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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
우리끼리 애인사인인 애인(동생 같은 여인)에게 밸런타인 카드를 보내려고 저녁 먹은 후 우체국으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백미터도 채 안 되는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려다가 차에 치었습니다.
나는 차가 스탑사인에 서있어서 건너려고 했고 차량은 원웨이길 왼쪽에서 오는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다가 나와 동시에 우회전을 하면서 생겼습니다.
먼저는 내 왼 팔이 차에 부딪치고 다음엔 오른 손바닥을 바닥에 디디면서 오른쪽 엉덩이로 나가떨어졌습니다.
시니어 힙본이 근육통만 남고 멀쩡 한 건 아마 충격완화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놀란 운전자가 내려 ‘I am sorry'를 수 천 번을 외칩니다.
내가 놀라고 아파서 사거리 집 펜스에 기대어 서있었더니 괜찮냐고 물으며 경찰을 부르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17세 프로베이션 운전자인데 만일 사고가 경찰에 보고되면 21살까지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경찰을 부르자는 건지 부르지 말아 달라는 건지 판단이 안 서기에 나는 아들에게, 그 학생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각자 보호자가 달려왔습니다.
노인이 낙상을 하면 그 문제로 결국은 생을 마감하는 많은 케이스를 봐왔고,
나도 내 몸 상태를 알 수 없어 갈등하는데,
아들과 상대방 아버지가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는 게 답이라며,
그러려면 경찰에 리포트를 해야 하기에 경찰을 불렀습니다.
그전에 그 아버지는 아이의 상태(지금부터 4년 동안 면허증 없이 살아야 하기에)때문에,
내 병원비를 부담하고 리포트를 하지 않는 건 어떻겠냐고 아들에게 제의를 했던 모양입니다.
내 메디케어와 보험으로 만불정도만 내면 모든 치료비는 커버가 되기에 그렇게 할 수도 있었지만,
문제는 1% 라도 문제가 생겨 롱텀케어가 필요하게 되면 서로에게 문제가 되니 그냥 경찰을 부르기로 했습니다.
사실 엉덩이와 다리에 통증이 있었지만 아주 심한 건 아니기에 한참능 망설였습니다.
게다가 원래 프로베이션 운전자는 동승자가 부모이거나 혼자여야 하는 규칙이 있는데,
그 차에는 옆에 친구, 뒷좌석엔 여자아이 서너 명이 타고 있었기에 문제가 야기되면 아주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지 않으려고 주택가로 차를 옮기면서 동승자가 떠났는지 타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밖에는 운전자와 그 아버지만이 서 있었습니다.
앰뷸런스가 왔지만 천천히 걸을 수 있기에 돌려보내고 아들의 차로 동네 응급실로 가서 엑스레이를 찍으니,
걱정했던 엉덩이뼈는 무사하다고 합니다.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카드 수혜자에게 사진을 찍어 책임전가(ㅋㅋ)하는 톡을 날렸습니다.
11시가 넘어서 잠든 줄 알았더니 바로 전화가 옵니다.
그녀를 걱정을 하게 만든 건 나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의도였습니다.
5시간의 소동 끝에 자정이 넘어 집으로 돌아왔고,
제일 바쁜 시기인 아들내외는 피곤한 기색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 미안함
잠들기 전에 진통제를 한 알 먹고 자긴 했지만 거짓말처럼 전날 병원에서 언급했던 8/10의 아픔이 3/10 정도로 줄었습니다.
나 때문에 집에서 일을 하겠다는 아들을 서둘러 출근시키고
카드의 주인공인 그녀에게는 누군가의 기도로 기적이 일어났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거짓말 같은 기적이...
살성이 약해서 살짝 부딪치기만 해도 멍이 드는데 차에 치어 넘어졌는데 멍조차 들지 않았고
퉁퉁 부었던 깨진 손바닥의 붓기도 가라앉았습니다.
주치의가 병원에 오라고 전화가 왔지만 지금은 안 가도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그 학생 운전자에게 어제보다 더 큰 미안함이 몰려왔습니다.
그러다가 그 학생이 이일로 인해 평생 안전 운전을 하게 될 거라는 위로와 함께
다른 좋은 방법으로 그의 불편함이 해결되기를 소원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좀 너그러울 수 있었는데...
인간의 일은 한 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나의 교통사고는 미안함만 남기고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 삶의 순환
운전할 때도 걸을 때도 제발 주변을 살피며 다니라고 아들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이번엔 잔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뉴욕에 다닐 때도 주변을 잘 살피고 긴장하고 다니라는 말까지 곁들여서...
내가 아들을 키우면서 하던 말을 이제 내가 아들에게서 들어야 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Circle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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