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아들이 목감기가 와서 출근을 못하고 집에서 일을 합니다. 며늘은 늘 재택근무를 하다가 이번주는 집에서 좀 떨어진 뉴저지 클라이언트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재택근무를 하든 출근을 하든 어차피 육아는 내 몫이니 별다를 게 없습니다. 단지 이안이가 집에 가족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온기를 느끼니 그건 좋습니다. 비록 옆에서 콜록거리며 이안이에게 옮길까 봐 걱정을 하긴 하지만...지난 이틀 겨울의 문턱까지 갔다가 오늘은 다시 포근해지니 사람도 개도 모두 즐거운 산책을 나섭니다. 기온차가 이리도 심하니 이래서 모두 감기에 걸리나 봅니다.그걸 아는지 이안이가 자기 키만 한 커다란 기저귀가방을 끌고 옵니다. 너의 귀여움을 누가 거부할 수 있겠니!가을 하늘은 무척이나 청명합니다. 추운 날엔 햇살이 반가울 테지..
* 도서관 답사 시간대신 돈이 많은 며늘은 이안이에게 맞는 비싼 배움을 찾느라 열심이지만, 돈보다 시간이 많은 할머니는 공공자원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포트리 도서관에서 10, 11월에 0세부터 18개월까지 스토리 타임이 매주 수요일 오전에 있습니다. 제한된 인원 때문에 신청을 해야 하고 선착순 마감이라기에 노력을 했는데 웨이팅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포기했는데 지난 월요일 이멜이 왔습니다. 참석 안 할 거면 캔슬하고 다른 사람이라도 오게 하라고? 무슨 말인가 싶어 어제 도서관엘 찾아갔더니 처음부터 등록이 되었기에 결국 지난 두 번을 빠졌답니다. 리스트에 오랐다는 걸 이멜로 못 받았다고 볼맨소리를 하면서 감사했습니다. 장소와 환경을 확인하고 책도 보고...근처 파리바케트에서 ..
아빠 출근 버스길에 동행하는 게 이안이의 일상 중 기쁜 일중 하나인데 오늘 아침은 많이 추워졌습니다. 두둑이 껴입고 나섰습니다. 귀찮을 듯도 한데 협조해 주는 걸 보니 추위를 배우는 중인듯합니다.집으로 돌아오는 사거리 학교 앞에서 건널목을 건네주는 남미 할머니가 이렇게 추운데 산책하느냐고 합니다. 이래저래 설명을 하니 그제야 ‘아하’하며 이안이에게 천주교식 축복하며 성호를 긋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이유’가 있습니다. 어젯밤에 창문을 심하게 두드리던 바람이 해골을 넘어뜨렸습니다. 이번주는 며늘도 뉴저지 사무실로 출근을 합니다. 운전을 싫어하는 며늘은 우버로 출근을 합니다. 아들 내외는 출근하고 오전을 할머니와 놀다가 이안이도 잠이 들었습니다. 내가 차 마시는 걸 좋아하는 걸 알고 며늘이 예쁜 차를 ..
며늘집에서는 음식 해 먹는 게 전쟁입니다. 외식보다 집밥을 선호하는 내게는 더더욱 스트레스입니다. 그렇다고 뭐 맛난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고 대충 해 먹어도 그것보다 나을듯한 음식들을 주문해서 먹습니다. 쌀국수, 닭튀김, 돈가스, 자장면, 김밥,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 등등~ 점심에 자주 먹는 중동음식을 엄마도 맛보게 한다나 뭐라나... (헐~저 하얀 소스가 밥 한 공기 칼로리, 그런데 저걸 넣어야 맛있다나 뭐라나~)며늘이 요리를 못하는 이유는 집(주방)이 더러워지는 게 싫어서랍니다. 그래서 음식 하는 거 자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들이 내게 요리를 하지 말라는 이유는 엄마가 힘들까 봐랍니다. 안 힘들다고 그냥 내가 먹는 거 하면서 너희 것도 추가로 만들겠다고 해도 늘 반만 동의합니다. 내 돈 들..
