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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렌터카를 리턴하고 공항으로 들어섰습니다.
태양도 수줍게 이별을 합니다.

공항 수속은 염려했던 것보다 수월해 여유 있게 카페에서 마지막 '카페 솔로-콘라체-오렌지 주스-크로와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얇은 햄 같은 하몽은 여느 카페에서 항상 볼 수 있더니 공항에서까지 보게 됩니다.

면세점에서 우리가 없는 동안 수고한 분들을 위한 선물도 샀습니다.
지나는 길에 축구팀으로 보이는 청년들의 놀이가 재밌습니다.
구경하는 내게도 해 보라기에 따라 했는데 누군가의 동영상에 자리 잡았을 듯 ㅋㅋ

이제는 더이상 볼 수 없는 투우경기의 그리움을 저렇게 달래나 봅니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스위스 항공이어서 중간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갈아탔습니다.
잠깐 앉아 있는 동안 건너편 좌석 곁에 있는 충전기에 전화기를 꽂아 놓고 탑승 안내 방송에 그냥 줄을 섰습니다.
한참을 서 있다가 벽에 걸린 시계가 로렉스여서 스위스는 벽시계도...하면서 사진을 찍으려니 전화기가 없습니다.
다시 그 자리에 가니 내 전화기 곁에 있는 남자가 나를 보고 웃습니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나도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로렉스 벽시계가 나를 살렸습니다.

스위스 항공기는 성실하게 따뜻한 점심과 간식으로 아이스크림, 수플레와 과자를 야식으로 제공합니다.
도착할 즈음엔 감사 초콜릿까지... 맘에 듭니다.
사이즈도 작고 맛도 있어서 보통은 기내 음식을 잘 먹지 않지만 깔끔하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9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3편 반의 영화를 보면서 시차 적응 훈련을 했습니다.
Blackbird-memoirs of a geisha-changeling-land
블랙버드는 스스로 안락사를 결정한 죽음을 앞둔 노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가족 이야기,
게이샤는 한 여자 아이가 게이샤로의 인생을 살면서 겪는 이야기,
체인지링은 납치된 아들을 찾으려는 엄마와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벌어지는 실화였습니다.
모두 가슴이 찡한 스토리들이지만 졸지 않게 했으니 시차 적응 훈련으로 탁월한 선택이였습니다.
그리고 미처 끝내지 못한 영화 Land(랜드)는 미국판 '나의 해방 일지'였습니다.
한 여인이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와이오밍 산속으로 들어가 문명의 이기를 모두 버리고 지내다가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삶을 찾게 되는 이야기인데...
코로나로 소통이 단절된 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니 이런 류의 드라마와 영화가 만들어지나 봅니다.
어서 사람들이 서로 밍글 하며 웃고 우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여행일지라도 홈 스위트 홈 앞에서는 언제나 두 번째입니다.
다음엔 이번보다는 잘할것 같은데 또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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