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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형 옆지기는 휴가중임에도 여전히  4시 반에 일어나 나를 배려하는 척 살금살금 움직이지만 소리에 민감한 나도 덩달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합니다.

각자의 큐티를 마치고 조용한 숙소를 벗어나니 거리는 이른 시간임에도 하루의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 새벽 5시면 오픈한다는 유명한 도매 빵집(ideal bakerly)에 갔는데 호떡집에 불난 듯 많은 사람들이 박스채 포장을 해서 들고나갑니다. 

소깔로 광장에 나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일상 속에 들어왔음에 마음이 여유로워집니다.


숙소 쥔장이 정해준 우리의 아침 식사시간(8시 반)에 맞춰 돌아오니 멕시코 전통 아침 식사가 기다립니다.

에어 비앤비가 베드 앤 브렉퍼스트가 되어 얼떨결에 타말리 빵, 열대 과일 싸포테 그리고 치아파 커피로 아침을 향기롭게 해 줍니다.

예약할 때 아침이 포함되어 있다기에 미국식으로 기대했는데...

광장의 탁 트인 아침과 함께 특별한 전통음식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어제는 소깔로 광장 주변을 탐닉하느라 피곤했기에 오늘은 여유 있게 국립 인류학 박물관으르방문했습니다.

그 나라를 알려면 박물관을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대 없이 갔는데 인류학 박물관은 멕시코의 역사를 너무도 자세하고 멋지게 꾸며놔서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번역기를 돌려가며 푹 빠져 들었습니다.

박물관이기보다는 그들의 과거 역사를 확실하게 돌아볼 수 있는 민속촌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박물관 주변에 조성된 공원들의 규모와 다양한 선인장들에 까맣게 그을리는 것도 모르고 거닐었습니다.

박물관행 출발지점에서 어리둥절한 우리를 도와준 인연이 있습니다.

파리 아가씨인데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구사하며 혼자서 세계 여행 중이랍니다.

멕시코 시티 오기 전엔 캐나다와 미국을 여행했고,
우리와 같은 날 이곳에 도착했지만 그녀는 한 달 동안 멕시코에 머물면서 원근 유명한 곳을 다닌답니다.

그녀의 인생사 이야기는 멕시코 인류사만큼 흥미로웠습니다.

‘왓츠압’을 쓰는 파리 여인과 ‘카톡’을 쓰는 한국 할머니와 서로 쉽게 연결은 못했지만 인연이 되면 또 만나자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헤어졌습니다.

우연히도 내일과 모래 우리의 일정과 같지만 크고 넓은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옆지기가 가고자 했던 맛집은 찾지 못하고 헤매다 이른 저녁으로 길거리 음식 파는 포차에 길게 늘어선 줄이 궁금해 섰다가 먹게 되었는데 이름은 잊었지만 맛있고 특별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해 하루의 먼지를 씻고 광장에 나갔는데 대통령집무실과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전경들이 곳곳에서 경비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내일 있을 세계 여성의 날 시위를 대비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낯설지 않은 학창 시절의 데모 진압대의 모습을 이곳 멕시코에서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틀째 야식이 된 초콜릿 듬뿍 담긴 추로스가 오늘도 우리의 저녁을 달콤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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