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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여행 메이트인 돌싱녀가 이번 주말엔 손자를 봐줘야 한다며 아쉬워 했습니다.
날은 봄을 부르는 듯했으나 바람은 여전히 얄밉게 불었습니다.
오전을 이안이와 지내다 점심때가 다되어 얄미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혼자 뉴욕행 버스를 탔습니다.
그동안 몰랐던 뉴요커들의 ‘통근용 페리’도 타보고 혼자라도 ‘가버너스 아일랜드’에도 가보려고...
돌싱녀에게서 받은 정보로 시니어 디스카운트 요금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고 바로 승인되어 4불 대신 1.45불만 내면 뉴욕 경변을 이동하는 페리를 탈 수 있게 되었기에...
그동안은 42가 버스에서 내리면 8번가와 5번가 사이에서 오가던 동선을 벗어나 1번가까지 가야 페리를 탈 수 있기에 그쪽으로는 처음 걸어보는 길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되지만 걷는 시간이나 타는 시간이 비슷한 거리이기에 걷기로 합니다.
사실 걷는 건 내가 뉴욕을 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8번가에서 시작된 길을 2번가를 지나니 브로드웨이가 나왔고 그곳엔 관광객들이 한 번쯤 먹어야 하는 ‘조 씨 아저씨 피자집이 나옵니다.
가끔 지날 때 먹고 싶어도 줄이 길어 포기할 때가 많았는데 좀 이른 시간(11:30)이어선지 줄이 거의 없었고 자석처럼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내 뒤에 모녀 관광객이 그곳의 규칙을 잘 모르기에 피자를 주문하는 동안 딸에게 자리를 잡으라고 코치까지 해주며 함께 동석해서 시실리안 피자 한 조각을 먹었습니다.


테네시주에서 일박이일 여행 중인 모녀는 누가 봐도 엄마와 딸인데 시골쥐 정서까지 있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잠깐 사이 서로 익숙해졌지만 다시 만날 확률은 거의 없으니 쿨하게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걷다가 재밌는 서점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39가에 위치한 드라마 북 스토어입니다.


갈길이 멀어도 궁금한 건 못 참으니 들어섰습니다.
영화, 연극 그리고 뮤지컬.... 상영된 모든 영상이 문자화되어 판매되는 곳입니다.
그런데 책들로 상점 안을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요즘 트렌드인 더불어 카페는 기본입니다.
미드를 몇 개 보긴 했지만 책으로 사서 읽을 정성은 없기에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강변 선착장으로 가는 길목에 볼거리가 계속 나옵니다.
길 건너기 전 조형물은 분명 남자가 가방 들고 걷는 모습이었는데,

길을 건너며 뒤돌아보니 그의 몸의 일부분이 떠났습니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하나님께서 예술가의 뇌에는 뭔가 하나씩 더 만들어 놓은 게 틀림이 없습니다.

갈길이 먼데 요상한 빌딩들이 자꾸 나의 걸음을 지연시켰습니다.
시카고도 한국도 뉴욕도 예전의 빌딩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드디어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주변 건물들을 보다가 뒤쪽에서 꺾어진 건물이 앞에선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두 건물을 이어주느라 H자 모양을 한 쉽게 잊히지 않는 디자인입니다.

최근 들어 많은 건물들이 유리 창문으로 지어졌는데 이 건물은 무슨 대리석처럼 생겼습니다.
참말로 이젠 평범함이 비범함이 되어버릴 판국입니다.

강 건너 브루클린 강변도 예외는 아닙니다.


드디어 피어 11로 향하는 아스토리아 페리가 도착했습니다.

배를 타고 주변의 건물들을 전체적으로 다시 구경했습니다.



10분을 넘기지 않았지만 바람이 어찌나 센지 머리가 산발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은 일층선실 안에 머무르는 이유를 나중에 알았지만 10분 정도 모두의 머리를 휘날리는 강바람이 정말 세찼습니다.

맨해튼 다리와 브루클린 다리를 가까이 올려다볼 수도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페리 때문에 휘청거려 잠시 배 멀리를 할 뻔했지만 센 바람이 울렁거림을 가라앉혀 줬습니다.

피어 15는 핑크무드입니다.
시니어 말고 젊고 예쁜 젊은 여성들을 위한 곳인듯합니다.

패리에서 내려 이번엔 카버너스 아일랜드행 패리를 타려고 옆 건물로 이동하는데 투어용 헬리콥터를 위한 ‘헬리포트’를 지나갔습니다.
언젠가는 이 헬리콥터 투어도 하게 될듯합니다.


가버너스 아일랜드로 가는 페리는 가격이 5불인데 시니어는 아예 공짜랍니다.



공짜를 기분 좋아하는데 바로 곁에 있는 벽화에 쉽게 얻은 돈은 쉽게 나간다고 경고를 합니다.
물론 그 정도의 쉬운 돈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게다가 표검사를 하지 않아서 실망도 했습니다.

멀리 엘리스 아일랜드와 자유의 여신상이 보입니다.
오래전에 두 번 갔었다는 이유로 신기할 정도로 그곳엔 갈 생각을 안 합니다.

지금은 황량해서 아직 찾는 사람이 적지만 봄 여름 가을엔 인기가 많은 곳이랍니다.

허허벌판 기분의 아일랜드는 다음 들어오는 페리를 타고 나왔습니다.
다음엔 패리를 연결해서 타고 뉴욕 강변의 건물 투어를 해야겠습니다.

집으로 오는 버스길에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 일본 쇼핑몰에 나도 구경하려고 따라 내렸습니다.
그곳에 ‘다이소’가 있습니다.
한국의 다이소는 한국제품이 대부분이지만,
이곳은 거의 모든 제품이 일본산 입니다.
특이한 건 일체 리턴 서비스를 하지 않는답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무슨 자신감인지...

같은 쇼핑몰에 ’ 미쯔와‘ 그로서리 상점에도 구경삼아 들렀습니다.
이 멜론과 딸기는 재벌들을 위한 과일인지 금값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비쌀 수가 있는지...



아이들은 밖에서 저녁을 먹을 테니 나도 저곳 푸드코트에서 치즈 돈가스를 주문해서 혼밥을 했습니다.
맛은 있었지만 늦은 저녁 시간이라 절제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혼자인 나의 활동무대가 되어준 뉴욕과 뉴저지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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