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기간 엄마와 할머니랑만 지낸 이안이가 친구들과 노는 게 재미있나 봅니다. 혹시 안 떨어지거나 적응을 잘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우리의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주변 친구들과 못 보던 장난감이 재밌는지 쿨하게 할머니와 엄마에게 흔쾌히 바이하고 들어갑니다. 게다가 당분간 오전반(9-12시)만 보내기에 픽업하러 가면 작은 놀이터에서 나오려고 하질 않습니다.사실 9시에서 12시는 액기스인 시간입니다. 12시 이후는 낮잠 잘 준비와 3시 전후는 깨어날 준비,그리고 3시 이후는 부모 기다리는 시간이기에,이안이는 3, 4월은 그렇게 놀이만 하다가 올 계획입니다. 5월엔 풀데이 그리고 6월엔 연장 데이로 연습 겸 적응을 할 계획입니다 ㅜㅜ그동안은 부모와 할머니덕에 부족함 없이 지냈지만 암튼 지금이 이안이에게 최고의..

주일 오후 뉴욕으로 산책 나갈 준비를 마칠 즈음 사돈내외가 이안이를 보려고 도착합니다. 그들에게 행복을 나눠 주려고 나는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오늘의 산책로는 브루클린 브리지로 정했습니다. 뉴저지 버스를 타고 42가에서 R train을 타고 시티홀에서 내리면 쉽게 도착합니다. 넓은 타임스퀘어 지하철역엔 늘 다양한 음악으로 행인들의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듭니다.헐~ 날이 좋으니 사람들이 모두 쏟아져 나왔습니다. 게다가 주말에 맨해튼으로 돌아오는 브루클린 지하철 스케줄이 편하지 않으니 상황 봐서 우버 타고 다니라는 아들의 말에 살짝 쫄았습니다. 그래서 다리를 건너는 대신 주변을 걸으며 건물을 구경합니다. 뉴욕은 다양한 쌍둥이 건물이 많습니다.옛 건물과 현대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많은 민족들이 살고 있는..

주말의 여행 메이트인 돌싱녀가 이번 주말엔 손자를 봐줘야 한다며 아쉬워 했습니다. 날은 봄을 부르는 듯했으나 바람은 여전히 얄밉게 불었습니다. 오전을 이안이와 지내다 점심때가 다되어 얄미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혼자 뉴욕행 버스를 탔습니다. 그동안 몰랐던 뉴요커들의 ‘통근용 페리’도 타보고 혼자라도 ‘가버너스 아일랜드’에도 가보려고...돌싱녀에게서 받은 정보로 시니어 디스카운트 요금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고 바로 승인되어 4불 대신 1.45불만 내면 뉴욕 경변을 이동하는 페리를 탈 수 있게 되었기에...그동안은 42가 버스에서 내리면 8번가와 5번가 사이에서 오가던 동선을 벗어나 1번가까지 가야 페리를 탈 수 있기에 그쪽으로는 처음 걸어보는 길입니다.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되지만 걷는 시간이나 타는 시간이 비..

할머니가 떠날 날이 다가오면서 이안이가 할머니 없이 마주해야 할 인생수업에 들어갑니다.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일 유아원이라는 어린이집엘 등원했습니다.누구에게나 살갑게 웃어주던 아기였는데,어젯밤 잠을 설치더니 아침엔 생떼 모드였기에, 엄마아빠 특히 할머니가 걱정을 잔뜩 안고 내려놨더니,웬걸~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서 할머니가 가든 말든 상관이 없습니다. 이안이 너~ 아빠처럼 B형 남자 맞는구나 ㅋㅋ일단 이번 달은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만 놀러 다니기로 했습니다.생각보다 적응을 잘해서 백오십만 원 정도 드는 반나절 반이 그렇게 아깝지만은 않습니다. 반나절 반과 온종일 반의 가격차이가 그다지 크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달에 잘 적응하면 담달은 온종일 반으로 다녀보고,그다음 달엔 아예 내가 없는 것처럼 스케..

오래전 잘 알고 지내던 부자 사람의 단상이 떠오릅니다. 결혼한 자녀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주면 기초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돼서 삶이 고달프지 않을 거라는...그분의 아들이 변호사인데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집을 사주면서 하던 말이었습니다.호불호가 있겠지만 재정 때문에 자신의 일에 치이지 않게 하고픈 부모의 마음이었을 겁니다. 이안이와 블록 쌓기를 하다가 떠오른 생각입니다.블록 쌓는 걸 재밌어하는 두 살도 안된 아기의 탑은 너무도 쉽게 무너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할머니 챈스로 기초 공사를 튼튼히 해줘 봤습니다. 무너지긴 마찬가지였지만 어제와는 달리 남아있는 기초블록에 곧바로 재건에 들어갑니다. 기초 공사... 돈대신 그걸 제대로 가르치면 되려나?성년 이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 아들에게 슬쩍 그런 이야기를 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줄 아는 때가 되었습니다. 자기가 먹는 음식을 인형은 먹지 못하는 걸 알면서 나눠먹는 척합니다.아직은 자기의 최고 음료인 우유를 자기 분신인 토롱이와 함께 나눠 먹습니다 ㅋㅋ사실 먹보지만 나눠 먹는 건 잘하긴 합니다. 곁에서 할머니 커피가 담긴 텀블러가 몹시 궁금해 하지만 뜨거운 걸 알고 잘 만지지는 않습니다.손가락으로 꼬맹이 하트를 날리기도 하더니 언제부터인가 짧은 팔로 커다란 하트를 그리며 사랑을 표현합니다. 너의 그 사랑이 할머니의 발목을 잡고 있답니다.

사돈어르신의 생신이 두 주 전이었는데 모두, 정말 나만 빼고 양쪽집안의 모든 가족이 독감에 걸려서 어른의 생신을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이제 모두 회복이 되었고 외할아버지 내외는 손자가 보고 싶으셔서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한문은 ‘강남’인데 중국사람들이 ‘장난’으로 읽는 고급진 중국집에서 오리고기를 먹었습니다. 어려운 자리라 사진이 없어 아쉬운 점심이었지만,디저트로 카페베네에서 붕어빵을 먹으면서 몇장 남겼습니다. 개당 4불이 넘었지만 찹쌀이 섞여 바삭하고 팥을 많이 넣어 주기에 사돈네가 가끔 찾는 카페랍니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 동네에서 두 개 천 원에 사 먹던 붕어빵을 추억하면서...점심식사 후 헤어지는 길목에 나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전시 중인 독일 낭만주의 미술가 프리드리히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새들의 트윗 소리에 잠이 깨고 햇살은 따사로워도 아직은 겨울이지만 나의 맨해튼 행은 멈출 수 없습니다.바람은 좀 불지만 오랜만에 좋은 날인데 기다리던 여행메이트에게서 소식이 없습니다. 오늘은 내가 먼저 ’ 굿모닝‘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바로 이어서 ’ 콜 미‘라고 답이 왔습니다.왜 연락을 안 했냐고 바쁘냐고 했더니, 왜 항상 당신이 먼저 연락을 해야 하냐며,내가 귀찮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사실 나는 그녀가 귀찮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우린 그렇게 서로 오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인간관계는 참으로 복잡 미묘합니다. 좀 늦긴 했지만 바로 뉴욕행 버스를 타고 42가에 도착해서 A 지하철을 타고 Pier 26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입니다. 전망 좋은 ‘City Vineyar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