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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 나라를 세우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 자신의 길을 갈 때까지 그에게 채워줘야 하는 모든 일들을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이안이를 돌보는 걸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 이안이 엄마의 하루
내가 이안이와 함께한 지 이제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함께한 며눌님의 하루하루는 행복한 전쟁(?)입니다.    
아침 7경에 이안이는 잠들기 전 먹은 맘마를 밤새 소화하고 선물(배변) 한 보따리를 안고 깨어납니다.
그럼 그녀는 그걸 고마워하며 깨끗하게 새 기저귀로 갈아줍니다.

이어서 아침 우유를 먹이고 잠시 쉬었다가 이유식을 먹이고 깨어난 지 2시간 반쯤 지나면 오전 낮잠을 재웁니다.  
이안이가 자는 동안 그녀는 우유와 이유식 먹은 후 나온 설거지를 세 코스의 기계로 세척을 합니다.

그 정리가 끝날 즈음 이안이는 깨어납니다.
다시 오전 우유와 간식을 먹인 후 놀아주다가 하다가 또 낮잠을 재웁니다.
이안이가 자는 동안 더러워진 옷가지를 모아 빨래를 합니다.
그 일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이안이는 깨어나고 그럼 다시 오후 우유와 이유식을 먹이고 또 놀아주면서 때로는 늦은 오후 낮잠을 잠깐 재우기도 합니다.

저녁 즈음엔 우유를 먹이고 목욕도 시켜 잠자리에 누입니다.
잠시라도 자신의 시간을 갖는다는 건 사치일 만큼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일은 나랏일 못지않습니다.
그 일을 며눌님은 지난 7개월이 넘게 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안이를 양육하는 매 시간 귀여워서 어쩔 줄 모릅니다.
이안이가 울어도 짜증을 내도 사랑스럽게 돌보아 줍니다.
‘아이 귀여워’를 연발하면서...ㅋㅋ

* 이안이 할머니의 하루
그런 며눌님과는 달리 나의 하루는 아직은 평화롭습니다.
적어도 며눌님이 복직하는 5월 20일 전까지는...
아직 시차적응을 하지 못해 저녁에 이안이가 잠들 즈음 나도 잠이 들고 새벽 두세 시면 어김없이 깨어납니다.
공부도 하고 일기도 쓰다가 이안이가 잘 자는지 확인하고 시간에 맞춰 새벽기도를 다녀와 이안이가 여전히 잘 자는지 또 확인해 봅니다.

아직은 자유로운 내가 커피도 만들고 건강식도 만들어 며눌님과 함께 먹기도 하면서...
곁에서 이안이와 며눌님의 일상을 지켜보며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상을 익힙니다.

* 이안이 엄마의 외출
어제 오후엔 결혼이 제일 늦은 며눌님의 친구 결혼식을 앞두고 13명의 친구들이 베출러 파티를 하기 위해 3박 4일 동안 멕시코 시티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내가 알아야 할 지시사항을 A4 용지 두장을 남겨놓고...

모든 것이 기계화되어 있어 편리하긴 하지만 사용법이 익숙지 않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과도기 세대인 시어머니가 불안했는지 떠나기 전까지 기계 사용을 세심하게 설명하고 또 확인합니다.
손톱 깎는 것도 코를 뚫어주는 것도 우유를 타는 것도 이유식을 데우는 것도 모두 기계화되어 있으니...
엄마가 떠난 후 창밖을 내다보며 이안이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늦은 오후 며눌님은 멕시코로 떠났고,
일찍 퇴근하려던 아들은 감사팀의 일이 늦어지면서 10시는 다 되어 집에 들어왔습니다.
저녁을 먹이고 데리고 놀다가 8시를 넘기지 말라는 지시대로 7시 50분에 침대에 누이니 할머니와의 놀이가 좋았는지 30여분을 잠을 거부하며 울기에,
울더라도 지쳐서 잠들게 들여다보지 말고 꺼내주지도 말라는 아들내외의 당부 대신 목이 쉬게 운 이안이를 안아서 기저귀를 체크하고 흔들의자에서 꼭 안아 재웠습니다.
그렇게 씨름을 하다가 한 시간 만인 8시 50분에 잠자리에 뉘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왼쪽 어깨가 뻐근합니다.
8시면 잠들던 내가 10시 즈음에 퇴근한 아들에게 보고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아플 때 외에 절대로 안아서 재우지 말라고 혼까지 나면서 ㅋㅋ
그래서 뻐근한 어깨에 대해선 입도 뻥긋 못하고 ㅠㅠ

* 새 날 새 기쁨
어제의 고통(?)은 사라지고 또 하루가 선물로 주어졌습니다.
어제의 생떼를 시치미 뚝 떼고 웃으며 깨어난 이안이는 아침을 잘 먹고 혼자서 또 같이 놀다가 이유식까지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잠을 도와주는 소리 기계가 켜지질 않습니다.
피곤한 이안이는 그냥 잠이 들었지만 밖에서 들리는 이웃집 잔디 깎는 소리에 놀라 톡을 날렸더니 멕시코에서 소리 기계를 켜줍니다.
때로는 무섭고 때로는 신기한 세상입니다.

점심을 먹고는 동네 산책을 나갔습니다.
폼생폼사인 아들의 아들답게 멋쟁이입니다.

나선 김에 집 근처 H 마트 들러 점심을 픽업해 왔습니다.
며눌님과 있을 땐 배달음식을 먹었는데 혼자서 뭘 좀 해 먹으려니 음식을 해 먹지 않는 냉장고에는 식자재가 없습니다.
아이와 씨름하면서 음식을 해 먹는 게 힘들긴 하겠기에,
식자재대신 수박 한 통과 연어샐러드만 들고 나옵니다.
혼자서 얼마나 먹겠다고...
연어 샐러드는 가격이 저렴한데 맛까지 있습니다.

할머니와 씨름을 하고 난 이안이는 이유식을 조금 먹이고 눕히니 만세를 부르며 잠이 듭니다.

오늘 하루는 앞으로 오롯이 나의 몫이 될 이안이 홀로 돌보기 리허설 하는 날입니다.
내겐 너무 애쓰지 말라지만 자기 아들에겐 할머니와 재밌게 지내라며 아들은 출근을 했고,
이안이 돌보는 일 외에는 아무것(청소와 빨래)도 하지 말라고 당부한 며눌님은 먼 곳에 있으니...  
자식을 돌보면서 부모와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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