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아침입니다. 게다가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가 더해진 연휴입니다.애가 깨어나 꽁알 거려도 일어나지 않던 아들이 느지막이 내려와 엄마가 있어서 편하다는 상투적인 말을 하고는 이안이에겐 ‘자율학습’을 하라며 누워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착한 이안이가 아빠 곁에서 장난감 책장을 넘기며 혼자서 놉니다ㅋㅋ메아리뿐인 이안이와 대화하다가 응답이 필요한지 내게 말을 겁니다. '엄마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으세요?''엄마가 한국도 아니고 제2의 고향도 아닌 완벽한 타향에서 가고 싶은 곳이 있으시겠어요?''아니 뭐 쇼핑이나 식당이나....'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는지 말꼬리를 흐립니다. 오늘은 코스코와 아이키아에서 내 방에 놓을 가구와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간다고 고르랍니다.너희 집이니 너희가 원하는 대로 채워 놓으면..

부모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합니다. 사돈댁 내외분을 브런치로 만났는데 내외분 얼굴이 반쪽이 되셨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손자가 가져다준 감기 몸살로 너무도 심하게 아파서 이러다 죽겠다 싶더랍니다. 거의 일주일을 꼼짝없이 누워 있으면서 하루는 옆집 사는 큰딸에게 콩나물 해장국을 끓여달라고 했더니 식당에서 갈비탕을 시켜다 주더랍니다. 너무도 속상해서 다 내려놓고 한국으로 가버리려고 했답니다. 큰딸의 아들인 손자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몸까지 망쳐가며 돌봐줬는데 어떻게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 싶어서, 바란 건 아니지만 다 소용이 없구나 싶어 화도 나더랍니다. 그래서 그냥 한국의 실버타운으로 떠나버리고 싶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정작 떠나려면 딸의 사정을 너무도 잘 알..

* 이안이 이안이는 보통 아침 7시 전후로 일어납니다. 밤새 함께 견뎌준 기저귀는 어른들이 보송보송한 새 기저귀로 갈아 줍니다. 자동으로 세팅된 우유 제조기로 우유를 만들어 주면 아침 식사를 합니다. 우유 먹은 힘으로 오전에 2시간 오후에 두 시간 젖 먹는 힘을 다해 놀아줍니다.오전 낮잠 자고 우유 먹고 오후 낮잠 자고 우유 먹고 격일로 목욕하고 다시 우유 먹으면 하루의 일과가 끝납니다. 잠자는 건 아빠를 닮아선지 싫어하지만 일단 푹 자고 나면 다시 해피 베이비가 됩니다. 참, 보통 아침에 일어나거나 아침 식사를 한 후 ‘응가’를 하는데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도 아침 식사를 한 후에도 깨끗합니다. 오전 낮잠을 자고 난 후에도 여전히 깨끗하기에 점심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줬는데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

이안이 돌봄이 시작되긴 했지만 이번주와 다음 주는 화 목요일에 그것도 집에서 일을 한다니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래도 내 몫으로 돌봐야 하니 조금은 부담이 되긴 했습니다. 그렇게 첫 하루를 잘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이안이를 돌보지 않아도 되는 어제는 옆지기에게 끌려(?) 나갔습니다. 그의 목적은 나를 운동시킨다는 거였지만... 젊어서는 내가 방랑끼가 있었는데 은퇴하더니 이 양반이 더... 공원 가는 길몫 다운타운에 있는 파리 바케트에서 커피를 한 잔 사들고 조지 워싱턴 다리 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포트리 역사 공원에 도착합니다. 한국 빵이 인기가 좋아 미국이긴 하지만 한국 빵집에 외국인이 더 많습니다. 부드러운 빵이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나 봅니다. 이곳에 이사 온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아들내외도 아직 ..

드디어 며눌님의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화, 목요일에 일단 재택근무로 시작한답니다. 그리고 6월부터는 월, 화, 목, 금요일 뉴욕 회사로 출근을 한답니다. 그동안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이었던 손자의 황혼 육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은 며눌님의 육아를 곁에서 이뻐해주기만 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내 몫이 되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날에 여러 가지 일이 많이 겹칩니다. 먼저 멀리 한국에서 옆지기가 오늘 도착합니다. 시카고에 일이 있어 미국에 들어오면서 이안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일주일 더 여유를 가지고 이곳에 거쳐 간다니 그의 보살핌도 내 몫입니다. 그의 의식주를 돌봐줘야 하니... 한 달에 한 번 전문가가 집안 청소하러 오는 날도 오늘입 피니다. 평소 같으면 발바닥에..

* 꽃가루(pollen) 한국에서 아쉽게 봄을 시작하다가 왔습니다. 이곳 뉴저지는 한국보다 늦게 봄이 시작됩니다. 도착했던 4월 말 여름 같은 날씨에 봄이 없이 여름이 온 줄 알았더니 다시 원래로 돌아가 이제야 작약이 인사를 합니다. 이집저집 예쁘고 다양한 색과 모양의 작약이...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의 봄맞이 앨러지로 아직도 고생 중이기에 꽃은 좋지만 꽃가루는 불편합니다.* 딸 같은 며느리(daughter-in-law) 날이 좋아서? 지 엄마가 있어서? 지난 주말 아들은 친구들 중 가장 먼저 아이 둘을 갖게 되어 6살, 3살 여아가 있는 가족을 집으로 초대하면서 ’ 엄마는 엄마가 편한 대로 하세요!‘ 라기에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음식 하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캐더링을 하자는 며느리의 말..

딸네를 떠나기 전에 잠깐 고민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21일 옆지기가 도착하는 날로 변경해 함께 뉴저지로 돌아올까... 하고 말입니다. 며눌님은 어떡하면 복직을 늦출 수 있을까... 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오늘로 10개월째 육아 휴직 중입니다. 내가 노스캐롤라이나 여행을 계획할 때 그녀는 5월 18일에 복직할 계획이었지만 다시 6월 1일로 늦추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라일리네 방문이 5월 8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 동안이었기에 그렇다면 이젠 천천히 와도 되지 않을 가... 싶었던 겁니다. 바쁜 직장일로 정신없이 지내는 딸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딸네 머무는 데는 또 다른 복병이 숨어 있습니다. 사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좋은 것만 있었던 건 아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