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네 집은 도심 속 사각지대인 숲 속에서 있습니다. 랄리 비행장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10분 거리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제일 큰 규모의 쇼핑몰이 있는... 인공이지만 커다란 배를 탈 수 있는 넓은 조던 레이크에서 아주 가까운... 딸네 집은 말 그대로 문명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5분만 나서면 도시인데 딸네는 새들이 지저기고 벌레들이 울며 나무들이 무성한 도심 속의 정원에 있입니다. 이른 아침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우리가 아침으로 요거트에 넣어 먹은 딸기 꼭지는 닭의 아침이 되기도 합니다. 딸은 그 닭들을 풀어놓고 키워야 벌레도 잡아먹을 텐데 가둬놔서 미안하답니다. 저렇게 키우는 것도 상업용으로는 제대로 케이지 프리일 텐데 말입니다. 커피에 진심인 딸이 엄마를 위해 생 커피콩..
명목은 손녀의 학교에서 금요일에 있을 ‘조부모의 날’ 행사 때문이었지만 나는 그 명목이 너무도 고맙습니다. 그 명목 덕분에 뉴저지에서 노스 캐롤라이나로 날아왔습니다. 학교를 시작하기도 해서지만 반년만에 만난 라일리는 모든 것이 급 성장했습니다. 새로 지은 집에 들어온 지 6개월이 되어가지만 딸내외의 바쁜 직장생활로 여전히 짐 정리는 덜 되었고 어수선했지만 군데군데 손재주가 많은 사위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등하나 달았을 뿐인데 고급 야외 식당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에 사시는 친할아버지도 손녀의 행사에 참석하시려고 도착해 가까이 사는 시누이와 함께 방문해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 가족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친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농장에서 닭 잡아먹던 이야기를 듣던 손녀의 눈동자..
이번 주일이 어머니날인데 마침 내가 라일리네로 떠나게 되자 결혼 후 처음으로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아들내외가 아쉬워했습니다. 어제 새벽에 일어나니 문 앞에 깜짝 선물이 있습니다. 내 키만 한 풍선 때문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ㅋㅋ 아들이 좋아하는 스누피 카드와 그동안 계좌로 넣던 액수의 두 배보다 많은 금일봉도 들어있습니다. 현금은 사랑입니다 ㅋㅋ 그리고 뭉클한 사랑표현도 담겨있습니다. 강제로 그것도 필요에 의해서 이긴 하지만 그렇게라도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대놓고 자기가 마마보이라나 뭐라나 ㅋㅋ청소하는 아줌마가 와서 빨게 놔두라는 걸 떠나기 전 내 이불 빨래는 내가 하려고 벗겨 내는데 이안이의 인기척이 들립니다. 데리고 들어와 풍선을 보여주니 이안이도 나만큼 깜짝 놀라며 신기해합니다. ..
가깝게 살지만 멀리 살기를 선택한 사돈댁이 내가 일주일 동안 떠난다니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려는 명목으로 들렀습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들르는 걸 보니 이안이에게 묶이기는 싫지만 보고는 싶으신 모양입니다. 아이와 한참을 놀아 주다가 낮잠을 자러 들어가니 둘이 ‘카페 베네’에 가서 시원한 주스를 마시자고 합니다. 주스대신 팥빙수를 찾으니 메모리얼 데이 이후에나 시작한다기에 커피맛 젤라토로 대신했더니 당신은 망고주스를 주문해 놓고 피스타치오 젤라토를 추가로 시키면서 내 커피 맛 위에 당신 맛을 올려줍니다. 당신은 당뇨 전단계라나 뭐라나... 커피를 즐기는데 피스타치오를 얹어주니 맛이 섞입니다. 마치 내가 이안이를 돌보는 일에 사돈댁이 추가되는 느낌이랄까... 아직 돌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신경전입니다 ㅋ..
나는 지금 손자를 돌봐주기 위해 열심히 배우는 중입니다. 우유를 먹이는 방법, 놀아주는 방법, 잠을 재우는 방법... 더욱이 친 손자이다 보니 고부간의 갈등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기에 나의 육아 인턴 생활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각오하고 시작된 일이기에 쉬울 것은 없지만 못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을 지내보니 내가 아이들을 키우던 방법은 구 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내 방식 말고 아들내외의 방식을 따라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뻐해주고 싶어도 슬쩍슬쩍 뒤로 빠져줍니다. 어차피 며눌님이 집에 있는 동안은 하는 건 내가 도와줄 필요는 없고 나중에 내가 혼자 할 때 마음대로 하면 되니까... 아들은 직장 가고 마누라님은 여행 갔을 때 오롯이 혼자 차지한 육아는 아기가 순해선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프지..
며눌님은 3박 4일 멕시코 여행을 일정대로 잘 마치고 주일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아들은 한국 음식이 그리울 와이프를 위해 매운 순두부와 매운맛 후라이드 치킨을 주문해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있으니 아기를 맡기고 일찍 올라와서 전전날 못 잔 잠까지 자고 아침 일찍 5시경에 일어났습니다. 큐티와 내 할 일 하고 나니 이안이가 깨어납니다. 피곤한 며눌님을 좀 더 자게 하려고 울기전에 데리고 내려갔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보통은 자기 전에 다음 날을 준비해 놓던 며눌님의 흔적이 없습니다. 여독으로 피곤해 서려니... 하고 대신 정리하고 이안이와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안이의 인기척을 듣고 아들이 눈 비비고 내려옵니다. 출근할 복장이 아니어서 뭐지? 했더니 와이프가 여행 다녀와 피곤할 테니 바쁜 일이..
며눌님 없는 주말을 맞이했습니다. 일 년 중 제일 바쁜 4월을 마무리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아들의 주말 육아가 시작되었습니다. 가끔은 구식 엄마에게 잔소리도 퍼붓지만 중간중간 엄마가 있어서 너무 좋다는 걸 보니 짠합니다. 그러면서 주말엔 자기가 한다며 뭐든 척척 잘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우유를 먹이고 소화가 될 즈음 이유식을 먹입니다. 집에서 쉬어도 되는데 이안이와 동네 호숫가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잡니다.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려면 모든 경우수를 대비해야 하니 어른들이 먼 여행을 떠나는 듯 준비를 해야 합니다. 바람이 세게 부니 유모차의 시트의 방향을 바꿔가며 보호해 줍니다. 저 멀리 날아가는 연을 보여주고 싶어 다가가지만 멀기도 해 이안이는 관심이 없습니다. 또 다른 관심을 사려고 이번엔 민들레 홀씨를..
며눌님의 멕시코 여행 떠난 소식에 깜짝 놀란 사돈댁이 들이닥쳤습니다. 아들 내외는 이미 말했다는데 사돈댁은 못 들었다며 아주 미안한 얼굴로 3박 4일 동안 남은 우리가 먹을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셨습니다. 말했는데 잊으신 건지 아님 모르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ㅋㅋ 암튼 가까이 살지만 손자를 봐주지 않기로 하면서(몸도 아프고 큰 손자도 여전히 돌봐줘야 하니 이안이는 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긴 하지만) 딸과의 사이가 소원해졌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 딸에게도 또 사돈인 내게도 미안한가 봅니다. 자주 오진 못하지만 가끔 와서 예뻐해 주니 이안이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인 줄 알고 깜찍하게 잘 놀아줍니다. 황혼육아 경험자로 딸이 정해놓은 이안이의 스케줄을 무시하며 오후 반나절을 잘 놀아주다 가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