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에서 방문한 친구를 애틀란타에서 만나기 위해 일탈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부부가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에 옆지기를 잔소리로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그 사랑 안 받고 싶다~”는 그의 혼잣말이 모두를 웃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는 옆지기를 옆지기는 나를, 나의 일탈로 서로를 해방시켜 주는 일주일입니다. 와이프의 부재가 아쉬운 대로 그는 잘 살아내겠지만, 노파심에 집안 구석구석엔 일상에 필요한 메시지들이 즐비합니다. 안 보면 손발이 고생을 할 테니 잘 보고 편하게 지내기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견디지 못할 야채는 밑반찬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옆지기의 “뭐 하러~“ 를 감사의 인사로 들으면서 공항에서 서로 해방을 시켜주었습니다. 아침에 커피를 2잔이나 마셨..

멕시코의 마지막 아침을 맞아 6시에 국가 게양식을 보러 나가잡니다. 사실 그건 구실일 뿐 아침 일찍 나가고 싶은 옆지기의 부지런함이 진심입니다. 멕시코 시티엔 구걸하는 사람들이 참 다양합니다. 식당에선 노래를 불러주고 팁을 요구하고, 길거리에선 홈리스들이 측은지심으로 구걸하고, 버스킹 후에도 어김없이 공연비를 요구합니다. 국기 게양식을 마친 후 커피 한 잔을 들고 예술궁전으로 갔는데 케니지 같은 모습의 시인이 자작 시집인 작은 책자를 내밀며 1달러를 구걸(판매)합니다. 스페니시를 몰라 시집을 안 산다니 이번엔 영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습니다. 내가 예술 궁전 사진 찍는 걸 보더니 당신이 원래 사진작가라며 우리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줍니다. 그의 시집대신 팁을 1불을 쥐어주었더니 머쓱해합니다..

오늘도 쥔장의 특별한 아침을 즐기고 하루를 시작합니다.오전엔 과거에 왕실로 사용했던 곳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위해 박물관으로 만들었다는 ‘차풀테팩 성’을 방문했습니다. 매표소에서 학생이냐고 묻기에 그냥 시니어학생라고 장난을 했는데 여권을 보여달라더니 무료 티켓을 줍니다. 시니어를 외국인에게까지 적용하다니 5불 정도로 비싸진 않았지만 그동안 돈 내고 다닌 것이 아까운 순간이었습니다 ㅋㅋ 궁전 주변의 넓은 공원을 포함한 자연환경과 함께 왕들이 누리던 과거의 화려한 역사와 모습을 제대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엔 근사한 '소우마야 박물관'으로 가려는데 가는 길이 대중교통으로 좀 복잡하다며 우버를 불렀습니다. 멕시코 시티에서는 우버가 굉장히 편하다는데 그동안 우린 힘들게 대중교통만 이용한 이유는 잘 ..

멕시코의 햇살은 여전히 우리에게 화창한 하루를 선물했지만, 삼일동안 누적된 어긋남이 드디어 나의 한계를 드러냅니다. 시작은 옆지기가 나에 대한 불편함을 언급하기에 나 또한 그동안 반 농담조로 지적하던 그의 일상에 대해 시시콜콜 따지듯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나의 지적질에 ”너는 뭐 안 그러는 줄 알아? “입니다. 같은 사물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나는 내가,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니 우리의 생각은 늘 평행선이거나 뫼비우스의 띠로 종결되었고, 서로에게 “You are my sunshine!"되기를 주문하며 숙소를 나섰습니다. 특별한 하루를 다툼으로 시작했기에 게스트의 아침을 성실하게 준비해 준 쥔장에게 살짝 미안했습니다.휴가조차 일처럼 강행하는 일 중독자인 옆지기를 따라잡기..

처음 나의 다짐대로 ‘옆지기의 옆지기에 의한 옆지기를 위한 여행'이어서 그냥 그가 하자는 대로 따르려고 나는 아예 손을 놓은 것이 오늘의 잘못 채워진 단추의 시작인 것을... 오늘은 테오티우아칸과 과달루페 성당을 가기로 했습니다. 도시에서 좀 떨어져 있는 테오티우아칸은 내가 알아본바로는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게 편한데, 옆지기는 구글에서 시외버스 역으로의 안내를 받았습니다. 나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터미널을 기대했고 그는 구글의 지시대로 완행버스 터미널에 가서 고속버스를 찾았습니다. 번역기를 통한 스페니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리가라 저리 가라 하는 통에 1시간을 길에서 허비를 했습니다. 담에 다시 남미 여행을 오게 된다면 스페니시는 반드시 공부하겠습니다. 그의 의지대로 헤매며 찾은 시외버스 터..

새벽형 옆지기는 휴가중임에도 여전히 4시 반에 일어나 나를 배려하는 척 살금살금 움직이지만 소리에 민감한 나도 덩달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합니다. 각자의 큐티를 마치고 조용한 숙소를 벗어나니 거리는 이른 시간임에도 하루의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 새벽 5시면 오픈한다는 유명한 도매 빵집(ideal bakerly)에 갔는데 호떡집에 불난 듯 많은 사람들이 박스채 포장을 해서 들고나갑니다. 소깔로 광장에 나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일상 속에 들어왔음에 마음이 여유로워집니다. 숙소 쥔장이 정해준 우리의 아침 식사시간(8시 반)에 맞춰 돌아오니 멕시코 전통 아침 식사가 기다립니다. 에어 비앤비가 베드 앤 브렉퍼스트가 되어 얼떨결에 타말리 빵, 열대 과일..

나에게 이번 여행의 목적은 ‘옆지기의 옆지기에 의한 옆지기를 위한~‘입니다. 자신만의 공간이 전혀 없는 옆지기는 그가 처한 곳을 떠나야 마음의 쉼을 가질 수 있어서 어디론가 떠나야 하기에 그 어디론가가 멕시코 시티입니다. 사실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계획했는데 위중한 일로 인해 포기했다가 3주 후인 오늘 우린 그의 계획을 따라 멕시코 시티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금전적 손실까지 안고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것이기에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그가 원해서 그의 방식으로 계획된 것이니 가능하면 ‘그의 그에 의한 그를 위한 여행'이 되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멕시코 유카탄 지역은 오래전 사역으로 여러 번 갔었던 곳이었지만 멕시코 시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숙소는 편한 쉼을 위해 일주일 동안 쏘칼로 광장 근처..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과 취향이 다른 남편과 하는 여행은 내게 일입니다. 내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난 곳에서 푹 쉬고 맛있는 거 먹으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 있게 다니는 겁니다. 워커홀릭인 남편도 말로는 나와 같다고 하지만, 그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는 말이 있습니다. "늦지 않게... 벌써... 했을 텐데..." 여행에서 조차 조급하게 늘 시간에 쫓깁니다. 계획을 많이 하고 그것을 성취해야 하기에... 게다가 내가 예약하면 비싼 걸 선택할까 봐 조바심을 내니 언제나처럼 금전적인 선택권은 남편에게 양보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닌데... 내가 맘에 안 들어하면 조금 고생하면 절약하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대수냐며 궁시렁으로 서로 얼굴 붉히기 싫어 이번에도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