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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에 맞춰가면서 사는 게 쉽지 않은데 하물며 며늘과 시엄니가 함께 사는 건 그리 편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30여 년의 세대차이까지...
아무리 내가 며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들의 강권으로 시작된 황혼육아, 아니 며늘집 살이가 이제 익숙할 만도 한데 가끔 조용한 마음에 소음이 생깁니다.  
은퇴 후 멈춰버린 듯한 시간들이 볼맨 소리로 다가오기도 하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맞는 건지 의심이 훅 올라오기도 하고,
게다가 행복페이(내 돈 내고 장보고 음식까지 해주는)를 하면서까지 손자의 재롱을 봐야 하는지 회색 모드가 지난 두 주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30여 년 전 직장 생활을 하는 나를 위해 울 시엄니께서 당신의 손자(나의 아들)가 태어나면서부터 거의 2년 동안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셨던 기억이 하나둘씩 떠오르면서 내면의 이런저런 볼맨소리들을 잠 재웠습니다.  
울 시엄니께서 그렇게 해주셨는데 내가 울 며늘에게 못해 줄게 뭔가 싶어서입니다.

볼맨 소리의 실체:
며늘이 이안이가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하는 걸 질투(?)합니다.
재택근무와 출근을 교대로 하지만 재택근무 중에도 며늘은 아침잠이 많아 7시부터 일어나는 부지런한 이안이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할머니가 아침 일찍 일어나 기저귀를 갈아주고 직접 만든 음식으로 아침을 먹이고 구 시대의 산물이긴 하지만 함께 놀아주는 할머니가 일 순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며늘이 이안이에게 자기가 계모냐는 둥, 왜 할머니만 따라다니냐는 둥, 왜 할머니한테만 폭 안기냐는 둥..... 등등
그 말들이 듣기 싫어서 우 씨~ 했었는데,
내가 오기 전 7개월 동안 이안이에게 올인을 했던 며늘에겐 그럴 만도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엄마와 있는 시간을 배려해 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주말마다 뉴욕 여행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할머니와 오른쪽 장난감으로 “여보세요?” 놀이 하는 걸 보고는 며늘이 삼성 폴더폰 스타일의 전화기를 주문해 줍니다. 이안이에게 뭐든 필요하면 즉각 주문하는 퐁요로운 세대입니다.
이안이를 위한 후기 이유식을 열심히 만들어 주는 중입니다.
오늘 오후엔 매운걸 좋아하는 며늘을 위해 어남선생의 하얀 크림 떡볶이를 만들어 줬습니다. 사실은 우유 유효기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만들긴 했지만...진심인지 모르겠지만 맛나게 먹어줍니다.

오늘 아침 묵상이 시간 활용에 대한 나눔인데 나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합니다.
어차피 가족 때문에 시작한 일이니 모두가 윈윈 하기 위해 조금 더 인내하기로...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순종과 신뢰하는 마음으로 단순히 하나님만 따르기로...

후기,
토요일 새벽 온누리 교회에서 시편 63편의 말씀을 받았습니다.
아들 압살롬에게 쫓겨 광야에서 하나님을 기억하는 다윗왕의 기도입니다.
광야에서 과거의 은혜와 현재의 돌보심, 그리고 미래의 약속을 믿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깊이 생각하는 다윗의 기도를 나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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