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아침 일찍 돌싱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하고 싶냐고~ 저런~내가 그녀에게 숙제를 준 모양입니다. 하지만 섬세한 그녀는 나와의 만남이 자신의 밋밋한 생활에 활력을 준다며 기쁜 마음으로 여기저기 멋진 곳과 맛집을 조사해 줍니다. 심지어 자기가 가보지 않은 곳도 있어 즐겁다며, 이전에 가난했던 동네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며, 윌리엄스버그는 이미 잰틀리피케이션이 된 곳이니 다음 주에 가자며, 대신 리지우드에 있는 미슐랭 스타급 식당(Rolo's)에 가서 브런치를 먹고 주변을 걷자고 합니다. 무엇을 제안하든 나는 그녀와 함께 떠날 준비가 되었기에 뉴욕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L train을 타고 식당 근처 역에서 내리니 여전히 지저분하고 분위기가 험악해 ..

토요일 밤 아들내외가 친구의 결혼식엘 참석하고 주일 새벽 2시가 넘어 꼬알라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10시 반 뉴욕 ‘요한 대 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려고 했었는데, 피곤한 아들내외를 위해, 아니 이안이를 위해 아침을 먹이고 오전 낮잠을 재운 후 오랜만에 동네 온누리교회에서 11시 반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드리는 중 앞 좌석에 앉은 시니어(나랑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한 분에게 마음이 향합니다. 겉모습은 화려(버버리 코트에 루이뷔통 가방을 들었기에)했으나 마음은 무척 가난해 보이는... 예배 끝나고 나오면서 그분도 제게 눈길을 주십니다. 알고 보니 그분도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고 이 교회에 등록한 지도 얼마 안 되는 분이었습니다. 로비에 마련된 간식 떡을 서로 챙겨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

주말엔 늦잠을 자도 되는데 새벽 5시 반에 깨어납니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니 내리는 비로 가을을 재촉합니다. 미스트처럼 내리는 쓸쓸한 비를 맞으며 새벽을 깨우러 동네 온누리 교회로 향합니다. 느헤미야 13장으로 마음의 찔림을 받는 말씀과 기도로 충전받고 성전을 나섭니다. 이제 그 말씀을 녹인 삶인 모습을 자녀에게 보야줘야 하는데...주말엔 아들내외에게 이안이를 양보하고 무작정 뉴욕으로 떠납니다. 버스 타기 전 파리 바케트에서 막 내린 라바짜 커피와 파파로티 커피번으로 속을 달래주며 축축한 창밖을 내다보는데 돌싱녀에게서 반가운 톡이 날아옵니다. 서로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비가 내리니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하루를 보내자고 합니다. 다른 계획이 없는 한 매주 토요일은 둘이 함께하기로 무언의 약속을 했기에..

어제 뵌 은사님 내외분과 한 번 더 만날 일이 생겼습니다. 오늘내일 추석 보름달이 뜨는데 내일은 날이 흐릴 예정이니 오늘 보름달 맞이를 하자고 하십니다. 당신네는 매 번 가서 보는 곳이지만 나는 못 봤을 것 같다며 친히 가이드를 해 주십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알렉산더 헤밀턴 공원(Alexander Hamiliton Park)입니다. 허드슨 강을 사이에 두고 뉴욕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언덕 위 강 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뉴저지(West New York) 공원입니다. 전에 한 번 낮에 잠깐 다녀오긴 했지만, 그곳의 낮과 밤은 180도 다른 멋진 풍경입니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보름달이 떠오르는 지면이 구름으로 덮여 있어서 달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이미 건물 위로 올라온 후였습니다. 처음엔 ..

주일 오후 은사님 내외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 주에 캐나다로 여행을 떠나시기에 주중에 손자 때문에 묶여 있는 나를 주일 저녁이라도 함께 하자며... 10여 년 전 은퇴하시고 미국의 산과 들을 캠핑하면서 누비시더니 미국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으신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니시는 멋진 80대 노 부부이십니다. 나를 픽업하기 위해 도착한 밴의 뒷좌석은 차박 하신 흔적이 있어 두 분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자택이 이웃 동네인데 나의 일정과 그분들의 짬이 서로 맞지 않아 5개월 만에야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오랜 세월을 사셨지만 외식을 잘하지 않으시기에 내게 가고 싶은 곳을 가라셔서 아들에게 근처 멋진 맛집을 물으니 ‘Anytime'이 맛있다고 추천해 주며 자기 카드까지 주면서 대접하랍니다. ..

많이 가까워진 돌싱녀가 전날 와이너리에 가겠냐고 묻기에 기분 좋게 가자고 답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와이너리는 가을 단풍구경 때 가고 여름 끝나기 전 바닷가는 어떠냐고 조심스레 묻습니다. 우리의 여행이 특별한 목적을 가진 게 아니니 모든 것이 처음인 이곳에서 바다든 산이든 상관이 없다는 나의 대답을 그녀는 반가워합니다. 햇빛 앨러지가 있는 나를 위해 오후에 출발해서 이른 저녁을 먹고 바닷가를 거닐다 돌아오자는 그녀의 계획에 감사히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점심즈음 다시 연락이 오기를 내가 모르는 당신 친구 2명도 올해 마지막 바다 여행에 동행하고 싶다고 내게 묻습니다. 반대할 이유가 내겐 없기에 그렇게 네 명의 시니어가 1시간 반 거리의 바다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주말이어선지 많은 사람들이..

아직 가을이기엔 이른 토요일 아침, 가을 기운 드리운 듯한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집 앞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꽃으로 예쁘게 장식해 행렬을 지어 지나갑니다. 살아서 걷지 못했던 꽃길을 걷게 해 주나?아님 살아서 걷던 꽃길을 죽어서도 걸으라는 건가??누군가의 슬픔이 빗물처럼 눈물로 흘러 내리는 날입니다.비 오는 날엔 뮤지엄에 가면 좋은데...전에 내가 쉬는 주말엔 같이 뉴욕 거리를 걸으며 멋진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자고 돌싱녀가 제안했기에 이번엔 내가 먼저 살짝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녀에겐 내가 가고 싶은 현대 박물관(MOMA) 프리 패스도 있기도 해서...그녀는 나의 주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응답이 왔고 토요일은 당신이 다른 일이 없는 한 뉴욕에 같이 다니고 싶다고 하십니다. 40년 차 뉴요커로 가이드..

주일 오후, 못 말리는 삼인 삼색 할머니들이 다시 뭉쳤습니다. 첨엔 같이 수영을 할까 했는데 탁구로 종목을 바꾸었다가 운동 대신 그냥 걷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지난번과는 반대방향 허드슨 강변을 따라 조지 워싱턴 다리밑까지 다녀왔습니다.공원 입구에 여기저기 즐거운 소리들이 울려 퍼집니다. 내일이 노동절 휴일이라서...하지만 남미 사람들은 언제나 늘 흥겹습니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처럼 열정을 쏟아 먹고 웃으며 순간을 즐깁니다.아이들이 공항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고 집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