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말도 생각도 어설픈 이안이의 하루 일과 중 빼놓을 수 없는 책 읽기 시간은 즐겁습니다.할머니는 웬만하면 모두 들어주는 걸 안 이안이가 이제 슬슬 할머니와 밀당이 시작되었습니다. 야채는 모두 좋아하다가 브로콜리를 안 먹겠다고 귀여운 농성을 부립니다.가끔은 혼자서도 뭔가에 집중해서 놀기도 합니다. 블록을 쌓기는 쌓는데...잘 먹는 건 이제 익숙해졌으니 잘 싸는 걸 훈련해야 합니다. 응가를 하는 것 같아 변기에 앉히니 ’ 응가 응가‘ 힘을 줍니다. 그것까지 익숙해지면 할머니의 일이 수월할 텐데...최소한 2시간은 자야 하는 낮잠을 1시간 만에 깨어난 날,함께하는 오후가 길어지고 날도 그리 춥지 않아 동네 도서관엘 다녀왔습니다. 주변이 신기한 이안이는 볼거리가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포트리에 한국사..

* 교통사고우리끼리 애인사인인 애인(동생 같은 여인)에게 밸런타인 카드를 보내려고 저녁 먹은 후 우체국으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백미터도 채 안 되는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려다가 차에 치었습니다. 나는 차가 스탑사인에 서있어서 건너려고 했고 차량은 원웨이길 왼쪽에서 오는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다가 나와 동시에 우회전을 하면서 생겼습니다. 먼저는 내 왼 팔이 차에 부딪치고 다음엔 오른 손바닥을 바닥에 디디면서 오른쪽 엉덩이로 나가떨어졌습니다.시니어 힙본이 근육통만 남고 멀쩡 한 건 아마 충격완화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놀란 운전자가 내려 ‘I am sorry'를 수 천 번을 외칩니다.내가 놀라고 아파서 사거리 집 펜스에 기대어 서있었더니 괜찮냐고 물으며 경찰을 불러야 하냐고 묻습니다. 그러..

* The Morgan Library & Museum(모간 가족의 도서관 & 박물관)스포츠를 좋아하는 아들이 응원하는 ‘이글스’ 팀이 결승전까지 올라가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그동안 게임이 있는 주일 저녁이면 아무리 바빠도 이집저집 친구들 집에 함께 모여 응원하다가 결승전은 아기들까지 포함한 네 가정이 우리 집에서 모인답니다. 전에 한번 그 멤버가 우리 집에 모여 정신을 쏙 빼놓는 저녁시간을 보냈기에 나는 어디론가 도망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주일 오후에도 뉴욕으로 산책을 나가긴 하지만 문제는 게임이 10시가 넘어야 끝나는 겁니다.다행히 가고 싶어 했던 ‘더 모간 라이브러리 & 뮤지엄’에 예약이 돼서 늦은 오후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JP Morgan의 부의 역사를 관람할 수 있었..

외출을 하기엔 주말 기온이 여전히 쌀쌀합니다.뉴저지 삼총사 모임에 부담 주지 않으려고 나는 뉴욕 도서관에서 가서 책 읽고 근처에서 혼밥하고 브라이언트 공원 주변을 산책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전에 딸과 오랜 통화 끝에 나의 외출은 정오를 넘었고 돌싱녀와 통화를 하고 함께 브룩필드 플레이스의 윈터가든으로 실내 산책을 나섰습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내린 오큘러스는 911 비극 이후 지어진 건물인데 12개의 지하철 역사와 뉴욕과 뉴저지를 연결하는 기차가 운행되는 곳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한 번은 방문하는 관광지랍니다.그곳은 쇼핑센터와 식당 그리고 카페까지 다양하게 갖춘 멋진 곳입니다. 돌싱녀의 집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나선 우리들은 디저트와 커피를 나름 유명한 카페에서 오큘러스 광장을 바라보며 여유를..

팬데믹 이후 인터넷으로 쇼핑을 선호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이전의 많은 쇼핑몰들이 주상 복합 상가주택으로 변신 중입니다. 나름 디지털 기기에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날로그 세대입니다. 한국에 6개월 살면서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문 앞에 놓이는 쿠팡의 신속함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집문 앞에 물건을 내놓으면 되는 리턴 문화의 편리함에 한번 더 놀랐습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거의 일 년을 지내보니 이곳도 한국만큼은 아니어도 신속한 배달 문화가 곁에 있습니다. 물건은 물론 음식과 그로서리조차 손가락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몰이나 상점은 놀러 나가는 곳이지 쇼핑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물건을 만져보고 재보고 입어보고 사는 걸 선호합니다. 주문했다가 맘에 안 들면 리..

지난 주말 수북이 내렸던 눈이 모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밤새 비를 품은 눈이 빙판을 만들었습니다.출근하는 아들이 사이드 길을 치워야 하기에 걱정을 했는데, 아들은 오늘 회사 일이 바빠서 원래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개의치 않고 출근을 했습니다. 알람보다 더 정확한 이안이의 기상이 오늘은 눈 덕분에 늦어졌습니다.그리고 젖은 눈은 영상의 기온 속으로 물이 되어 흐르며 나와 아들의 걱정을 잠재워 줍니다. 영상의 기온이지만 오늘 외출은 언감생심이 되어버린 이안이와 옥탑방 창밖만 바라봅니다.이안이가 낮잠에 빠진 후 나는 풀무원 바지락 칼국수를 꺼내 냉장고에 있는 버섯, 감자, 호박, 양파를 썰어 넣고 을씨년스러운 날에 적합한 점심 칼국수 속에 빠졌습니다.재택근무를 하며 점심이든 저녁이든 한 끼 다이어트 ..

돌싱녀가 사연을 가득 담은 왕새우를 한 보따리 문 앞에 놓고 갑니다. 사연인즉은 이혼한 남편이 손녀 생일이라고 생 왕새우를 한 박스 사다 주었답니다. 생일 당한 손녀와 그 부모는 새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혼자서 먹기엔 너무 많고 그렇다고 얼리기에도 불안해 그 새우가 우리 집에까지 왔습니다. 아들이 소금구이를 해서 서너 마리씩 애피타이저로 먹었습니다. 갑각류 해물이 그렇듯이 먹은 것보다 설거지와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합니다. 이래서 애들이 집에서 요리를 안 해 먹나 봅니다.그러기나 말기나 이안이는 점심으로 볶음밥과 미역국을, 저녁으로 소고기완자와 단호박 수프를,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웁니다.다이어트 중임에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뚝딱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며늘과 함께 식사를 하고 나면 혈압이 조금..

바깥세상을 몹시 좋아하는 이안이와 외출을 했습니다. 외출이래야 도서관 아니면 그로서리 쇼핑이지만,바람은 심해도 날이 조금 풀려 트레이더 조스에서 그로서리 장을 보고 뉴욕의 스카이 라인을 배경으로 허드슨 강가를 산책했습니다. 풀려도 겨울은 겨울이기에 오래 머물진 못했습니다.자기를 보고 도망가는 커다란 새가 신기한 모양입니다. 그로서리를 잔뜩 봐왔는데 며늘이 타이음식이 먹고 싶은지, 오늘의 한 끼는 저녁에 콜 미팅이 있어서 점심으로 먹겠다며 주문해서 먹자고 합니다. 그로서리 쇼핑이 거의 대부분 이안이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암튼 장 본 것이 무색해졌습니다. 그러면 나도 편하고 좋긴 하지만...그린카레, 드렁큰 누들, 팟타이 이렇게 둘이서 삼인분을 시키면서 남지도 않겠지만 남으면 아들이 먹으면 된다고...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