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을 아침입니다. 오랜만에 수영을 하려고 짐에 갔더니 일주일 동안 정비기간이라고 문을 닫았습니다. 수영한다고 운동화를 신지 않고 복장까지 불량하게 갔는데... 천천히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쌀쌀한 기온에도 꽃들은 싱그럽습니다.야구장엔 갈매기가 모여있습니다. 바다가 먼데 이 놈들은 어찌 이곳에 정착해서 사는지...그들뿐 아니라 가마우지까지 호수에서 함께 서식합니다. 이곳 호수에 식량이 많은가 봅니다. 아직 어린 나무들의 겨울나기를 도와주는 모양입니다.거위가족들이 나처럼 떠날 준비를 하느라 이리저리 대열을 맞춰 날기 연습 중입니다.서너 바퀴 호수 주위를 돌면서 연습하다더니 찌그러진 브이자를 그리면서 날아갑니다. 저렇게 연습하다가 때가 되면 제대로 브이 행렬을 지어 따뜻한 곳으..
우리에겐 다수가 누군가에겐 유일하니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함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어제는 80이 넘으신 연로하신 집사님께서 우리와 안면이 있는 주변의 여러 목회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스테이크를 구워주셨습니다. 덕분에 일일이 찾아뵙는 수고를 덜어주셨습니다. 과거에 알고 지내던 이미 은퇴하신 분들, 또 우리 지역에서 새롭게 사역을 시작하는 분들이 함께 모이니 넓은 집이 좁게 느껴졌습니다. 그냥 보내주셔도 되는데... 고맙습니다. 그분의 스테이크 굽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풍문만 들었는데 떠나기 전에 맛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스테이크 굽는 것이 과학이라며 자신의 솜씨를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그분과 유머코드가 맞아 유난히도 나를 예뻐해 주시던 분이었는데...짐 정리하느라 바쁜 우리 집에도 어김..
* 식당 좀 멀긴 하지만 연거푸 이틀을 같은 식당(seasons 52)으로 초대된 걸 보니 그 식당이 유명한 듯합니다. 그곳을 좋은 날 가게 된다는 권사님의 표현에 의하면, 싱싱한 식재료와 건강한 조리방식을 알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랍니다. 게다가 터무니없이 비싼 음식값에도 불구하고 그 주변에 회사들이 많아 법인카드 쓰는 많은 사람들이 찾기에... 그래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우린 일찍 자리를 잡았기에 우리가 원하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전날 먹어보지 않은 점심 메뉴(샌드위치와 샐러드 콤보)를 시키려고 미리 메뉴를 공부하고 갔는데,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습니다ㅋㅋ 점심이지만 저녁메뉴로 옆지기에게는 sea bass(대구인 줄 알았더니 정확하게는 농어라지만...)를, 내게는 스테..
지난 세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우리 인생 여정을 스쳐 지나갔지만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한때 ‘함께 “라는 관계로 메타포를 형성했던 사람들입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했던 친구들이 그렇고, 사회에서 함께했던 이웃들이 그렇고, 교회에서 함께 웃고 울었던 지체들이 그렇습니다. 이제 또 한 챕터를 마무리하면서 훗날 기억하게 될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갑니다. 기억의 한계로 모두를 다 기억할 순 없지만... 코로나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기적적으로 회복한 또래 장로님 내외분과 멋진 맛집 식당(seasons 52)에서 이별을 연습합니다. 그 부인은 사람이 말라도 저렇게 마를 수가 있나... 싶을 만큼 왜소하여 사이즈도 0도 아닌 00이랍니다. 때론 그 00도 커서 아이들 코너에서 옷을 사야 한다고 하니... ..
울 교회에 새 목사님이 부임했습니다. 그런데 그 새 목사님의 어머니가 황산성권사님! 비록 예전같지 않아 연로하고 지병으로 아프시지만 교인들은 그분을 직접 뵐 수 있는 것이 영광인 듯 예배 후 친교시간은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과의 과거 정치 이야기로 왁자지껄합니다. 대한민국의 학연, 지연을 넘어서는 정치의 맥은 정말 끈끈합니다. 그녀와의 만남에 그동안 젊은이들에게 밀리던 어르신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권사님의 인기로 새 목사님은 잠시 뒷전에... 우린 그렇게 과거를 먹고 삽니다. 멕시코 의료선교팀이 안전하게 돌아온 축하의 자리에 당회원들이 모두 초대되어 늦은 점심을 푸짐히 먹고 헤어지기 아쉬워 아이스크림 파티로까지 이어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오버와이즈(oberweis) 집에서... 오후의 커피... 밤..
아침 일찍 우리 집에서 두 집건너에 사는 남미->캐나다->미국인, ‘노비아’가 현관 벨을 누릅니다. 우리가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동네에서 유일하게 가깝게 지내던 이웃이었는데 떠난다며 울먹울먹 합니다. 우리가 이사 온 첫해에도 미니처 장미를 선물 받았는데 떠날 때 또다시 미니처 장미를 선물합니다. 그녀에게 처음 받았던 장미는 겨울나기 전에 뒤뜰에 심어서 해마다 꽃이 피고 지는데, 이 장미도 집안에서 예뻐해 주다가 떠날 무렵 뒤뜰에 심어야겠습니다. 다음 집주인이 예뻐해 주길 바라면서...사실 그녀에게 다가간 건 6개월 먼저 이사 온 나였습니다. 비슷한 또래였기에 빵도 구워주었고, 김치를 좋아한다기에 만들어 주기도 하면서 스페니쉬로 여자 친구라는 단어인 ‘노비아’와 그렇게 좋은 이웃으로 지냈는데... 간호..
* 여름 계절의 시계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섭니다. 그렇게 내겐 앨러지가 시작되었고, 주변의 나무들은 단풍이 들기 시작합니다. 나처럼 추위를 싫어하는 저 나무는 성급하게 월동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한낮엔 여전히 뜨거운 태양빛이 아직은 가을이 아니라고 여름은 물러가지 않았다고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때를 우린 환절기라고 부르고 특히 이때엔 감기를 조심해야 합니다. 코로나도 견뎠는데 감기에 무너지면 안 되니까... ”모두 안녕하시길...”* 쟈스민 빨간 꽃기린과 주홍빛 메리골드를 떠나보낸 발코니는 푸르름만 바람에 살랑입니다. 꽃이 이미 진 쟈스민의 나뭇가지가 볼품이 없어서 누구를 주기도 애매한데... 하고 들여다보니 어라 꽃이 다시 피고 있습니다. 한 해에 한 번 피는 거 아니었나? 어쨌든 다시 꽃을 피워주니..
* 냉털 맞아? 1 에고~ 마실 우유가 충분히 있음에도 코스코 간 김에 우유 한통을 또 사 왔습니다. 열심히 마시기 위해 아침마다 카푸치노를 만듭니다. 우유 한 컵을 전자렌지에 30초->30초->30초 돌리고, 왜 그러는지 까먹었지만 언제부터 그렇게 합니다. (아 끓어 넘치지 말라고~) 거기에 니카라과에서 날아온 고운 커피 가루를 넣으면 내 버전 카푸치노가 됩니다. 이번 주 내내 그렇게 마셨는데... 오늘 아침엔 커피잔안에 ‘위니 더 푸’가 찾아왔습니다. * 냉털 맞아? 2 점심으로 ‘이 남자의 쿡’을 따라서 잡채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냉털음식이 아닙니다. 집에 있는 건 잡채뿐이어서 나머지 재료는 동네 그로서리에서 모두 사 와야 했습니다. 양파, 당근, 시금치, 표고버섯, 파프리카, 마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