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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토독토독 가을비는 내리고,
귀찮기도 해서 주일 오후엔 집에 머물까 하다가,
이미 예약한 배터리 공원에 위치한 유태인 해리티지 뮤지엄을 향해,
작정한 관광객처럼 용감하게 빗속을 뚫고 떠났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갔던 5번가의 유태인 박물관은 예술 작품 위주였다면,
이곳은 홀로코스트 사연을 담은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뮤지엄입니다.
들어가는 입구도 하나고 입장객도 한가해 굳이 스티커 표가 필요 없을 텐데...
뮤지엄을 다 돌고 나서 그 스티커의 의미가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그들은 다윗의 별 문향으로 스스로를 구별했고 또 그렇게 나치로부터 구별당했고,
그 별들은 그들이 죽음의 길을 가야 하는 특별한 사인이었기에...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당시 삶의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그들의 생명을 구해준 고마운 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특히 특별 전시 중인 그들의 생존을 도운 덴마크 사람들에게...

뉴욕의 홀로크스트 뮤지엄은 전에 방문했던 워싱턴 디시의 뮤지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워싱턴 디시의 박물관 방문이 20여 년 전이니 그곳도 다르게 다가오려나...
암튼, 나치의 횡포가 시작되면서 유럽 전역에 흩어져 살던 유태인들은 그들의 물건들을 미국에 맡겼고 전쟁이 끝나면 다시 찾아가겠다고 했으나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미국에 기증했다는 주인 잃은 물건들로 당시의 처참한 상황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죽음의 가스실로 향하는 유태인들의 모습을 잠시 멈춘 기차역에서 이태리 병사가 그렸답니다

특별 전시 중인 덴마크와 유태인들의 인연은 아픔 중 기쁨이었습니다.
독일이 주변 유럽 국가들을 침공해 모든 유태인들을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죽음의 기차를 태우는 시기에,
덴마크는 독일군의 눈을 피해 유태인들을 이동 수단인 자신들의 배를 이용해 스웨덴으로 피신시켰답니다.
그것이 발각되면 배도 뺏기고 자신들의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그때 그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유태인들이 7,220명이라는데...
전쟁이 끝나고 독일이 항복한 후 다시 덴마크로 돌아간 유태인들의 정착을 돕기까지 했다니...
내 기분도 좋은데 생존한 유태인들에겐 평생 잊을 수 없을 기쁨의 역사일듯합니다.

나치의 점령이 시작되자 아인슈타인은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와서 목숨을 구했답니다

뮤지엄을 다 돌아보고 나오는 창문밖으로 자유의 여신상이 보입니다.
유태인들에게 더 특별히 다가왔을 ‘자유’의 여신상과 그들의 이민과 정착의 관문인 ‘앨리 섬의 이민국’ 박물관...

나의 여운도 쉽게 가시지 않아 2층의 가페에 들러 놓친 점심으로 따뜻한 차와 유태인스러운 빵으로 잠시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다시는 있어서 안 될 인간의 잔인함을 되새김질하면서...
하지만 여전히 어느 곳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잔인함이 잃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총과 건이 아닌 문화와 또 다른 어떤 것들이 누군가의 삶을 위협하고 있지는 않은지...

뮤지엄을 나서 무작정 걷다 보니 911 기념관들이 보입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슬픔의 구멍 속으로 빗물과 함께 눈물이 흐릅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세상은 끊임없는 전쟁으로 이어집니다.

음식점 그림에 베니스까지 4천 마일이 넘는다기에,
더 먼 한국은... 하고 확인해 보니,
공항까지 가는 시간을 더해 비행기까지 18시간이 걸린답니다.

한국으로 가는 길이 참으로 멉니다

사족,
나치가 벨기에를 점령할 때 소유물이 적은 젊은 커플은 쉽게 떠났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떠나는 것조차 어려웠고 결국은 죽음의 길이 되었다는...

아우슈비츠 가스실이 있는 폴란드에는 유태인 디아스포라가 바벨론 포로기 이후 이미 천년 넘게 그곳에 살고 있었음에도,
유태인들이 독일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렇게 그들은 죽음의 길을 걸어야 했고,
그래서 유태인들은 자신들만의 나라를 세우는데 그렇게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던 것을...

작금의 이스라엘의 행보를 조금은 이해가...
그래도 이제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는 아닐 텐데...
하긴 그 보다 더한 인간의 본성 때문에 하나님이 제정하신 것이긴 하지만...
인간은 감정이 겪해지면 ‘눈에는 눈’이 아닌 ‘눈에는 온몸’으로 복수해 되리는 본능이 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모양이든 평화를 원하는 건 나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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