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의 의무를 수행하느라 2시간이 넘는 기다림 끝에 간신히 투표를 했습니다. 미리미리 했으면 당일에 이렇게 고생은 하지 않았을 텐데...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나의 일상을 생각하면 투표조차 게으를 수 있었지만, 자녀들의 일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더욱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Andy Kim 이 상원의원으로 뽑혀 우리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줄 수 있을테니 감사입니다.사족, 내 뒤로 80은 훨씬 넘어 보이는 한국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를 집고 들어서십니다. 앞으로 벽 여명은 족히 되는 줄을 어찌 기다리시나... 싶어 투표 부스 근처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시라고, 순서가 되면 내 앞에서 하실 수 있게 해 드린다고 했더니, 뜻밖의 호의에 의아해하시며 의자에 앉기는 하셨는..
부부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에 맞춰가면서 사는 게 쉽지 않은데 하물며 며늘과 시엄니가 함께 사는 건 그리 편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30여 년의 세대차이까지... 아무리 내가 며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들의 강권으로 시작된 황혼육아, 아니 며늘집 살이가 이제 익숙할 만도 한데 가끔 조용한 마음에 소음이 생깁니다. 은퇴 후 멈춰버린 듯한 시간들이 볼맨 소리로 다가오기도 하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맞는 건지 의심이 훅 올라오기도 하고, 게다가 행복페이(내 돈 내고 장보고 음식까지 해주는)를 하면서까지 손자의 재롱을 봐야 하는지 회색 모드가 지난 두 주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30여 년 전 직장 생활을 하는 나를 위해 울 시엄니께서 당신의 손자(나의 아들)가 태어나면서부터 ..
작년엔 태어나서 한 달 즈음이었으니 올해로 이안이는 스코틀랜드에서 유래했다는 첫 번째 핼로윈을 맞았습니다. 36년 전 2살과 3살이던 우리 아이들이 미국에 와서 처음 맞이 했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무슨 캐릭터였는지는 잊었으나 바구니 하나씩 들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더니 온갖 다양한 캔디가 한가득이었던... 그리고 그 캔디를 일 년 내내 먹었다는... 그렇게 시작했던 핼로윈을 이제 손자가 즐기게 되었습니다. 아들 친구의 친구가 여유분이라고 준 호랑이 옷을 입고 ‘어흥~ 떡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를 하러 나갔습니다. 따라나서려다 아들내외의 친구들 가족이 함께 모여 겸사겸사 모임을 갖는다기에 집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집에 사다 놓은 캔디가 없어 동네 도서실로 도망을 갔습니다. 앞서가는 가..
간식으로 할머니가 만든 사과 오트밀 쿠키를 많이 좋아합니다. 작은 사이즈로 4개씩 주는데 처음 3개는 마파람에 게눈 감치듯 먹어치우고는 마지막 남은 쿠키는 너무도 아쉬워하며 아껴먹습니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어찌 그런 건 습득하는지 신기합니다. 음식을 데우다 보면 뜨거워서 호호 불어서 주는 때가 많아서... 뜨겁지도 않은 음식을 호호 불며 먹습니다. 먹는 시간은 즐거운 놀이시간입니다.그릭요거트는 행복입니다.
오늘은 이안이 도서관에 가는 날~ 지난주는 아파서 못 가고, 처음 두 주는 몰라서 빠졌으니, 이제 오늘 지나면 다음 주가 마지막입니다. 어른의 눈으로는 뭐 그다지 내세울 건 없지만, 늘 할머니와 둘이 지내는 이안이 에게는 특별한 외출입니다. 그걸 또 재택근무 중인 며늘은 궁금해서 브레이크 시간을 만들어 찾아왔습니다. (시엄니가 뭐 하고 다니나 궁금한 가 봅니다 ㅋㅋㅋ)12월 한 달 동안은 무슨 음악 프로그램을 비싼 비용을 들여 토요일 오전에 가기로 했답니다. 나는 어차피 뉴욕에 갈 거니까 그러기나 말기나입니다.
늦게 결혼하고 더 늦게 아이를 낳았으니, 손자가 대학 갈 무렵 아들내외는 환갑이 된다며, 둘째는 언감생심이라며 주인공인 외동아들은 온 우주의 중심입니다. 핼로윈에 입을 호랑이 옷을 선물 받았기에 거기에 맞춰 아들은 푸베어, 며늘은 피글릿이랍니다. ‘똑똑’ 방문을 두드리더니 푸베어가 들어옵니다. 주문한 커스툼이 도착했다며 ㅋㅋㅋㅋㅋ그런데 문제는 이안이입니다. 푸베어 옷을 입은 아빠를 보고 기절하듯 웁니다.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도 공포와 두려움을 알게 되었다는 게 신기해 자꾸 애를 울립니다.공포의 눈으로 바라보던 푸베어가 옷을 벗으니 사랑하는 아빠였음을 알고 회복은 됐지만 남은 두려움에 벗어놓은 옷 근처는 피해 다닙니다.낮에 동네를 산책할때 장식된 무서운 모습엔 오히려 관심을 보이며 즐겼었는데...오래..
이안이 만큼 아들내외도 아프긴 마찬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데, 특별히 10월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달이랍니다. 주말 뺀 지난 이틀은 교대로 이안이를 봐주다가 오늘은 둘 다 같은 시간에 컨퍼런스 콜이 있어서 2-4시 사이에 데리고 산책을 다녀와 달라고 부탁합니다.나까지 걸렸으면 자유롭게 노 마스크로 지낼 텐데,내가 안 걸리는 바람에 나를 위해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하고, 이안이를 마스크 씌울 수 없으니 내가 이안이 근처에 가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럼에도 이안이가 보채기라도 하면 무심결에 다가 가려다가 아들에게 혼쭐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그 이안이를 내게 부탁합니다. 날이 너무 좋아서...오랜만에 이안이와의 산책이 너무 반가워서...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