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살지만 멀리 살기를 선택한 사돈댁이 내가 일주일 동안 떠난다니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려는 명목으로 들렀습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가끔 들르는 걸 보면 이안이에게 묶이기는 싫지만 보고는 싶으신 모양입니다. 아이와 한참을 놀아 주다가 낮잠을 자러 들어가니 둘이 ‘카페 베네’에 가서 시원한 주스를 마시자고 합니다. 주스대신 팥빙수를 찾으니 메모리얼 데이 이후에나 시작한다기에 커피맛 젤라토로 대신했더니 당신은 망고주스를 주문해 놓고 피스타치오 젤라토를 추가로 시키면서 내 커피 맛 위에 당신 맛을 올려줍니다. 당신은 당뇨 전단계라나 뭐라나... 커피를 즐기는데 피스타치오를 얹어주니 맛이 섞입니다. 마치 내가 이안이를 돌보는 일에 사돈댁이 추가되는 느낌이랄까... 아직 돌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신경전입니..
나는 지금 손자를 돌봐주기 위해 열심히 배우는 중입니다. 우유를 먹이는 방법, 놀아주는 방법, 잠을 재우는 방법... 더욱이 친 손자이다 보니 고부간의 갈등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기에 나의 육아 인턴 생활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각오하고 시작된 일이기에 쉬울 것은 없지만 못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을 지내보니 내가 아이들을 키우던 방법은 구 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내 방식 말고 아들내외의 방식을 따라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뻐해주고 싶어도 슬쩍슬쩍 뒤로 빠져줍니다. 어차피 며눌님이 집에 있는 동안은 하는 건 내가 도와줄 필요는 없고 나중에 내가 혼자 할 때 마음대로 하면 되니까... 아들은 직장 가고 마누라님은 여행 갔을 때 오롯이 혼자 차지한 육아는 아기가 순해선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프지..
며눌님은 3박 4일 멕시코 여행을 일정대로 잘 마치고 주일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아들은 한국 음식이 그리울 와이프를 위해 매운 순두부와 매운맛 후라이드 치킨을 주문해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있으니 아기를 맡기고 일찍 올라와서 전전날 못 잔 잠까지 자고 아침 일찍 5시경에 일어났습니다. 큐티와 내 할 일 하고 나니 이안이가 깨어납니다. 피곤한 며눌님을 좀 더 자게 하려고 울기전에 데리고 내려갔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보통은 자기 전에 다음 날을 준비해 놓던 며눌님의 흔적이 없습니다. 여독으로 피곤해 서려니... 하고 대신 정리하고 이안이와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안이의 인기척을 듣고 아들이 눈 비비고 내려옵니다. 출근할 복장이 아니어서 뭐지? 했더니 와이프가 여행 다녀와 피곤할 테니 바쁜 일이..
며눌님 없는 주말을 맞이했습니다. 일 년 중 제일 바쁜 4월을 마무리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아들의 주말 육아가 시작되었습니다. 가끔은 구식 엄마에게 잔소리도 퍼붓지만 중간중간 엄마가 있어서 너무 좋다는 걸 보니 짠합니다. 그러면서 주말엔 자기가 한다며 뭐든 척척 잘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우유를 먹이고 소화가 될 즈음 이유식을 먹입니다. 집에서 쉬어도 되는데 이안이와 동네 호숫가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잡니다.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려면 모든 경우수를 대비해야 하니 어른들이 먼 여행을 떠나는 듯 준비를 해야 합니다. 바람이 세게 부니 유모차의 시트의 방향을 바꿔가며 보호해 줍니다. 저 멀리 날아가는 연을 보여주고 싶어 다가가지만 멀기도 해 이안이는 관심이 없습니다. 또 다른 관심을 사려고 이번엔 민들레 홀씨를..
며눌님의 멕시코 여행 떠난 소식에 깜짝 놀란 사돈댁이 들이닥쳤습니다. 아들 내외는 이미 말했다는데 사돈댁은 못 들었다며 아주 미안한 얼굴로 3박 4일 동안 남은 우리가 먹을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셨습니다. 말했는데 잊으신 건지 아님 모르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ㅋㅋ 암튼 가까이 살지만 손자를 봐주지 않기로 하면서(몸도 아프고 큰 손자도 여전히 돌봐줘야 하니 이안이는 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긴 하지만) 딸과의 사이가 소원해졌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 딸에게도 또 사돈인 내게도 미안한가 봅니다. 자주 오진 못하지만 가끔 와서 예뻐해 주니 이안이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인 줄 알고 깜찍하게 잘 놀아줍니다. 황혼육아 경험자로 딸이 정해놓은 이안이의 스케줄을 무시하며 오후 반나절을 잘 놀아주다 가셨습니다. ..
한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 나라를 세우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 자신의 길을 갈 때까지 그에게 채워줘야 하는 모든 일들을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이안이를 돌보는 걸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 이안이 엄마의 하루 내가 이안이와 함께한 지 이제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함께한 며눌님의 하루하루는 행복한 전쟁(?)입니다. 아침 7경 이안이는 잠들기 전 먹은 맘마를 밤새 소화하고 선물(배변) 한 보따리를 안고 깨어납니다. 그럼 그녀는 그걸 고마워하며 깨끗하게 씻기고 새 기저기와 새 옷으로 갈아 입힙니다.이어서 아침 우유를 먹이고 잠시 쉬었다가 이유식을 먹이고 깨어난 지 2시간 반쯤 지나면 오전 낮잠을 재웁니다. 이안이가 자는 동안 그녀는 우유와 이유식 먹은 후 나온 설거지를 세 코스의..
* 도시가 체질인 아들 아들이 사는 뉴저지 포트리는 미국이라는 커다란 나라를 작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다 보니 집을 지을 때 듀플렉스(두 집이 붙어 있는 타입)로 지어야만 허가가 나온답니다. 그래선지 주변을 둘러보면 거의 대부분의 집형태가 듀플렉스입니다. 뉴욕 맨해튼에서 10여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살다가 아기가 태어나면서 급하게 이곳에 새로 지은 듀플렉스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학군이 좋고 살기 편하다는 이유로 집값은 천정부지여도 한국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도시인 포트리로... 작은 도시에 한국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서울의 아파트가 높이높이 올라가는 걸 생각하면 둘이 붙어 있는 것쯤이야... 싶지만 땅이 넓은 미국에서 이렇게 ..
* 요 조그만 놈! 자기 손자에게 아내를 빼앗긴 옆지기의 볼맨 표현입니다. 그 요 조그만 놈 때문에 나의 일상이 변했습니다. 삶의 축이 요 조그만 놈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아침에 요 조그만 놈이 깨면 나의 하루는 시작되고, 저녁에 요 조그만 놈이 자면 나의 하루는 마무리됩니다. 그렇게 하루라는 나의 시간 속에 요 조그만 놈만 존재합니다. 그렇게 요 조그만 놈이 당분간 할머니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갑니다 ㅋㅋ* 살인 미소 안아주며 토닥토닥 사랑한다고 고백하면 이안이는 알아듣지 못할 옹알이로 내 어깨를 토닥거리며 마음을 빼앗아 갑니다.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눈만 마주쳐도 살인 미소를 날립니다. 언제든지 그의 이름을 부르면 이제 막 올라온 치아를 드러내며 방긋방긋 웃어줍니다. 그럼 세상의 모든 염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