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11개월 된 이안이가 하루하루 자라는 것이 아쉬워서 매달 기념을 잊지 않습니다. 고슴도치여도 이쁜데 우윳빛이니...어치피 돌 전후로 걷게 될 텐데 부모는 벌써부터 걷게 하려고 안달입니다. 사촌 형아가 신던 신발을 신고 날개를 달아봅니다.스크린을 안 보여 주려고 애를 쓰지만 재택근무하는 날엔 잠깐잠깐 아빠의 일을 동참하게 해 줍니다.이제 조금씩 밖에 나가는 재미를 알아갑니다. 벌써 가을의 기운이 확연하니 이제 자주 데리고 나가야겠습니다.이쁜 아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싶어 바쁜 일이 끝난 아빠는 오늘 하루 쉬기로 했습니다. 동네 배움의 집에서 수업참여도 해봅니다.배움이 끝난 후 새로 생긴 ’ 김가면옥‘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이안이는 옆에 앉아 여전히 일을 하는 듯한 아빠의 주의를 끌어봅니다.뭘 해도 ..
라일리네가 고대하던 60개의 메추리 알이 부화를 시작했답니다. 엄지손톱만 한 작은 알에서 깨어나는 신비로운 모습에 가족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답니다.그러더니 마구마구 깨어난다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라일리가 이제 메추리 엄마가 되었습니다.그리고 나도 깨어나는 게 보고 싶어 영상을 부탁하니 과정을 보내왔습니다. 아웅 세상에나..... 생명의 신비는 사람뿐 아닙니다.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20마리가 깨어났답니다. 8월 21일에 개학하기에 오늘부터 수요일까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는데, 아이와 함께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라일리가 메추리 알 깨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바삐 지낼듯해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찬밥이 된 병아리에게도 여전히 엄마이기도 합니다. 병아리들을 내놓았다가 한 마리가 누군가에게 잡아 먹..
오후가 되니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들네 옥상에 시원한 바람을 실어다 줍니다. 반납하기 아쉬운 이기주 작가의 책을 한번 더 연장해서 읽는 중인데 낙조가 방해를 합니다.그러고 보니 내가 딸네 다니러 가던 8월 7일이 ‘입추’였습니다. 세월 앞에 속절없다는 그의 말이 피부에 와닿습니다.멋진 태양은 수줍은 듯 구름뒤로 숨어버리고 대신 검은 풍선이 둥실둥실 바람을 타고 춤을 춥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 어둑어둑해 지기에 내려오니 이안이의 11개월 파티가 열렸습니다.이제 한 달 후면 이안이의 돌입니다. 소중한 손자의 거창한 돌잔치를 준비하느라 폼생폼사인 아들내외가 파티 플래너를 만나고 왔답니다. 돌잔치를 환갑잔치처럼 하는 모양입니다.이기주 작가처럼 가능하면 말을 아껴 글을 써야 합니다.타인의 세계를 존..
금요일, 오늘은 아들내외가 재택근무를 한답니다. 아들이야 원래 그랬지만 코비드 19 이후 육아와 재택근무가 익숙했던 며늘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뉴욕 사무실로의 출근이 무척이나 피곤했을 텐데, 그것도 매일 저녁 오버타임으로 10시가 다 되어 퇴근했으면서, 오늘 아침엔 일찍 일어나 7시부터 이안이를 돌봅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합니다. 지난 며칠 며늘이 하던 이유식과 빨래 그리고 이안이의 육아를 감당해야 했던 내게 쉼을 주는 날입니다. 여전히 9-5엔 내려가야 하지만...자기의 안전을 위한 장치를 어떻게든 열어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도 귀엽습니다.그게 협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안이가 ‘할아버지’를 알아주기 시작해선지 아쉬워하는 눈빛이 살짝 있었지만 옆지기는 미련 없이 떠났습니다. 뭐든 미리미리 해야 하는 성격 탓에 6시쯤 떠나도 될 공항엘 5시에 떠났습니다. 시큐리티 체크도 빨라 생각보다 일찍 게이트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으니 그의 공항에서의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우버도 새벽에 부르는 게 훨씬 싸다는 말을 듣지 않고 어제저녁에 미리미리 예약을 해서 20불 더 비싸게 떠났습니다. 내가 딸네 가면서 경험한 건데 우버나 리프트는 예약이 훨씬 비쌉니다. 미국에서 두 달이 넘는 다양한 일정들을 멀티로 예약하면서 가능하면 저렴하게 다니느라 한국 왕복은 캐나다 항공을 예약했는데 기대하지 못한 사건이 많아 한국행도 도착하는 시간까지 불안하긴 합니다. 캔슬되기로 유명한 캐나다 ..
아들네서 4박 5일을 지내고 이제 내일 모래면 한국으로 돌아갈 옆지기는 두 달여 기간 동안의 미국생활을 정리 중입니다. 한국엔 그가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내가 함께 가지 못해도 조금은 덜 미안합니다. 아들의 말대로 ‘아빠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지금의 방식대로 당분간 그렇게 서로 지내는게 좋겠습니다. 옆지기는 한국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는 이곳에서 사랑하는 손자를 돌보며...바쁜 핑계도 있었지만 15개월부터 보내려는 데이케어와 내니를 아직 알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내게 미안해서 빨리 좋은 곳과 사람을 찾아보겠다는 아들에게 어쩔 수 없어서 하는 선택이 아닌 좋은 선택을 하라고 했습니다. 엄마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손자 돌보는 일이면 그것으로 행복하다 했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몸..
김애란 작가가 그랬답니다. ’지가 좋아하지 않는 인간 하고도 잘 어울리게 어른이지!‘ 지난 40여 일을 손녀를 돌보기 위해 딸네 머물렀던 옆지기의 일상을 딸아이에게 전해 듣고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불만을 담아 남은 기간 동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못마땅해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마구 퍼부었습니다. 떠나는 날 공항에서 옆지기에게서 그동안 그가 자식을 키울 때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운 시간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성격을 가진 라일리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 줄 몰라 처음엔 당황했고 나중엔 상황을 악화시키고 싶지 않아 무시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자랄 때 유학을 온 그는 공부 이외엔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게다가 다음 학기 시작인 9월에 또 다른 학교에서 들어온 겸임교수 자리를 위한..
* 라일리 토요일 오전은 골프 레슨을 받는 날입니다. 이제 6살도 안된 조그마한 꼬맹이의 스윙이 제법입니다.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마침 드라이브를 치는 날입니다. 수영만큼 골프도 제법 잘합니다. 부모는 벌써 골프로 대학을 보낼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모든 부모의 눈에 자기 자녀는 천재이기에...* 이안이 할머니가 없는 동안 엄마가 이안이 데리고 재택근무를 하느라 간식으로 맛난 과자를 주문했는데 너무 좋아해서 모두를 웃게 해 줍니다. 라일리네 떠나기 전에 목감기가 걸려 아팠는데 회복하더니 많이 야무져 졌습니다. 아기들은 아프면서 똘똘해지는데 그 과정이 모두를 힘들게 합니다. 지금은 아무 욕심이 없이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바라지만, 이안이는 크면서 뭘 잘할까... 부모는 또 무엇을 아이에게 기대할까...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