 제천에 여행 갔을 때니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우리는 벼르고 가려던 맛집의 시간을 맞추지 못해 대신 찾아간 허름한 묵 전문 한식집에서
많이 기대하지 않고 도토리 묵무침, 묵부침, 묵채밥을 하나씩 시켜서 허기를 채우기로 했습니다.
도토리 묵무침... 다른 식당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었고,
도토리 묵부침... 메밀 전과 비슷한 기분으로 먹었는데,
따뜻한 묵채밥... 우와~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도 맛있고 편안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맛에 끌려 우리는 결국 묵채밥을 두 그릇 더 시켜 각자 한 그릇씩 먹게 되었던 추억이 도토리 묵을 보며 떠올립니다.
* 도토리 묵채밥 만들기
육수를 적당히 준비하면서,
묵은 가늘게 채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놓고,
고명으로 김치는 잘게 썰어 참기름과 설탕을 살짝 뿌려 준비하고,
계란은 지단으로 멋을 내고 파도 한 뿌리 어슷 썰고,
양념장(큰 술)은 간장 1 국간장 1 미림 1 고춧가루 1 참기름 1 참깨로 만들고,
만들어 놓은 양념장을 육수에 넣고 함께 끓인 것이 사진 각은 실패였지만 깊은 맛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음엔 양념장은 각자의 취향대로 넣어 먹는 걸로...
국 대접에 밥 한 공기를 넣고 그 위에 도토리 묵을 얹고 육수를 부은 후 고명을 얹어서 모양을 냈습니다.
나는 깔끔해서 좋은데 단짠을 선호하는 옆지기의 안색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맛있다고는 하면서 맛소금을 조금 넣더니 수술에 성공했다며 그제야 웃어줍니다.
혈압약을 먹으면서 좀 싱겁게 먹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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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도 사람도 잊히지 않고 이렇게 때에 맞춰 불쑥불쑥 좋은 기억으로 떠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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