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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오늘 우리는(감사 651)

매일 감사 2023. 9. 4. 13:36

울 교회에 새 목사님이 부임했습니다.
그런데 그 새 목사님의 어머니가 황산성권사님!
비록 예전같지 않아 연로하고 지병으로 아프시지만
교인들은 그분을 직접 뵐 수 있는 것이 영광인 듯
예배 후 친교시간은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과의 과거 정치 이야기로 왁자지껄합니다.
대한민국의 학연, 지연을 넘어서는 정치의 맥은 정말 끈끈합니다.
그녀와의 만남에 그동안 젊은이들에게 밀리던 어르신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권사님의 인기로 새 목사님은 잠시 뒷전에...
우린 그렇게 과거를 먹고 삽니다.

멕시코 의료선교팀이 안전하게 돌아온 축하의 자리에 당회원들이 모두 초대되어 늦은 점심을 푸짐히 먹고 헤어지기 아쉬워 아이스크림 파티로까지 이어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오버와이즈(oberweis) 집에서...
오후의 커피... 밤잠 설칠 각오를 하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 투샷을 넣은 아포가토(affogato)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악마의 맛 아포카토

아 포카토 때문이 아니라 푸짐하게 먹은 늦은 점심으로 밤잠을 설칠 것 같아 이른 오후에 동네 숲길을 걸었습니다.
가을 길에 다시 여름이 들어서자 주춤한 나무들의 월동준비에도 아랑곳없이 붉게 물든 철없는 담쟁이를 만났습니다.

너 너무 성급한거 아니세요?

참, 산책 가는 길목에서...
2000년 초 폐렴과 코로나를 같이 겪으셨던 어르신이 최근에 울 동네로 이사 오셨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오늘 드디어 그분들을 거리에서 만났습니다.
산소통을 매고 살아야 하는 불편함과 치매끼가 있는 부인의 모습을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아 은둔하며 지낸다고 들었습니다.  
두 분이 젊어서 아주 열심히 사셨다는데...
자신들의 불행이 알려지는 것이 싫어 교인들과도 인연을 끊고 지내시던 중이었지만,
우리도 지난 4년 동안 우연한 기회에 병원에서 한 번 뵈었을 뿐이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온 동생과 집 앞에 잠깐 나와 바깥바람을 쏘이는 중이었다는데...
어떻게 그 시간에 그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는지 그분들도 우리도 정말 신기했습니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꼭 만나게 되나 봅니다.

위로의 기도가 힘이 되셨기를...

우리의 이별 선물을 토롱이가 대신 받았습니다.
한국 갈 때 가방 두 개만 들고 떠난다는 우리에게 물건을 주시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아셨던 겁니다 ㅋㅋ
아들 내외에게 사진을 보내 감사 인사를 받아냅니다.

이별도 새로운 만남도 오늘이라는 시간 속으로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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