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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네 집은 도심 속 사각지대인 숲 속에서 있습니다.
랄리 비행장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10분 거리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제일 큰 규모의 쇼핑몰이 있는...
인공이지만 커다란 배를 탈 수 있는 넓은 조던 레이크에서 아주 가까운...
5분만 나서면 도시인데 딸네는 새들이 지저기고 벌레들이 울며 나무들이 무성한 도심 속의 정원에 있입니다.
딸네 집은 말 그대로 문명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른 아침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우리가 아침으로 요거트에 넣어 먹은 딸기 꼭지는 닭의 아침이 되기도 합니다.
딸은 그 닭들을 풀어놓고 키워야 벌레도 잡아먹을 텐데 가둬놔서 미안하답니다.
저렇게 키우는 것도 상업용으로는 제대로 케이지 프리일 텐데 말입니다.

커피에 진심인 딸이 엄마를 위해 생 커피콩을 로스팅하고 가는 소리에 깨어난 손녀의 굿모닝 인사는 쓴 커피를 달콤하게 하는 꿀단지입니다.
잠이 모자라는 듯한 손녀는 어제의 흥분은 어디로 갔는지 오늘 아침엔 엄마 품에서 어리광을 부립니다.

이른 아침 사위는 이미 출근을 했고 딸은 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회사로 출근한다며 그렇게 모두 바이하며 떠났습니다.

어제 손님을 치르느라 지저분해진 집안을 대충 정리하고 커피를 들고 썬룸에 앉았습니다.

유난히 자연을 좋아하는 딸과 사위가 선택한 도심 속 농장의 삶을 하나씩 이뤄가는 것이 신기하고 부럽기까지 합니다.
한쪽 구석엔 텃밭에 심을 모종을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엔 무심하게 맨땅에 시작했다가 실패했다며 지금은 공부하며 노력 중이랍니다.
엄마가 꿈꾸던 텃밭을 여기에서 가꿔보라며 마음속 소리를 내는 딸에게 미안합니다.  
당분간은 힘들 걸 둘이 잘 알기에...

숲 속의 정원을 호기심으로 천천히 돌아봅니다.
이유야 있었겠지만 늦어도 너무 늦게 지어진 집입니다.
넓은 땅에 집은 작게 짓겠다기에 의아했는데,
살아보니 집안은 크지 않은 게 여러 가지 측면으로 편리합니다.

드라이브 웨이에 파킹된 저 캠핑카에서 지난 3년을 살면서 밥 해 먹는 거 제외하고는 불편함을 몰랐다니 자신들이 선택한 길이기에 그게 가능했으려니 싶습니다.

집이 작기도 하지만 거실의 서너 배인 썬룸은 비용을 많이 들여 정성껏 지었답니다.  
어제저녁 삼면이 숲으로 둘러싸인 썬룸에서 식사를 하면서 그 모든 노력의 혜택을 누렸습니다.  

언덕 위에 지어진 아담한 집과 넓은 대지에서 딸네의 끝없는 꿈을 이어가길 소원합니다.  

그 프로젝트 중 첫 번째가 닭장입니다.
처음엔 건강한 계란을 먹기 위해서였다는데 이제는 닭과도 친밀함이 생겨서 그 닭을 연구 중이랍니다.
닭도 여느 동물처럼 다양한 종자가 있고 그 종자별로 성격과 성질이 다르답니다.
9마리가 각자의 성격대로 주인님께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와서 쪼기도 하고 또 도망만 다니기도 하고...
또 다른 인간 세계의 모형이 그곳에 있습니다.
한낮의 뜨거움을 피해 초록색 집에서 잠을 자나 봅니다.
쓰레기통 모양은 출타 시 자동으로 먹이를 주는 통으로 개조했답니다.
물줄기도 매달아 놓아 부리로 쪼으면 물이 나오게 설치해서 가르치는 중이랍니다.
그 물줄기는 빗물을 모아 그리로 흐르게 했답니다.
이미 잘하는 똑똑이도 있지만 여전히 바닥의 빗물을 먹는 멍청이도 있답니다.
닭장 하나에도 과학과 사랑이 듬뿍 담겨있습니다.  

바닥 고르기 공사 중인 미래의 과수원입니다.
저 멀리에 일단 복숭아, 포도, 자두, 블루베리 나무를 한 그루씩만 심고 연습 중이랍니다.

진흙땅이어서 뿌리를 내릴 수 없는데 그 땅에 직접 심은 모종들은 이미 말라버렸기에 흙과 부직포로 만들어진 베드에 새로 시도하는 중이랍니다.  
텃밭 가꾸기에 필요한 여러 가지 다양한 도구들이 끊임없이 배달되고 있습니다.

부르지 않아도 오는 수많은 새들에게까지 친절하게 먹이를 주면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출출해 냉장고를 열어보니 김치가 있습니다.
우리보다 미국인 사위가 김치와 삼겹살을 더 좋아합니다.  

밥과 김치 말고 어제 남은 바비큐 고기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다시 창가에 앉았습니다.
혼자 차도 없이 집에 있을 엄마가 걱정되었는지 점심을 픽업해서 들르겠다는 걸 거절하고...

꼴랑 꼬맹이 샌드위치뿐인데 산장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줄 착각에 빠집니다.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이곳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나 봅니다.

봐도 봐도 싱그러운 초록빛이 고맙고,
들어도 들어도 정겨운 새들의 조잘거림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렇게 앉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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