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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글라스와 돋보기 오래 쓰던 선글라스를 그나마 잃어버렸습니다. 딸네 오면서 필요할 것 같아 사려는 걸 알고는, 며눌님의 소장품 중 내게 맞는 걸 하나 꺼내줍니다. 명품인 줄 알고 질색했지만 필요하기에 잘 쓰는 중입니다. 어머니 주일에 딸네와 예배드리고 교회에 돋보기를 떨어뜨리고 왔습니다. 최근 들어 돋보기가 없으면 전혀 보이질 않는다고 하자 딸이 아마존에서 주문을 해줍니다. 자꾸 잃어버리니 좋은 거 필요 없고 도수만 맞으면 된다고 했더니, 월그린에서 한 개 값을 아마존에서 6개를 주문했답니다. 게다가 프라임으로 밤에 주문하니 다음날 아침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미국도 한국처럼 배달의 나라가 되어 갑니다. 명품도 싸구려도 아닌 적당한 가격의 물건을 내가 그냥 직접 사서 쓰고 싶습니다. * 서울쥐와 시골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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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takes a village! 아이가 태어나면 동네 사람들이 함께 키운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데 자녀를 양육하는 아들네와 딸네를 곁에서 지켜보니 그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3세대가 함께 살던 시대에는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을 지금은 심각하게 하며 살고 있습니다. 특히 부부가 모두 일을 해야만 하는 핵가족 시대는 자녀 양육이 쉽지 않습니다. 부모가 모두 일을 하기에 아이는 타인의 손에서 양육되어야 하니 이런저런 이슈가 많습니다. 앞으로 겪어야 할 손자의 경우가 그렇고 그 과정을 지낸 유치원생인 손녀가 그렇습니다. 조부모가 모두 멀리 살고 있어 측은함과 미안함이 교차합니다. 한 주일동안 열심히 일하고 주말을 맞이하는 부모는 쉬지 못하고 5일 동안의 공백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여기저기 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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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parents Day! 라일리 학교에서 조부모의 날 행사로 모이는 날입니다. 가정의 달인 5월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등 기념하는 날들이 많지만 어제는 학교를 시작한 라일리의 학교에서 해마다 열리는 조부모의 날로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손녀가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지 듣고 보고 확인하는 날이었습니다.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이지만 후원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중에 부자 조부모의 재력이 한몫을 한다고도 합니다. 한국과는 달리 크고 넓은 땅에서 멀리 사는 조 부모들이 손주들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나도 사돈도 얼굴을 함께했습니다. 4년 전 소천한 친할머니와 한국에 있는 외할아버지는 이 기회를 놓쳤습니다. 앞으로도 해마다 있을 행사를 위해 가족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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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네 집은 도심 속 사각지대인 숲 속에서 있습니다. 랄리 비행장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10분 거리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제일 큰 규모의 쇼핑몰이 있는... 인공이지만 커다란 배를 탈 수 있는 넓은 조던 레이크에서 아주 가까운... 5분만 나서면 도시인데 딸네는 새들이 지저기고 벌레들이 울며 나무들이 무성한 도심 속의 정원에 있입니다. 딸네 집은 말 그대로 문명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른 아침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우리가 아침으로 요거트에 넣어 먹은 딸기 꼭지는 닭의 아침이 되기도 합니다. 딸은 그 닭들을 풀어놓고 키워야 벌레도 잡아먹을 텐데 가둬놔서 미안하답니다. 저렇게 키우는 것도 상업용으로는 제대로 케이지 프리일 텐데 말입니다. 커피에 진심인 딸이 엄마를 위해 생 커피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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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은 손녀의 학교에서 금요일에 있을 ‘조부모의 날’ 행사 때문이었지만 나는 그 명목이 너무도 고맙습니다. 그 명목 덕분에 뉴저지에서 노스 캐롤라이나로 날아왔습니다. 학교를 시작하기도 해서지만 반년만에 만난 라일리는 모든 것이 급 성장했습니다. 새로 지은 집에 들어온 지 6개월이 되어가지만 딸내외의 바쁜 직장생활로 여전히 짐 정리는 덜 되었고 어수선했지만 군데군데 손재주가 많은 사위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등하나 달았을 뿐인데 고급 야외 식당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에 사시는 친할아버지도 손녀의 행사에 참석하시려고 도착해 가까이 사는 시누이와 함께 방문해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 가족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친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농장에서 닭 잡아먹던 이야기를 듣던 손녀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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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일이 어머니날인데 마침 내가 라일리네로 떠나게 되자 결혼 후 처음으로 어머니날을 같이 지낼뻔 했음을 아들내외가 아쉬워했습니다. 어제 새벽에 일어나니 문 앞에 깜짝 선물이 있습니다. 내 키만 한 풍선 때문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ㅋㅋ 아들이 좋아하는 스누피 카드와 그동안 계좌로 넣던 액수의 두 배보다 많은 금일봉도 들어있습니다. 현금은 사랑입니다 ㅋㅋ 그리고 뭉클한 사랑표현도 담겨있습니다. 강제로 그것도 필요에 의해서 이긴 하지만 그렇게라도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대놓고 자기가 마마보이라나 뭐라나 ㅋㅋ청소하는 아줌마가 와서 빨게 놔두라는 걸 떠나기 전 내 이불 빨래는 내가 하려고 벗겨 내는데 이안이의 인기척이 들립니다. 데리고 들어와 풍선을 보여주니 이안이도 나만큼 깜짝 놀라며 신기해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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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살지만 멀리 살기를 선택한 사돈댁이 내가 일주일 동안 떠난다니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려는 명목으로 들렀습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가끔 들르는 걸 보면 이안이에게 묶이기는 싫지만 보고는 싶으신 모양입니다. 아이와 한참을 놀아 주다가 낮잠을 자러 들어가니 둘이 ‘카페 베네’에 가서 시원한 주스를 마시자고 합니다. 주스대신 팥빙수를 찾으니 메모리얼 데이 이후에나 시작한다기에 커피맛 젤라토로 대신했더니 당신은 망고주스를 주문해 놓고 피스타치오 젤라토를 추가로 시키면서 내 커피 맛 위에 당신 맛을 올려줍니다. 당신은 당뇨 전단계라나 뭐라나... 커피를 즐기는데 피스타치오를 얹어주니 맛이 섞입니다. 마치 내가 이안이를 돌보는 일에 사돈댁이 추가되는 느낌이랄까... 아직 돌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신경전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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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손자를 돌봐주기 위해 열심히 배우는 중입니다. 우유를 먹이는 방법, 놀아주는 방법, 잠을 재우는 방법... 더욱이 친 손자이다 보니 고부간의 갈등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기에 나의 육아 인턴 생활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각오하고 시작된 일이기에 쉬울 것은 없지만 못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을 지내보니 내가 아이들을 키우던 방법은 구 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내 방식 말고 아들내외의 방식을 따라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뻐해주고 싶어도 슬쩍슬쩍 뒤로 빠져줍니다. 어차피 며눌님이 집에 있는 동안은 하는 건 내가 도와줄 필요는 없고 나중에 내가 혼자 할 때 마음대로 하면 되니까... 아들은 직장 가고 마누라님은 여행 갔을 때 오롯이 혼자 차지한 육아는 아기가 순해선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