토요일 밤 아들내외가 친구의 결혼식엘 참석하고 주일 새벽 2시가 넘어 꼬알라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10시 반 뉴욕 ‘요한 대 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려고 했었는데, 피곤한 아들내외를 위해, 아니 이안이를 위해 아침을 먹이고 오전 낮잠을 재운 후 오랜만에 동네 온누리교회에서 11시 반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드리는 중 앞 좌석에 앉은 시니어(나랑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한 분에게 마음이 향합니다. 겉모습은 화려(버버리 코트에 루이뷔통 가방을 들었기에)했으나 마음은 무척 가난해 보이는... 예배 끝나고 나오면서 그분도 제게 눈길을 주십니다. 알고 보니 그분도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고 이 교회에 등록한 지도 얼마 안 되는 분이었습니다. 로비에 마련된 간식 떡을 서로 챙겨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
황혼육아하러 무작정 왔기에 한국서 정장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그런 마음을 아는 사돈댁에게서 근사한 흰색 재킷을 선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재킷은 내 스타일대신 그녀의 맵씨에 더 가까웠습니다. 결국 돌잔치 전날 뉴욕의 메이시 백화점에서 내 스타일 원피스를 장만해서 입었습니다.그리고 그 근사한 재킷은 절대 안 입을 텐데... 싶어 사돈댁에게 허락을 받아 동네 웨스트필드 몰에서 내 스타일로 바꾸려고 갔는데, 새로 나온 겨울옷덕에 가을 상품이 모두 30% 할인 행사 중입니다. 그래서 그녀 스타일 재킷은 제가격에 리턴하고, 내 스타일 재킷과 세트로 입을 바지, 그리고 청바지까지 약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교환했으니 모두 윈윈입니다.옷가게 건너편에 ‘강남’이라는 카페가 있기에 반가움에 그곳에서 크로플 샌드위..
* 권태기 황혼 육아, 아니 며늘집 살이를 시작한 지 6개월로 접어듭니다. 귀여운 손자를 위해 모두 다 내려놓고 오긴 했지만... 멀리 바라보니 나는 누구인가? 싶기도 하고... 아들내외가 걱정할까 봐 내색은 못하지만 아마도 눈치는 챌듯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주는 잘 먹이고...최선을 다해 잘 놀아주는 중이지만...내가 미국을 떠나 한국에서 6개월 지내고 돌아오니 핼러윈도 돌아옵니다. 아들 회사 출근 버스 타는 걸 배웅하는 게 일상이 된 이안이와 큰 길가 집들이 장식한 핼러윈을 구경합니다.작년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올해 처음 맞이 하는 핼러윈 장식에 어리둥절합니다. 10월 말 핼러윈날에는 바구니 들고 동네방네 다니면서 ‘어흥! 떡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를 할듯합니다. 석양이 멋지다기에..
어제의 노곤함이 발목을 잡고 있던 주일 오후입니다. 아들내외가 이안이와 맨해튼의 어린이 박물관엘 가는데 동행하겠냐고 하는데, 살짝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가 너희들끼리 즐기라고,나는 피곤해서 집에서 쉬겠노라고 했다가,BOA 신용카드 소지자는 매달 첫 주말에 메트로풀리탄을 포함한 클로이스터스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기에 아이들이 떠난 후에 마음이 꿈틀거립니다. 그래서 거리가 맨해튼 중심가 보다 가까운 북쪽에 위치한 클로이스터스를 향합니다. 뉴저지 버스로 조지 워싱턴 다리를 건너 뉴욕에 도착해 B4 버스를 타면 종점인데 30분도 채 안 걸리니 고맙습니다. 2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시작한 뮤지엄의 어슬렁 거림은 집에서 쉬는 만큼 쉼을 가질 수 있어서 좋습니다.지난번엔 살짝 들렀다가 5번가 메트로폴리탄으로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