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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마지막 아침을 맞아 6시에 국가 게양식을 보러 나가잡니다.
사실 그건 구실일 뿐 아침 일찍 나가고 싶은 옆지기의 부지런함이 진심입니다.

국기가 엄청커서 장정이 열댓명이 필요합니다.

멕시코 시티엔 구걸하는 사람들이 참 다양합니다.
식당에선 노래를 불러주고 팁을 요구하고,
길거리에선 홈리스들이 측은지심으로 구걸하고,
버스킹 후에도 어김없이 공연비를 요구합니다.

국기 게양식을 마친 후 커피 한 잔을 들고 예술궁전으로 갔는데 케니지 같은 모습의 시인이 자작 시집인 작은 책자를 내밀며 1달러를 구걸(판매)합니다.

스페니시를 몰라 시집을 안 산다니 이번엔 영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습니다.

내가 예술 궁전 사진 찍는 걸 보더니 당신이 원래 사진작가라며 우리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줍니다.
그의 시집대신 팁을 1불을 쥐어주었더니 머쓱해합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예술가의 길(?)은 멀고 험해 보입니다.

시인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마지막 날 쥔장의 아침식사와 함께 작별인사도 나누고 그의 인생여정도 잠깐 들었습니다.

독일에서 멕시코로 이민 와 살면서 미술 작품 매매업을 하면서 동시에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그의 직업 때문인지 집안 구석구석엔 그림과 조각작품들이 더 이상 들어설 자리가 없을 만큼 꽉 찼습니다.

19년째 채식주의자로 절제 생활을 하는 성실한 사람입니다.

손님에게 멕시코 전통음식을 만들어 주면서 기쁨을 주는 착한 남자 울프아저씨(?)와 또 만날 기회는 없겠으나 그와의 일주일 동안의 만남이 참 소중했습니다.

'마메이' 라는 과일은 정말 특이하게 달콤했습니다.

소깔로 광장 북쪽 성당옆에 위치한 템플로 마요르 박물관을 갔습니다.

밖에서 보기엔 터만 넓어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실내박물관에 아즈택 문화의 흔적을 아주 질서 정연하게 잘 전시해 놨습니다.

못 보고 갔으면 아쉬웠을 박물관입니다.

참, 입구에서 시니어임을 밝혔더니 여긴 외국인 시니어는 무료가 아니랍니다.
그것도 박물관마다 다른가 봅니다 ㅋㅋ

대성당옆 광장엔 주술사들이 바쁘게 영업 중이었고,
한쪽에서 전통 춤을 추며 흥을 돋우더니 역시 모자를 돌립니다.

오후에 떠나게 되니 남은 잔돈을 아낌없이 넣어주었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중앙 우체국도 가봐야 한다기에,
방문한 김에 엽서 두장을 사서 아들 네 과 딸네에게 안부를 써서 부치고 실내를 구경했습니다.

황금색의 멋진 우체국 음... 대단합니다.

영어가 통하는 멕시코 커플과 사진 찍기를 스왑핑 했는데 그들이 길 건너 좋은 식당(el cadenal)을 소개해줍니다.

사실 잘 견디다 마지막 날 아침에 속이 좋지 않아서 점심은 거르려고 했었는데 식당이 근사해 보여서 그곳에서 마지막 식사를 했습니다.

그곳에서 전에 숙소 쥔장이 소개했던 메뉴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떠나는 날이 토요일이어선지 공항을 가기 위해 부른 우버택시가 광장 바로 근처인 우리의 숙소까지 차가 막혀 오지를 못하고 일방통행에서 30여분을 헤맵니다.

기다리다 우버를 취소했는데 너무 늦게 취소해선지 돈은 다 빠져나갔고 결국 우린 메트로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는데 비행기가 연착까지 했습니다.  

시카고 공항에 도착해서는 우버 타는 곳을 옮긴 걸 모르고  또 한 번 실랑이를 벌이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었습니다.

나에게는 옆지기를 배려하는 여행이었는데
옆지기의 이번 여행은 사순절 순례길이었답니다.

이제 남은 사순절 기간은 조금 절제하며 지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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