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9일 친구의 아들이 한국에서 결혼을 했습니다. 5년 전 같은 날 울 아들은 뉴욕에서 결혼을 했습니다. 재밌는 건 그 친구의 생일과 울 옆지기의 생년월일이 같은 겁니다. 부모의 공통점을 이제 자녀가 또 공유합니다. 내가 미국에 머물게 되어 참석할 수 없었지만 친구의 친구가 보내준 사진과 영상으로 대리만족을 했습니다. 그 영상 중에서 신랑의 조카(누나의 아들)가 ‘링보이’를 했는데, 아직 걷지 못해 자동차를 타고 입장을 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너무도 신박해 할머니 미소와 함께 박수를 보냅니다. 4년 전 울 아들의 결혼땐 아들의 조카인 2살 배기 손녀가 ‘플라워 걸’이었는데 정리에 진심인 손녀는 앞서가는 ‘링보이’가 뿌린 꽃잎을 다시 자기 바구니에 담는 해프닝을 벌여 하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물했었는데....

아들은 바쁜 일정이 끝나니 목요일 저녁은 부하 직원들과 회식하느라, 며늘 역시 오랜만에 뉴욕 사무실로 출근하더니 늦은 미팅과 회식으로 밤늦게 돌아왔습니다. 덕분에 이안이는 먹고 놀고 자며 12시간을 할머니와 동고동락했습니다. 아들내외가 토요일인 결혼기념일에 일박이일 여행 갈 생각으로 금요일을 오프 했는데 며늘 일정이 너무 바빠 쉴 수 없어 아들은 그냥 집에서 이안이와 논다기에 내 머리 파마를 하려고 나섰습니다. 포트리의 화려한 뒤안길에 예스러운 미용실이 있기에 들어가 보니 역시나 동네 사랑방입니다. 아들내외가 좋은 데 가서 하라고 말리긴 했지만 그냥 기르기 위한 파마니까 괜찮다고 약속을 잡고 가긴 갔는데... 내가 들어선 이후로 길 건너 노인아파트 권사님과 동네 아줌마가 염색을 하려고 들어서더니 곧이어 ..

집안보다 집 밖을 더 좋아하는 이안이가 늦은 오후에 밖으로 나가고 싶어 신을 들고 와 떼를 씁니다. 서머타임이 해제되면서 6시면 깜깜해지는데...동네 공원에 가니 남미 아이들이 족구를 합니다. 족구는 우리나라 게임인데... 싶어 구경을 하는데,창살을 잡고 있는 이안이의 주먹에 선수 중 하나가 와서 인사를 해줍니다. 낙엽 밟는 소리가 즐거워 부스럭거리며 걷는데 어여쁜 연상의 유럽 소녀가 다가와 사랑스럽게 놀아줍니다.집안에 무궁무진한 장난감은 잠깐이지만 집 밖의 세상은 누리기에도 즐겁고 끝이 없습니다.

미국 시민의 의무를 수행하느라 2시간이 넘는 기다림 끝에 간신히 투표를 했습니다. 미리미리 했으면 당일에 이렇게 고생은 하지 않았을 텐데...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나의 일상을 생각하면 투표조차 게으를 수 있었지만, 자녀들의 일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더욱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Andy Kim 이 상원의원으로 뽑혀 우리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줄 수 있을테니 감사입니다.사족, 내 뒤로 80은 훨씬 넘어 보이는 한국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를 집고 들어서십니다. 앞으로 벽 여명은 족히 되는 줄을 어찌 기다리시나... 싶어 투표 부스 근처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시라고, 순서가 되면 내 앞에서 하실 수 있게 해 드린다고 했더니, 뜻밖의 호의에 의아해하시며 의자에 앉기는 하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