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이 너무 뜨거워 남쪽 바닷가 도시인 말라가는 그냥 지나 이슬람 문화가 그대로 간직된 코드로바에서 하루를 지냈습니다. 메스키타(모슬램 성전)-알카사르(정원)-로마 다리 를 보라고 하기에 들른 곳인데, 음... 또 기회가 되어 스페인 여행을 하게 되면 다시 들르지는 않겠습니다. 한 번의 경험으로 족한 곳입니다. 이슬람 마을에 유대인 지역이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야곱과 에서가 이웃하여 살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엔 스페인 여행 중 먹어야 하는 소꼬리찜 코스 요리를 먹었습니다. 처음 먹어 보기에 미안했지만 만약을 위해 코스 요리 1인분과 가지 튀김과 상그리아만 주문했습니다. 오늘도 '씬살(덜 짜게)'을 잊고 짠 음식을 빵으로 달랬습니다. 소꼬리찜... 먹을만했지만 찾아서 먹지는 않겠습니다. 성곽 건너편에서 우리처..

세비야에서 주일을 지냈습니다. 7월의 더운 날씨가 5월에 이상기온으로 와서 한낮의 뜨거움이 집을 그리워할 시점에 만난 세비야의 스페인 대광장은 다시 우리를 여행 모드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스페인 대광장... 규모에 놀라고 섬세함에 놀라면서 당시의 행사장으로 만들어진 이곳에서 이뤄졌을 역사들이 조금씩 궁금해집니다. 밤 문화를 즐기는 문화여선지, 뜨거워선지 오전의 광장엔 인적이 드뭅니다. 세비야 대광장은 석양에 보면 더 멋지다기에 해 질 무렵 다시 가보기로 하고, 대학 주변을 지나 대성당 쪽으로 걷다가 점심을 먹으려고 겉모습만 보고 들어선 식당이 아랍 음식점입니다. 옹기에 쪄서 뜨거운 불위에 얹어서 나온 국물 없는 삼계탕 같은 요리는 내게는 친하지 않았지만 뭐든지 잘 먹는 남편은 특이하지만 맛있다며 싹싹 먹..

고대하던 알함브라 궁전에 가는 날입니다. 아침에 넓고 풍성한 식당에서 에너지를 많이 충전했습니다.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걷기에도, 대중교통을 타기에도 복잡해서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택시를 기다리는,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떠나는 사람들이 호텔 정문에 바글바글입니다. 호텔 로비에서 예약 해준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는데... 우리가 맨 꼴찌입니다 ㅠㅠ 말로만 듣던 알함브라 궁전은 정말 대단합니다. 우린 알카사바-카를로스 5세 궁-나스르 궁-헤네랄리프 순으로 구경했는데 원래는 반대로 구경해야 한답니다. 헤네랄리프-나스르 궁-알카사바-카를로스 5세 궁 이렇게 해야 언덕길에서 기운이 덜 빠진다는데 우린 ㅡㅡ 그동안 마주치지 못했던 한국 패키지 관광팀을 헤네랄리페에서 만났습니다. 관광안내자가 그..

* 싸티바 아침 일찍 그라나다를 가기 위해 발렌시아를 떠났습니다. 5시간쯤 가야 하기에 중간에 브런치를 먹으려고 멈춘 도시 '싸티바'에서 뜻밖의 멋짐을 만났습니다. 아침을 먹은 곳이 영어 학교에서 운영하는 카페였는데, 주인아저씨가 어렸을 때 영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영어 잘하는 그분의 인생 여담을 듣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부인까지 합세합니다. 식사 후 산 꼭대기에 있는 성곽을 꼭 방문해 보라고 추천까지 해 줍니다. 다행히 차로 성곽까지 갈 수 있어서 시간도 아픈 발가락도 보호됐습니다. 산 꼭대기 성곽에 올라 성관 주변도 돌아보고 도시를 내려다 보기도 했습니다. 스페인은 정말 발길 닫는 모든 곳이 멋진 관광지입니다.* 그라나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알함브라 궁전에서 멀지 않은 곳..

