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의 다짐대로 ‘옆지기의 옆지기에 의한 옆지기를 위한 여행'이어서 그냥 그가 하자는 대로 따르려고 나는 아예 손을 놓은 것이 오늘의 잘못 채워진 단추의 시작인 것을... 오늘은 테오티우아칸과 과달루페 성당을 가기로 했습니다. 도시에서 좀 떨어져 있는 테오티우아칸은 내가 알아본바로는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게 편한데, 옆지기는 구글에서 시외버스 역으로의 안내를 받았습니다. 나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터미널을 기대했고 그는 구글의 지시대로 완행버스 터미널에 가서 고속버스를 찾았습니다. 번역기를 통한 스페니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리가라 저리 가라 하는 통에 1시간을 길에서 허비를 했습니다. 담에 다시 남미 여행을 오게 된다면 스페니시는 반드시 공부하겠습니다. 그의 의지대로 헤매며 찾은 시외버스 터..
새벽형 옆지기는 휴가중임에도 여전히 4시 반에 일어나 나를 배려하는 척 살금살금 움직이지만 소리에 민감한 나도 덩달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합니다. 각자의 큐티를 마치고 조용한 숙소를 벗어나니 거리는 이른 시간임에도 하루의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 새벽 5시면 오픈한다는 유명한 도매 빵집(ideal bakerly)에 갔는데 호떡집에 불난 듯 많은 사람들이 박스채 포장을 해서 들고나갑니다. 소깔로 광장에 나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일상 속에 들어왔음에 마음이 여유로워집니다. 숙소 쥔장이 정해준 우리의 아침 식사시간(8시 반)에 맞춰 돌아오니 멕시코 전통 아침 식사가 기다립니다. 에어 비앤비가 베드 앤 브렉퍼스트가 되어 얼떨결에 타말리 빵, 열대 과일..
나에게 이번 여행의 목적은 ‘옆지기의 옆지기에 의한 옆지기를 위한~‘입니다. 자신만의 공간이 전혀 없는 옆지기는 그가 처한 곳을 떠나야 마음의 쉼을 가질 수 있어서 어디론가 떠나야 하기에 그 어디론가가 멕시코 시티입니다. 사실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계획했는데 위중한 일로 인해 포기했다가 3주 후인 오늘 우린 그의 계획을 따라 멕시코 시티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금전적 손실까지 안고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것이기에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그가 원해서 그의 방식으로 계획된 것이니 가능하면 ‘그의 그에 의한 그를 위한 여행'이 되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멕시코 유카탄 지역은 오래전 사역으로 여러 번 갔었던 곳이었지만 멕시코 시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숙소는 편한 쉼을 위해 일주일 동안 쏘칼로 광장 근처..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과 취향이 다른 남편과 하는 여행은 내게 일입니다. 내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난 곳에서 푹 쉬고 맛있는 거 먹으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 있게 다니는 겁니다. 워커홀릭인 남편도 말로는 나와 같다고 하지만, 그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는 말이 있습니다. "늦지 않게... 벌써... 했을 텐데..." 여행에서 조차 조급하게 늘 시간에 쫓깁니다. 계획을 많이 하고 그것을 성취해야 하기에... 게다가 내가 예약하면 비싼 걸 선택할까 봐 조바심을 내니 언제나처럼 금전적인 선택권은 남편에게 양보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닌데... 내가 맘에 안 들어하면 조금 고생하면 절약하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대수냐며 궁시렁으로 서로 얼굴 붉히기 싫어 이번에도 하는 ..
아침 일찍 렌터카를 리턴하고 공항으로 들어섰습니다. 태양도 수줍게 이별을 합니다. 공항 수속은 염려했던 것보다 수월해 여유 있게 카페에서 마지막 '카페 솔로-콘라체-오렌지 주스-크로와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얇은 햄 같은 하몽은 여느 카페에서 항상 볼 수 있더니 공항에서까지 보게 됩니다. 면세점에서 우리가 없는 동안 수고한 분들을 위한 선물도 샀습니다. 지나는 길에 축구팀으로 보이는 청년들의 놀이가 재밌습니다. 구경하는 내게도 해 보라기에 따라 했는데 누군가의 동영상에 자리 잡았을 듯 ㅋㅋ 돌아오는 비행기는 스위스 항공이어서 중간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갈아탔습니다. 잠깐 앉아 있는 동안 건너편 좌석 곁에 있는 충전기에 전화기를 꽂아 놓고 탑승 안내 방송에 그냥 줄을 섰습니다. 한참을 서 있다가 벽에 걸..
급하게 떠나느라 사전 정보가 부족해 바르셀로나로 도착과 출발을 정했기에 다시 바르셀로나로 가야 했습니다. 다시 여행을 한다면 마드리드로 들어가 바르셀로나로, 또는 바르셀로나로 들어가 마드리드로 나오겠습니다. 아니 한 두 군데만 선택해 그곳에서 편하게 천천히 여행을 하겠습니다. 지난번 미처 못 본 곳을 보자고 하긴 했지만 중요한 건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코비드 검사를 해야 하는데, 출발하는 날 아침엔 공항에서 시간에 쫓길듯해 24시간 전에 해도 되는 antigen 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도착해서 4시 검사 예약까지 시간 여유가 있기에, 지난번 너무 늦게 도착해서 다른 가게는 모두 문을 닫아 겨우 해산물 찜만 먹었던 람브라스 거리에 있는 보케리아 시장엘 다시 찾아갔습니다. 점심을 주전부리로 때우고 코비드..
스페인의 수도인데 우리가 처음부터 무시했습니다. 무시하면 안 되는 곳이었는데... 반나절이었지만 솔 광장, 산 미구엘 시장,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왕궁 그리고 스페인 광장까지 모두 들렀습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방문할 계획이 없어서 6시 이후에 무료 관람을 할 수 있다지만 그냥 지나쳤습니다. 마드리드는 수박 겉핧기 이었기에... 집에 돌아갈 때가 되어가니 한국 음식이 그리워집니다. 가야금이라는 한국 식당엘 찾아갔는데 마치 70년대 한국 식당의 모습이기에 발길을 돌려 스페인에서 타코벨의 맛은 어떤지 먹어봤습니다. 소프트와 하드 타코 하나씩과 나초를 먹었는데 미국 타코벨보다 더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나초는 더 바삭했고 게다가 매운 소스를 넣으니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도시는 ..
세고비아도 일정에는 넣지 않았던 곳이었지만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억울했을 뻔했던 근사한 도시입니다. 수도교 주변에 주차장이 있기는 했지만 하루 온종일 머물려고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갔습니다. 세고비아의 상징인 수도교는 곁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다녀온 보람이 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세고비아에 갔으니 맛집으로 소문난 '호세 마리아' 식당에서 새끼 돼지 요리를 먹기로 합니다. 새끼 돼지 요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어서 먹어보길 잘했습니다. 식사 후 세고비아 도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수도교 꼭대기에 올라갔습니다. 마냥 내려다 보다가 도시 관광은 안 하더라도 마드리드에 숙소를 정했으니 수박 겉핧기를 하고자 떠나기로 합니다. 마드리드에 도착한 후에 백설공주 성의 모티브가 된 알카사르 성을 그냥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