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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살지만 멀리 살기를 선택한 사돈댁이 내가 일주일 동안 떠난다니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려는 명목으로 들렀습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가끔 들르는 걸 보면 이안이에게 묶이기는 싫지만 보고는 싶으신 모양입니다.
아이와 한참을 놀아 주다가 낮잠을 자러 들어가니 둘이 ‘카페 베네’에 가서 시원한 주스를 마시자고 합니다.
주스대신 팥빙수를 찾으니 메모리얼 데이 이후에나 시작한다기에 커피맛 젤라토로 대신했더니 당신은 망고주스를 주문해 놓고 피스타치오 젤라토를 추가로 시키면서 내 커피 맛 위에 당신 맛을 올려줍니다.
당신은 당뇨 전단계라나 뭐라나...
커피를 즐기는데 피스타치오를 얹어주니 맛이 섞입니다.
마치 내가 이안이를 돌보는 일에 사돈댁이 추가되는 느낌이랄까...
아직 돌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신경전입니다 ㅋㅋ

그녀는 설탕으로 살짝 업되니 당신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30여 년 전 사돈 어르신의 직장 발령으로 시작된 미국 생활은 남편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주는 바람에 영어도 못했고 경제적으로 넉넉하니 일을 할 필요도 없었기에 세상 사는 걸 하나도 배우지 못했다며 나보다 2살이 많은 그녀는 지금부터라도 홀로서기를 하려고 최근에 웰스파고에서 은행 구죄를 당신 이름으로 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여왕마마로 대접받은 지난 세월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당신을 무능하게 만들었다며 볼맨 소리를 합니다.
유학 나올 때 영어를 조금 한다는 이유로, 또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모든 걸 다 해야 했던 나와는 너무도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삶은 정답이 없습니다.
그저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뿐입니다.
그래도 여왕마마처럼 살아온 그녀와 언년이로 살아온 나의 지난 세월은 얼굴에 드러납니다.
영주권을 포기하지 않고 해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얼굴에 손을 봤다니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위지만 보기엔 10년은 더 젊어 보입니다.
Oh well~
구수하게 붕어빵 굽는 냄새가 나기에 우리도 붕어빵을 주문해서 먹다가 그녀는 유치원에 다니는 큰 손자를 픽업해야 할 시간이라며 서둘러 일어났습니다.
아... 아이의 학교가 시작되어도 방과 후에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니 황혼 육아의 끝은 예측할 수 없게구나 싶었습니다.

지금은 나도 아들내외도 6개월로 생각하고 시작한 황혼육아가 갑자기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Oh well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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