우리 인생은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습니다. 전날의 피곤함을 늦잠으로 풀고 바르셀로나를 출발했는데 4시간이면 도착하는 발렌시아에 도착 40분을 남겨놓고 오도 가도 못합니다. 영문도 모르고 기다리던 중 트레일러로 수송하던 자동차가 떨어져서 대형 사고가 났답니다. 바로 뒷 차의 현지 여인과 영어가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녀는 스페인인이지만 남편은 벨기에인이어서 결혼 후 3년을 벨기에에서 살았고, 아이들이 태어난 후 양육을 위해 친정엄마가 계시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손녀를 위해 딸네 다녀온 이야기로 서로의 공통분모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스페인 여행을 하게 된 이야기도 함께 나누며 지루한 시간을 때웠습니다. 말이 통하든 통하지 않든 스페인 사람들은 늘 친절합니다. 4..

패키지여행의 특권은 별 많이 받은 호텔, 풍성한 호텔 조식과 때에 맞춰 제공되는 식사지만 자유 여행은 그 점에 약소합니다. 다행히 홀리데이 인에서 제공하는 모닝커피와 크로와상 그리고 과일까지 든든히 먹었습니다. 스페인의 커피와 오랜지 주스는 정말 맛있습니다. 보통 때는 커피를 오전에 한 잔만 마셨지만 여행 중엔 시도 때도 없이 카푸치노인 '콘라체'를 마셨습니다. 울 교회 H 장로님의 동생이 스페인에서 40여 년을 살고 계셔서 특별 개인 가이드를 받게 되었습니다. 연세는 70이 넘으셨지만 태권도장을 운영하다 은퇴 하셔선지 남편보다 더 젊고 건강해 보이십니다. 처음 스페인으로 건너와 태권도장을 시작하면서 형님계신 미국으로 건너 올 계획이었는데 어쩌다가 지금까지 살고 계신답니다. 이젠 스페인이 너무 좋아 그곳..

드디어 여행을 떠납니다. 뭐든 미리 해야 하는 남편이 내가 잠시 머뭇거리는 걸 참지 못하고 저만치 앞서갑니다. 유럽 연맹국은 일단 어느 한 나라에 입국을 하면 다른 나라는 쉽게 입국할 수 있나 봅니다. 스페인은 백신 접종 완료 서류를 요구해서 미리 만들었는데... 독일을 경유해선지 보거나 묻지도 않고 들여보내 줍니다. 생전 처음 발을 디딘 바르셀로나에서 생애 처음 유럽 차를 빌려보는데, orbitz.com에서 비행기와 자동차를 패키지로 예약했고 그곳에서 제공하는 렌트회사가 현지 회사라 찾아가는 길이 멀고 험했습니다. 서로 소통이 안돼서 셔틀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며 결국은 1시간이 지나서야 만났으니 통과의례를 제대로 치른 셈입니다. 모든 것이 처음인 우리의 스페인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지만..

열흘간의 스페인 자유 여행을 마쳤습니다. 매력 덩어리인 스페인을 떠나오기는 많이 아쉬웠지만, 집에 돌아오니 익숙함과 편안한 일상이 반겨줍니다. 어제저녁 피곤해서 일찍 잠들긴 했지만, 새벽 3시인데 아침 10시인 스페인 시간에 잠이 깨었습니다. 짧지만 다른 시간대에 살다오니 시차 적응까지 합니다. 스페인... 발길 닿는 곳마다 웅장한 성당과 화려한 박물관에 놀라고, 시간을 거꾸로 간듯 여전히 존재하는 중세 마을에 놀라고, 다양한 음식의 맛과 가격에 놀라고, 낯선 곳에서 쩔쩔매는 이방인에게 갈 길을 제쳐놓고 도와주는 친절함에 놀라고, 코비드 19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꽉꽉 메우는 관광객들에 놀란 여행이었습니다. 스페인... 은퇴하면 그곳에서 '일 년 살기'를 해보자고 간절함 담은 농담도 했습니다.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