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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일찍 돌싱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하고 싶냐고~
저런~내가 그녀에게 숙제를 준 모양입니다.
하지만 섬세한 그녀는 나와의 만남이 자신의 밋밋한 생활에 활력을 준다며 기쁜 마음으로 여기저기 멋진 곳과 맛집을 조사해 줍니다.
심지어 자기가 가보지 않은 곳도 있어 즐겁다며,
이전에 가난했던 동네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며,
윌리엄스버그는 이미 잰틀리피케이션이 된 곳이니 다음 주에 가자며,
대신 리지우드에 있는 미슐랭 스타급 식당(Rolo's)에 가서 브런치를 먹고 주변을 걷자고 합니다.
무엇을 제안하든 나는 그녀와 함께 떠날 준비가 되었기에 뉴욕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L train을 타고 식당 근처 역에서 내리니 여전히 지저분하고 분위기가 험악해 그녀는 당황했고 나도 이런 곳에 근사한 식당이 있나?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조금 벗어나니 옛날 집들이 쭉 늘어선 주택가에 식당이 나타납니다.

식당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입구에 들어서자 바텐더가 환하게 웃으며 손님을 반깁니다.

예약하지 않고 그냥 들어선 우리를 쥔장이 살짝 당황하며 바에 앉아도 괜찮냐고 묻다가 주방 근처 테이블에 앉혀줍니다.

그녀도 그곳이 처음인지라 우린 주변 테이블 챈스를 이용해 골고루 주문을 했습니다.
사실 그녀는 자기만의 음식을 보듬어 안고 먹는 미국식이고 난 여러 가지 음식을 시도해보고 싶어 함께 시켜서 나눠먹기를 선호하기에 우린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중입니다.
Rolo's restaurant 에선 그녀가 나의 의지를 따라줍니다.
그래서 애피타이저로 화덕구이 빵과 노란 비트 치즈 샐러드를 시켰는데,
빵이 무척 쫄깃해서 더 먹고 싶었고 비트 샐러드는 치즈의 짭조름함과 와인 식초 드레싱이 아주 조화로웠습니다.

메인으로 시그니처 햄버거와 바삭한 감자튀김을 사이드로 시켰는데,
감자를 이미 바싹하게 튀겨져 느끼함을 잡아줬는데 마요네즈 소스와 피넛버터 소스에 매콤함을 가미해 신기하게 매웠습니다.

햄버거는 아마도 그동안 먹어본 맛 중 최고입니다.
그런데 저 고추가 할라피뇨보다 더 매운데, 저걸 모든 햄버거와 같이 서브한다고... 요?
이제 미국사람들도 매운맛에 서서히 길들여지나 봅니다.

디저트도 먹고 싶었으나 작아진 시니어의 위를 아쉬워하며 코지한 식당 안을 두리번거리다 떠났습니다.
미리 알고 메뉴공부를 좀 하고 갔으면 영상에 소개한 구운 라자냐도 먹어봤을 텐데,
집에와서 찾아보니 대단한 식당이었음을...
많이 아쉬워 한 번 더 가보기로 했습니다.
https://youtu.be/kNRhDeI1xg8?si=YGFxLbYaGVzbevz

다른 미슐랭 스타급 식당에 비해 비싸지도 않았는데 남주기 아까운 맛이었습니다.
돌싱녀가 보고 찾아가게 된 영상을 소개합니다.
https://youtube.com/watch?v=BmCRB7fCOPQ&si=YcUeNLHYkkEg-Giv

아쉬움은 많았지만 배가 너무 든든해 다음 행선지는 20분 거리임애도 걷기로 합니다.
사실 짧은 거리의 뉴욕은 걷는 것과 대중교통 이용 시간은 별차이가 없습니다.
17세기부터 살던 네덜란드 주민의 집을 기증해 박물관으로 운영되는데 입장료가 5불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간 날은 오픈하우스 기간이라 공짜랍니다.
미슐랭 식당에서 더치패이 팁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그래도 공짜는 즐겁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더치패이의 유래가 된 네덜란드^^

지하는 부엌-일층은 거실-이층은 침실겸 작업실과 학교로도 사용
당시의 식탁과 교육용 표지(알파벳과 삼위일체, 그리고 주기도문을 외운듯~에센셜^^)

나오면서 가이드에게 사람보다 집을 집중적으로 찍어 달랬는데...

집대신 우리를 존중했네요 ㅋㅋ

그들이 남겨놓은 흔적으로 당시의 시대를 조금 느끼다 부시윅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부시윅으로 거리 미술을 보러 갔는데 가이드인 그녀도 리지루드가 퀸즈에서 이리 가까운 줄을 처음 알았답니다.
아직 토요일 저녁의 여흥이 시작되기 전이어선지 거리는 한산했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하나 둘 셋, 김치~’에
반가워 돌아보니 부산 친구 8명이 관광 중이랍니다.
어찌 이런 곳을... 의아해하는 우리에게 열심히 설명해 줍니다.
단체 여행으로 왔다가 일정이 끝난 후 친구 챈스로 뉴욕의 숨은 관광지를 돌아보는 중이랍니다.

세 가지를 연속으로 쉬지 않고 다녔더니 다리도 피곤하고 목도 말라 아트 거리의 피자집에서 맥주를 한 잔씩 마시자기에 어쩌나... 하고 보니 알코올 없는 맥주가 보여 자신 있게 마셨습니다.

내부에 있는 식당 화장실에 가다가 화덕에서 구워지는 피자가 꽤 맛있어 보여 아쉬웠습니다.

우리에게 음식은 사랑이고 뉴욕의 자랑은 피자입니다~

후기,
그래서 미슐랭 스타급 식당인가 봅니다.
손님에 대응하는 일군들이 많아 주문은 신속하게 받아주고,
음식도 바로바로 테이블에 올라오고,
홀담당 직원이 빈 그릇 정리는 깔끔하게 해 주고,
뭐든 필요를 쉽게 결정할 수 있도록 제 때에 찾아오고,
이래서 고급 식당의 음식값이 비싼 이유이기도 합니다.
질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니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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