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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늦잠을 자도 되는데 새벽 5시 반에 깨어납니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니 내리는 비로 가을을 재촉합니다.
미스트처럼 내리는 쓸쓸한 비를 맞으며 새벽을 깨우러 동네 온누리 교회로 향합니다.
느헤미야 13장으로 마음의 찔림을 받는 말씀과 기도로 충전받고 성전을 나섭니다.
이제 그 말씀을 녹인 삶인 모습을 자녀에게 보야줘야 하는데...
주말엔 아들내외에게 이안이를 양보하고 무작정 뉴욕으로 떠납니다.
버스 타기 전 파리 바케트에서 막 내린 라바짜 커피와 파파로티 커피번으로 속을 달래주며 축축한 창밖을 내다보는데 돌싱녀에게서 반가운 톡이 날아옵니다.
서로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비가 내리니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하루를 보내자고 합니다.
다른 계획이 없는 한 매주 토요일은 둘이 함께하기로 무언의 약속을 했기에...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자주 바뀌는 전시물로 매번 갈 때마다 반갑습니다.
이번엔 특별한 한국 작가 ‘이불’의 작품이 건물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내 얇은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그녀의 난해한 작품에도 불구하고 korean art라는 반가움에 억지로 이해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https://namu.wiki/w/이불(미술가)
오늘은 계획하지 않았지만 한때 세상의 틀에서 거부되었던 천재 예술가들의 작품을 접하는 귀한 날입니다.
11시에 있는 인상파 미술 가이드를 시작으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모네부터 드가와 고흐까지,
당시의 예술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 터치와 기법으로 파리 화랑에서 전시조차 거부되었던 그들의 예술들을,
일주일이면 히스토리가 되어버릴 지식을 자원 봉사자 큐레이터를 통해 우린 꽤 열심히 탐닉합니다.
밖엔 여전히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에 점심도 뮤지엄 내에서 해결하고 오후에도 그곳에서 지내기로 합니다.
오후엔 동양 예술에 심취해 눈을 반짝이는 큐레이터 할머니에게서 지식을 전달받습니다.
대만에서 잠깐, 싱가포르에서 6년 그리고 일본에서 2년을 살아본 후 동양 문화에 심취해 너무도 사랑스럽게 예술품들을 설명해 줍니다.
혼자서는 그냥 스쳐 지나쳤을 예술품들에 대해...
대만의 화려한 도자기와 인도영향을 받은 거대한 중국 불상까지...
한국관에는 시기도 작가도 알 수 없는,
고려청자와 조선청자도 아닌 달모양 도자기에 진심을 담아 너무도 진지하게 설명합니다.
여느 도자기와는 다르게 언발란스이고 색조차 기대할 수 없어 가마가 구워주는 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작품의 세계를...
한국의 역사적인 작품들 속에 천재(?) 작가 ’ 이불‘의 작품이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중국, 인도 그리고 일본까지 그녀의 감격(?)스러운 설명을 들으니 작품들이 색 다르게 다가옵니다.
일본관에 전시된 유리 구술 사슴을 뒤로하고 창문너머 이집트관을 내려다보며 일본의 병풍 문화를 논했습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의 집들은 기둥대신 병품으로 공간을 나눈다는,
그래서 벽화만큼 병품에 그려지는 그림들이 중요하다는,
침을 튀기며 큐레이터가 예찬했던 병풍 그림 중 하나는, 구름 위에서 내려다보는 예술가 시점이기에 우리도 그 마음을 이해해 봤습니다.
뮤지엄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왔는데 여전히 비가 내립니다.
메디슨 에브뉴에 있는 로컬 카페로 이동하다가 예쁜 오키드 꽃가게에서 발길을 멈췄는데,
천불이 넘는 그들의 가격에 깜짝 놀랐습니다.
오키드? 아님 도자기 화분?
누가 그렇게 몸값을 올려주는 건지 궁금하긴 합니다만...
메디슨 에브뉴와 91가에 위치한 엘리스 베이커리(Elli's element with Bar 91)에서 커피 케이크와 함께 나는 커피, 그녀는 레드 와인을 마시며 서로 말동무, 맛동무 그리고 멋동무가 되었습니다.
빵과 커피, 식당과 와인을 겸해서 동네 주민들의 아지트 같은 작은 공간이 우리의 정서와 맞아 오랫동안 앉아,
최근 그녀가 재밌게 읽었다는 소설 ‘Table for two'의 내용으로 논쟁을 벌이다 보니 어느덧 구름속 해가 지고 있습니다.
가을비를 맞으며 동네로 돌아온 우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찬기운을 느껴 저녁까지 명동 칼국수집에서 그녀는 매생이 칼국수, 나는 들깨 버섯 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해 치우고 각자의 숙소로 헤어졌습니다.
뮤지엄이 주인공인지 음식이 주인공인지 수다가 주인공인지 모를 하루의 일상이 그렇게 저물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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