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삼일 영하 10도까지 내려가서 더 집콕을 했는데 오늘은 낮 기온이 0도까지 올라간다기에 점심을 먹은 후 가까운 눈길을 걸었습니다. 삼한이 계속되어선지 웬만해서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는 라이어슨 숲길에 사람들을 제법 만납니다. 가족단위로 나왔거나 스키타는 노부부, 그리고 데이트 족도 있습니다. 양들도 구름에 살짝 가리긴 했지만 햇살아래에서 산책객들을 맞아줍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토요일입니다. 매일 일도 안하고 집에만 있으니 날짜가는 줄도 모르고 삽니다. 이제 따뜻한 사일이 올 차례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밤부터 눈이 온답니다. 철없는 나는 아직은 눈이 좋습니다^^
전에 냉장고에 있던 할라피뇨가 상하기 시작해서 몇 개 골라 피클을 담갔었는데 제법 맛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기억을 소환해 일부러 만들었습니다. 물 3.5 컵, 식초 1.5컵, 설탕 1컵, 소금 1 큰 스푼, 통후추 5알을 넣고 함께 끓입니다. 끓는 동안 일반 싸이즈보다 좀 큰 할라피뇨 15개 잘게 썰어놓습니다. 고추를 작은 김치병에 담아 피클용 끓인 물을 뜨거울 때 부으면 끝입니다. 칼칼해서 입맛을 돋우어 주는데 만드는 법까지 쉬워서 필요할 때마다 해 먹을 것 같습니다. 특히 시카고 핫덕과 월남국수 먹을때 없어서는 안 되는 감초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소중한 울 셋째 언니 손녀딸의 돌잔치는 코로나땜에 접었습니다. 대신 화보촬영같은 예쁘고 멋진 사진들로 열렸습니다. 전문가의 실력도 있었겠지만 사진 속의 조카 손녀는 너무도 예쁜 천사입니다. 이곳 문화와는 많이 다르지만 너무도 보기 좋습니다. 하긴 이곳에 사는 한국사람들은 한국처럼은 아니어도 비슷하게 하기도 합니다. 울 딸이 한국사람이 아니어서(?) 아쉬웠던 기억들을 되돌려 봅니다. 같은 시기에 세째언니의 시어머니께서 소천하셨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연세가 90이셔서 호상일지라도 코로나 때문에 외롭게 보내드렸다고 합니다. 편안하게 잠드신 사돈 어르신을 우리 주님께 올려드립니다. 게다가 오늘(23일)은 지난 18일 소천한 친구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연이의 생일이 내게 더..
오늘은 고맙게 한낮의 기온이 영상 5도까지 올라갑니다. 얼어붙었던 눈과 얼음들이 밟힐 만큼 녹아들어 갑니다. 숲길은 질척일것같아 동네 큰길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동네의 주 도로인 밀워키(Milwaukee Ave) 길에는 맛있는 식당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 1월에 이사와서 그 식당들을 다 가보기도 전에 팬데믹이 시작됐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식당을 지나며 가보진 못해도 사진이라도 찍을걸... 싶어 몇 군데를 찍었습니다. 핫덕 집 위에 아직 못 가본 해물요리 잘하는 밥친(Bob Chinn's Crab House)이 있고, 우리 집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해물요리 식당인 보스턴 휘시 마켓(Boston Fish market) 이 있고, 그 밑에 펜데믹전에 여러 번 갔었던 이태리 식당 부카(B..
다시 피는 오키드 난의 세번째 꽃봉오리가 수줍게 눈을 뜹니다 첫번째 꽃봉오리가 올초부터 피기 시작해서 15일쯤 둘째가, 그리고 오늘 마지막 아이가 피어납니다. 한번 피면 몇달동안 그 모습으로 살아주니 고마운데 자라기도 참으로 천천히 자랍니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예쁩가봅니다. 지인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어찌 이리 예쁘게 키웠냐고 칭찬을 합니다. "적당한 햇살과 적당한 관심" 이라고 했더니, 그 적당히가 참 어렵다고 하십니다. 모두에게 정확한 적당히가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작년초에 우리집에 선물로 들어와서 거실을 환하게 해주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지더니, 두번째 꽃대들이 네 개의 화분에서 작년 12월중에 올라왔습니다. 함께 올라온 꽃대 중 하나는 줄기 모양을 잡아주려다 부러뜨린 이후 성장을 머무고 있습니다...
눈이 밤새 소복이 쌓여 새벽 4시 반부터 눈 치우는 소리에 일찍 잠이 깼습니다. 한낮에는 햇살이 따뜻해서 춥지만 나뭇가지의 눈들은 녹아내립니다. 아무리 추워도 태양이 갑입니다. 한낮의 기온이 영하 4도지만 체감 온도가 영하 11도라고 해서 조금 망설이다 집 근처 산책길을 나섰습니다. 한참을 걸으니 몸은 열이 나는데 찬 바람에 우리의 얼굴은 홍당무가 됩니다. 이전엔 절대로 경험하지 못했던 추운 겨울의 산책을 코로나가 가능케 합니다.
친구의 소천으로 울적한 내가 안쓰러운지 남편이 먼저 나가서 걷자고 합니다. 그렇게 끌려나가 눈 덮힌 작은 사슴 길에 들어섰습니다. 평상시는 내가 주로 말을 많이하고 남편은 단답형이었는데 오늘은 남편이 수다스럽습니다. 잘하지 않던 속마음까지 다 드러내는 걸 보니 나를 많이 위로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렇게 걷고 싶어 하던 눈 내리는 눈길을 걸으라고 얇은 눈을 살짝 뿌려 주십니다. 하나님도 나를 위로해주고 싶으신가 봅니다. 쓰러진 나무와 가지들을 모아 군데군데에서 불을 지핍니다. 따뜻한 불길을 바라보며 차가운 마음을 데워봅니다. 일주일 전쯤에도 나무 태우는 걸 봤었는데 오늘도 태우는 걸 보니 그동안 계속 작업을 한듯합니다. 숲길을 걷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누군가는 힘든 일을 합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