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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빗방울이 뿌리기 시작하는데 남편이 새끼 거위를 보러 가자고 합니다. 거위와의 데이트를 위해 차를 타고 가서 호숫가만 두 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호숫가에는 사람도 거위들도 모두 인기척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이들 잘 가는 곳으로 가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5마리 가족이 쪼르륵 나타납니다. 곁에는 6마리 가족이 5마리 새끼를 잃어 버리고 남은 한 마리와 있기에 먹이를 주려고 다가가자 너무도 무섭게 경계를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하루 만에 5마리를 잃어 버렸으니 남은 한 마리는 아마도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남은 한 마리도 잘 자라지 않고 비실비실합니다. 아마도 공격을 받았을때 간신히 살아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ㅜㅜ 먹든 말든 조금 주고 뒤 돌아서니 떠나는 걸 확인하고 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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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장난감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새벽부터 바쁩니다. 24년동안 세탁소를 운영하시던 여 집사님이 5월 말로 가게 문을 닫기로 하셔서 '종업 감사 예배' 를 드렸습니다. 물론 남편이 여전히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지만... 그동안 작은 픽업스토어에서 주신 축복을 감사히 나누는 은혜 나눔의 시간이었습니다. 늦은 점심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 을씨년스러워 백종원표 칼국수를 끓여 먹었습니다. 그런데 생국수가 짜장면용이라 끓여내고 보니 국물과 국수가 따로 놉니다. 눈으로 보기에 다를 것 없던 칼국수와 우동/짜장국수를 왜 구분해 놨는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알겠습니다. 게다가 국물을 자작하게 붓고 끓이기도 했지만 감자가 들어가선지 예전에 먹던 울면 그림입니다. 맛은 칼국수 그림은 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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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어머니날 선물로 주문해준 스탠드 믹서가 도착했습니다. 언젠가 아들이 선물은 내 돈 주고 사기 아깝지만 받으면 정말 기분 좋은 물건이어야 한다고 한 말이 생각납니다. 나는 중간 수준의 스탠드 믹서면 되는데 아들은 최고급으로 내가 좋아하는 색을 찾아 주문 했습니다. 장모님께는 더 잘해 드렸으니 기분 좋게 쓰라는 말까지 곁들입니다. 결혼 전에 멀리사는 아들이 해마다 꽃을 보내오기에 일주일이면 시드는 꽃 보내는 걸 중단시켰는데, 2년전 결혼 후에 며느리가 작년에도 올해도 꽃을 보내옵니다. 아들에게 하지말라고 했더니 며느리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니 그냥 기분좋게 받으라고 합니다. 자식이 어릴때 부모의 말을 듣듯이 나이가 드니 이제 자녀의 말을 들어야 하는 때가 되었나 봅니다. 암튼 바쁜 중에 꽃을 보낸 며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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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점심을 아주 간단히 먹고 카메라를 챙겨 꽃 동산엘 갔습니다. 오랜만에 날이 좋아선지 아님 오늘부터 백신 다 맞은 사람들은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를 해선지 꽤 북적입니다. 아직은 꽃 동산의 실내 장소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지만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이슬람권 결혼예식이 있었는지 그 나라 정장을 한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났습니다. 휠체어와 유모차를 타고온 다양한 산책객들이 사랑스럽게 꽃을 바라보는 모습 보는것도 재밌었습니다. 물론 나도 그 꽃 길을 걷기 위해 갔지만 말입니다. 이제 조금씩 기적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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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새벽에 나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오는 날입니다. 혼자서 뭔가 해얄 것같아 오전엔 혼자 빵을 구워 먹었습니다. 냉장고에 작년에 딸이 손녀 맥앤 치즈 만들어 준다고 사다 놓은 치즈가 아직도 굴러 다녀서 치즈 치아바타 빵을 만들어 봤습니다. 폴리쉬만 하고 폴딩은 안하는 간편한 '어썸쿠킹'님 레시피를 따라 구워 봤습니다. 따뜻한 물 150그램(2/3컵)에 이스트1/2 작은술을 잘 녹여준 후 밀가루 200그램과 소금 4그램을 넣어 잘 섞어 줍니다. 보통의 치아바타 반죽처럼 묽지 않아서 좀 의아하긴 합니다. 혼자 있는 옆집 아짐과 같이 점심먹고 꽃동산엘 갈까...하다가 오늘은 오롯이 혼자 지내 보기로 했습니다. 점심엔 간단하게 내가 좋아하는 인스탄트 베트남 쌀 국수를 먹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남편이 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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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 이후 처음으로 지인과 함께 하는 브런치입니다. 많이 외로우신 분이어서 친구가 되어 드렸었는데... 식당 내에서는 여전히 테이블 간격과 마스크는 착용 하지만, 그에 비해 식당은 많이 분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곁에 있는 호숫가를 한 바퀴 돌면서 지난 근황을 함께 나눴습니다. 모두에게 그렇듯 슬픔과 기쁨이 씨줄과 날줄로 인생이 엮어져 간다지만, 산 너머 산, 아직도 남아 있는 산들을 넘어야 하는 지인의 어깨를 보듬어 드리고 헤어졌습니다. 오늘 새벽 묵상처럼 우리 모두에게 슬픈일은 기쁜일의 뒤안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